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16호

[이번 주의 인용문] “도덕과 부는 서로 간에 저울의 접시 위에 올려놓았을 때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하나는 내려가야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닌가?...그래서 어느 한 나라에서 부와 부자가 존경을 받으면 도덕과 선은 덜 존중받는다. ...그러한 국가는 필연적으로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가난한 자들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부자들은 다른 나라를 이룬다. 이 둘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악을 행하려고 궁리하면서 같이 산다.(ἐπιβουλεύοντε󰐠)

그리고 결국 그들 (지배하는 부자들) 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무장을 했을 경우 적보다 더 두려운 군중의 시중을 받아야 하든지 아니면 그들의 시중을 못 받는 경우에는 전투에서 오직 미약한 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며 게다가 그들은 돈을 아주 좋아해서 세금을 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플라톤, 국가론 제8권

2010년 5월 28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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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제재와 자원낭비 메커니즘

자립하는 국가의 경제에서는 세계와 긴밀히 연결된 경제의 경우보다 외부세계의 경제제재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군사적인 압력을 계속 가하게 되면, 그 나라는 이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자립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에 무거운 부담이 생깁니다. 과도한 인력이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못하고 국경을 수비하는 일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나오는 생산물을 외부에 판매하여 군사행동에 필요한 다량의 연료를 수입해야 합니다. 그러면 국민이 일은 열심히 하지만 그 일의 대가로 정상적인 소비를 하지 못하고 헐벗고 굶주리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길은 전체 국민을 군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즉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군사활동과 생산활동 간에 인적자원과 시간의 배분을 상당히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불필요하게 초래된 긴장상태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분야에 자원이 사실상 불필요하게 투입이 되었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원인을 제공한 것이고 내부적으로 자원의 낭비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 분야의 자원의 낭비는 곧 체제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군사적 행동으로 경제 봉쇄를 가하는 측은 군사적 긴장 조성을 통하여 국방비를 증액하고 관련 분야의 기술을 발달시키게 됩니다.

그 동안에 군사분야에 투입된 인력과 기술은 군사적인 필요에 부합한 것이었는지를 질문할 수 있습니다. 봉쇄와 제재를 오랫동안 당한 국가의 입장에서는 군사적 필요에 부합한 수준을 넘기가 당연히 힘듭니다. 그러나 그 나라를 봉쇄하는 부국은 만약 군사적 필요 이상으로 그 분야에 낭비적인 과도한 지출이 있었다면, 그것은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는 쪽으로 사용되게 됩니다.

이런 군사기술은 일상생활에 도입되어 생활의 편리를 수단을 제공하며, 그 수단은 항상 현재 존재하는 필요를 훨씬 뛰어넘는 용량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화해 갑니다. 컴퓨터는 인간의 사무처리 속도를 크게 향상시켜 주었습니다. 그 결과로 많은 시간이 남아돌고 또한 컴퓨터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도 다 발휘되지 못하고 그냥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는 다시 시장의 논리에 의해 낭비적인 활동을 유발합니다.“군사분야 → 산업분야 → 일상생활” 이런 순서로 기술이 흐르다 보니 항상 과도한 용량과 능력이 처분 가능한 상태로 확보되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자원낭비의 요인입니다. 그리고 그 기점은 첨단 군사무기의 개발입니다. 첨단 군사무기의 개발에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군사적 긴장의 조성이며 군사적 긴장의 조성은 자신과는 다른 문화와 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웃나라를 불신하고 야만시하고 적대시하는 태도가 정치적으로 표출되어서 생깁니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군사적 긴장으로 나타나 일련의 인과관계에 의해 자본주의 세계에 의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지만, 순수한 심리적 요인과 함께 산업자본으로부터의 경제적 동기가 암암리에 작용합니다. 인간은 정보와 통신과 교통에서 더욱 많은 자유를 원하며, 산업기술은 이러한 인간욕구를 자극하여 산업생산을 하는 쪽으로 발달해 온 것입니다.

군사 분야의 팽창은 산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술혁신의 원천이 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계기가 되므로 장기적인 이해관계에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본주의 문화와 제도에 아직 굴복하지 않은 국가들은 악마적인 국가로 색칠이 되고, 군사적 위협을 받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자본주의 국가의 자원과 에너지 낭비로 자본주의 세계가 스스로 붕괴할 것인가, 아니면 전세계가 통일된 자본주의적 규범을 따르는 데서 종결될 것인가?’ 이는 한반도의 장래운명과도 직접 관련이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24일 천안함 사태에 대한 담화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6.25 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전쟁의 상처로 고통 받고 가난으로 헐벗던 그 때의 그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헌법적 가치로 삼아 눈부신 `발전의 신화'를 성취해 왔습니다. 당당히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국민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공동 번영과 세계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변했습니다. 지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떻습니까?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 북한 정권도 이제 변해야 합니다. 오늘날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평화를 지킬 수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도 없습니다. 세계와 교류하고 협력하여 전 인류가 가는 길에 동참해야 합니다. ....”

자본주의 경제는 非자본주의권에 대한 긴장의 조성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 온 것이 사실이며, 그 과정에서 공격적인 측은 자본주의 국가들이고 수세에 몰린 측은 非자본주의 국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번 사태의 경우에는 아직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말할 때, 어느 쪽이 더 병들고 어느 쪽이 더 자원을 낭비하고 생명과 평화에 위협이 되는지는 분명합니다.

위에서 인용한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은 자본주의에 항복하지 않은 공동체에 대한 일종의 위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의 경우에는 특히 “협박과 테러를 자행하고 분열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했다는 유죄판단에 근거한 위협이 부당한 유죄판단에 근거한 것일 개연성도 적지 않습니다.

군사적 패권주의와 낭비적인 경제를 연결시켜 주는 것은 과학기술이며, 인류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달 형태가 달라져야만 합니다.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으로 군사주의와 야합해 온 혐의를 받아 마땅한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순환경제, 낭비 없는 경제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념의 재설정과 구조조정을 해 가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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