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05호

[이번 주의 인용문] 노동은 우선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과정이며, 이런 과정 속에서 인간은 자연과의 소재교환을 자신의 고유한 활동을 통하여 매개시키고 규제하며 조종한다. 그는 자연 소재 자체에 대하여 자연적인 위력으로서 대립한다. 인간의 육체성에 속하는 자연력, 팔과 뼈 및 머리와 손을 인간은 운동시켜 자연소재를 자신의 고유한 삶에 사용될 수 있는 형식에로 동화시킨다. 인간이 이런 운동을 통하여 자신 밖의 자연에 대하여 작용을 가하며, 이 자연을 변화시킬 때, 인간은 자신에 고유한 자연적 본성 역시 변화시킨다. – 칼 맑스

.

발행일: 2010년 2월 5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프라자 1439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하나: 노동과 환경

인간의 노동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으로 분업에 의해 나누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사람은 노동과정에서 자연과 몸과 몸으로 부딪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이 변형될 뿐 아니라 노동을 하는 사람의 생각도 변화를 겪습니다. 그러나 기계에 의한 노동에서는 노동과정에서 변화를 겪는 것은 오직 자연일 뿐입니다. (물론 노동자의 내면에 쌓이게 될 수도 있는 영향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직 잘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를 조작하는 인간은 화석에너지의 연소에 의해 생겨난 힘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잘 다루면 되기 때문에 자연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기계이고, 기계는 자연을 정확하게 정복하게 되며, 노동자 인간은 그 조종 작업을 마치고 정해진 급료를 받는 것뿐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정복당한 포로로서 완전히 헐벗을 때까지 가진 것을 다 빼앗기게 됩니다. 사실상 자연이 인간에게 정복당한 것인지, 인간조차도 더 큰 산업사회의 구조에 종속 당하여 그 일을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노예상태에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

노동을 하는 인간은 거대한 분업체계의 한 요소로서 자기가 맡은 일을 더 능률적으로 해치우는 데 골몰하기 때문에 자기가 파헤친 자연의 자원들이 무의미하게 낭비적인 용도로 쓰이지는 않는지에 대해 큰 염려를 하지는 않습니다. 자기가 다루는 기계가 혹시 자연을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도 단순한 기계조작의 실수로 생각할 뿐, 뼈아픈 큰 손실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땀과 시간을 투입한 것이 아니라 화석에너지를 투입하여 성능이 너무 좋은 기계가 그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값나가는 에너지가 조금 과도하게 지출된 손실 정도로만 여겨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화석에너지 기반 산업생산 구조에서 자원고갈과 생태계 파괴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경을 보전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을 지닌 환경기술 혹은 자원순환 기술은 어떻습니까? 그것 역시 첨단 기술과 자동장치에 의존하여 많은 설비를 필요로 하고, 사람의 땀과 주의와 노력에 의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환경기술이 환경을 보전하는 기술이냐를 판가름할 관건은, 그 기술이 사람의 노동은 빠진 채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존하는 기술이거나 화공약품의 살포에 의존하는 기술인지, 그래서 거대 산업조직의 분업체계에 포함된 아무런 자부심도 있을 수 없는 오퍼레이터가 작동해야 하는 설비에 의존한 기술인지, 아니면 현대 산업생산 체계에 대한 대안으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노동자들이 머리를 짜내고 시간과 주의력을 기울여 수행하는 기술인지 어느 쪽인지 하는 것일 것입니다. 화석연료의 힘으로 작동되는 괴력을 가진 기계의 노동과 거대 산업생산체계는 자연을 정복과 제압 대상으로 생각하는 군사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며, 환경기술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히려 인간과 환경에 악한 영향을 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 의해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는 자연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오직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데 있습니다. 자연세계의 일원인 인간이 노동과정의 주인이 되고 자연과 싸우기도 하지만 대화하고 타협하는 관계를 가지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자원순환 분야가 그나마 산업생산 체계와 달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분야가 기계보다는 인간의 세심한 선별작업이 필요한 분야이고 그래서 인간의 주의력과 시간투입을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 노동과정을 통해 인간은 자연에서 온 물질과 대화하고 인간 스스로 자연에 깃들여 살기 위한 필요조건으로서 자신의 욕구 충족 방식에 한계를 설정할 수 있는 의식을 획득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자연 환경의 보호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인간사회의 미래는 오직 인간 노동에 의한 인간의 변화, 환경의식의 생성 그리고 노동을 통한 환경보호의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여 살아가는 처지를 벗어나 산업에서 주인이 되는 과정이며, 자연과 더불어 땀 흘리며 노동을 해 온 농민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과정일 것입니다.

둘: 4대강을 파헤칠 중장비들

그렇다면 4대강을 파헤칠 중장비들은 자연을 기습하여 초토화하는 탱크부대일 뿐이지, 병든 환경을 치료해 주는 수술도구가 아닙니다. 화석연료로 작동하는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아니면 4대강 사업은 생각도 못할 일입니다. 포크레인 운전기사들은 능숙한 운전솜씨로 도면에 나와 있는 대로 흙을 잘 퍼 옮기면 일당을 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 도면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장비는 공사 장소에서 자연의 저항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환경을 살리려면, 그 동안 과도한 토목건설 공사로 장만된 그 많은 중장비들 대부분을 고철로 폐기 처분해야 할 것입니다. 그 대신 씨앗을 심을 모종삽과 나무를 심을 삽들을 많이 만들어서 많이 사람들이 몸소 이 강산을 푸르게 가꾸는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호 보기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