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10호

[이번 주의 인용문]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지 말라. 그대를 살아 있게 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라. 그리고 가서 그 일을 하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목숨을 이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Don’t ask what the world needs. Ask what makes you come alive, and go do it. Because what the world needs is people who have come alive.”.Howard Thr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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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3월 19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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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교육과 삶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산업이 요구하는 생산 기능을 충족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양성기관이 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만의 특징이 아니라 어느 산업 사회나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교육은 그와 같이 자본의 필요를 충족시켜 돈을 버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보수를 받는 교사가 교육기관을 통해서 가르치는 것이고 학생은 그 요금을 지불하는 것인 경우에 그것이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소위 “인문학” 강좌라는 것이 요즘 많이 등장했고, 또 교양강좌가 자치단체 수준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하기 위한 사회교육의 목적으로 많이 개설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제공하는 교육은 아니고, 기성세대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제도입니다.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제공하는 교육의 성격입니다. 돈을 주고 구입하는 교육이 직업능력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 말고 어떤 교육을 또 제공하고 있느냐 하는 것을 질문할 수가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교육기관에서 직업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구입하는 종류의 교육이 바로 기성세대가 다음세대에게 제공하는 교육의 시작과 끝이며, 그 전부라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간에 있을 수 있는 대화와 가정교육은 물론 자녀의 온전한 정신적 신체적 성장을 가장 중심에 놓는 것일 수가 있고, 다른 어떤 물질적 가치나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어색한 것이겠지만, 절실한 관심은 자녀가 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잘 사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교육제도와 제반 교육 행태와 관행, 교육시장은 사실은 교육 장사꾼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관심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도교육인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느냐 하는 것은 사람이 받는 교육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며, 학생들은 여기서 이 사회의 핵심 가치를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사회가 아니 자본이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 산업사회에서 불안정하지 않은 안전한 직업을 가지고 평생을 험난하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조금 욕심을 내서 덧붙인다면,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여 큰 돈이 걸려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핵심적인 길목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일반화해서 말하느라고 너무 형이하학적 수단적인 것만 이야기한 것 같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은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것은 비단 지금 시대의 문제는 물론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이 민족에게 그 열기가 높은 교육의 목적은 번듯하게 사람 구실을 하라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인생의 근원적인 목적이나 사회 공동체의 역사, 미래의 이상에 대한 이전세대의 경험과 사유(思惟)의 전수와 공유를 위한 교육이 기성세대에 의해 거의 완전히 포기된 것이 바로 지금 시대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그런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래세대의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애써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그런 탐구자는 정말로 고상한 동기를 품은 학생이지만 기성세대의 아무도 그것을 그에게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를 무책임하게도 험난한 길로 인도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한평생은 먹고 살고 자녀를 위해 돈을 버는 일에만 바치기에는 적당하지 않으며, 일생을 일관하는 의미와 초점이 있지 않으면 어쩌면 너무 길어서 지겹고 행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생을 갈고 닦으며, 그 경험과 결과물을 후세에게 전해 주어 가업을 잇게 하고 싶은 그런 가치를 가지고 사느냐 하는 것이 지금의 질문이며, 그런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나 생계와는 관계가 없을 수 있지만, 여러 세대의 평생에 걸친 노력에 의해서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는 지능은 인간에게 주어졌지만, 인간이 만든 사회가 그것을 도외시한다면 그런 사회는 돈과 천박한 문화만이 판을 치는 야만사회일 것입니다. 한국의 교육현황은 야만사회의 고착을 향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공이산의 고사에 나오는 것과 같은 황당한 (반생태적) 포부는 별개로 한다면, 그런 인생을 의미 있게 하는 숙원을 이루기 위한 가업의 계승 일념은 전근대 사회의 정서 중에서 지금 우리가 서둘러 되찾아야 할 정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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