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15호

[이번 주의 인용문] 우리는 지불 안 된 계산서에 직면한 최초의 세대이고 그 계산서를 회피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다. 우리는 중대한 추세로부터 빠져 나와야 하며, 우리의 시각을 교정해야 하며, 카우보이식 행동으로부터 우주여행자의 행동으로 우리의 행동을 적응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 절실한 이행은 우리가 운용할 용량이 제약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능력에 달려 있다.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 온 모든 것에 모순되는 소화가 잘 안 되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우리는 무제한의 행위의 자유를 중심으로 세워진 정치적 수사를 들으며 성장했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나 언제든지 어느 때나 할 수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현대적 철학이 여지껏 아무 도전도 받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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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Øystein Dahle, Circulation Economics, Peter Lang출판사 2007, 서문.

2010년 5월 7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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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경제 대 순환 경제

자원순환보다 더 경제의 운용원리 자체에 대해 문제를 인식할 때 우리는 폐기물의 발생이 아니라 낭비의 발생에 대해 주목하게 됩니다. 낭비는 특정한 목적 달성의 능률을 위해 만든 기술이나 제도가 그 목적을 달성하는 정도보다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때 과연 처음에 달성하려고 했던 목적이 그 정도의 희생을 감수할 의미가 있었던 것인가를 반성해 볼 경우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어떤 목적의 달성에 획기적으로 기여를 하는 제도나 기술에는 거의 언제나 부작용이 따릅니다. 거의 모든 인체에 투입하는 약품이 그런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렇더라도 그 약물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약물의 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고 그 대신에 엄격한 임상 검사를 거쳐 까다로운 조건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그 약물을 투입하게 됩니다.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그런 취지에 따라서 하게 됩니다. 이는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특정한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하는 주체가 그 기술이 다른 해로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나라의 법령에는 이러한 원칙이 도입되어 있으나 이는 거의 지켜지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4대강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요식행위로 끝내고 급속하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것은 자원의 낭비입니다.

이러한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이론적으로 거치는 절차가 비용-편익 분석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어떤 제도나 사업을 도입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서 목적의 달성으로 인한 편익과 이를 달성하는 데 드는 금전적 비용, 기타 부작용에 대해 보상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의 크기를 비교하여 그 제도나 사업의 추진이 타당한지를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이 분석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은 말 그대로 자원 낭비적인 사업이나 제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일이나 개발사업에서 경제학이 하는 일은 이처럼 자원이 낭비되고 있지 않은지를 체계적으로 따져보는 일입니다. 이는 지금 구상되고 계획이 마련되는 장래의 사업이나 제도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은 기존의 체계를 구성하는 제도들이 낭비 유발적인지를 검토하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연구자금을 확보하기가 곤란한 연구주제이기 때문에 수행되지 않지만, 현실을 개선하는 데는 장래 사업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의 남북 분단과 대결체제는 얼마나 낭비적인가? 직장을 가진 사람은 밤낮 없이 격무에 시달리다가 심신이 고갈되게 만들고, 많은 사람을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게 하여 스트레스를 받게 하거나 심신이 피폐해지게 만드는 현재의 고용 시스템은 얼마나 낭비적인가?”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사람 역시 생명을 타고난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혹사하거나 남용하면 생기를 잃고 고갈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낭비의 원인은 무엇인가?

1) 기본적으로 어떤 제도나 사업이든 그것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그것이 전국적으로 대규모로 추진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공동체 단위에서 실험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일시에 시행되는 것이 한국에서는 너무도 익숙한 방식입니다. 이러한 일률적인 정책과 조치는 몇 가지 경우에서 검증된 이론을 전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이나 경우들에서는 꼭 맞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일률적으로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입니다. 물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당국에서는 예외를 인정하다보면 정책이 무력화된다고 항변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항변에는 정책의 효과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욕구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은 현장에 가까운 기초단위의 공동체에서 자기 공동체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 그 공동체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전국적인 정책을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집행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면밀한 조사와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장기적인 연구 추진을 위한 기획능력 자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상적이고 단순한 이론에 의한 과잉의 일반화 경향은 종교적 정치적 절대주의와 부합하는 것으로서 정복하고 지배하려는 남성적 욕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의 과학기술의 발전방향을 정해온 것으로서 획일적인 관리를 위한 컴퓨터 문명을 극도로 발전시켰습니다.

2) 낭비는 일을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끼도록 제도화되어 있는 금융 시스템, 고용제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됩니다. 쉴 틈 없이 일을 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교육을 통해서 전수되고 세뇌되어 그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꺼리게 합니다. 시장경쟁 자체가 낭비를 부추긴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쟁보다는 큰일을 벌여 자신의 중요성을 확인시키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여 안정된 생존을 이어가려는 의욕 때문에 불필요한 일들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는 중세 이후의 자본주의적 제도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3) 낭비는 목적에 비한 수단의 과잉에 의해 발생합니다. 작은 불편을 회피하려다 보니 큰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흔히 발생합니다. 특히 도심의 복잡한 길을 통과하여 목적지에 가야 하는 데 굳이 자가용차를 몰고 가다가 몇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행동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게 남아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필요한 것보다 월등한 능력과 자원이 동원되었으므로 정해진 목적 외에 다른 주변의 목표들에도 큰 고려 없이 손을 대게 됩니다. 그것은 반드시 비효율과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는 현재 화석연료를 지구로부터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추출해 쓰는 에너지 조달 시스템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종합하고 요약을 한다면, 구체적인 현황에 대한 고려를 무시한 획일성, 낭비는 일을 쉬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과 문화, 그리고 목적에 비한 수단의 과잉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러한 낭비를 지속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며,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자원을 사용하지 못하고 하찮은 일에 자원을 낭비를 하므로 언젠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낭비의 경제를 순환 경제로 전환하는 일은 다양성과 차이에 주목하는 인식론적 혁명, 일에 대한 태도의 전환, 그리고 에너지 조달체계의 전환에 의해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합리적 행동의 유도에 의해 가능하지만 그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제가 낭비 경제인지 아니면 순환 경제인지를 직관적으로 판별하는 기준은 그 경제가 생태적인지, 그 안의 생명체들의 온전한 건강과 활력을 유지해 주는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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