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18호

[이번 주의 인용문] 지하에서 잠자는 광물자원과는 달리 살아 있는 자연(자원)은 생태계 그 자체이며, 갱신 가능한 것이다. 인간은 생활에 필요한 자원을 살아 있는 자연의 일부를 이용하여 획득하고 있다. 생태계의 갱신 능력을 초과하지 않으면 인간생활은 지속가능성을 보장받는다. 현재의 자연자원의 이용방법은, 생태계의 운영방향(법)과 합치하지 않고 있다. 죽은 자연자원인 광물자원을 취급하는 공업의 원리를 살아 있는 자연자원에 적용하여 자연을 죽은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 농어촌사회연구소 권영근 소장, 지역내 물질순환형 사회(농업) 형성 운동의 전개방향과 과제

2010년 6월 11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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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자원과 화폐

화폐를 지금은 국가가 거의 다 종이돈으로 발행하며 이를 불환지폐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금이나 곡물이 가치척도의 역할을 해서 화폐로 통용되었다고 합니다. 자연으로부터 캐어내고 길러내서 세심하게 선별한 1차 산업의 산물, 이것이 부를 의미했고 가치의 척도가 되었습니다. 화폐가 되려면 질적으로 균일하고 작은 양으로 얼마든지 분리가 가능하고 비교적 가치가 높으며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으면 비록 국가가 인정하는 국정화폐가 아니라 할지라도 돈이나 마찬가지로 쓰일 수 있고 그 소유가 부를 뜻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공업용 원료들, 특히 부패의 염려가 없는 광물자원들은 이처럼 화폐와 부를 이룰 수 있는 속성을 지닙니다. 물론 같은 원재료라도 같은 양의 금과 구리, 철은 가치가 다른 것으로 취급 받습니다. 희소성이 다르기 때문인데 희소성이란 개념적으로 유용성과 양적 제한성으로 분해됩니다. 이로부터 가격수준을 설명하기 위한 근대경제학의 수요, 공급 이론이 도출된 것입니다. 화폐는 이처럼 물리적 근원적 성질이 다른 것들의 가치를 비교하는 단일한 척도인 가격의 발생과 함께 발생하고, 가격에 근거한 물자들의 거래를 도와주는 수단이 됩니다.

지금 시대는 에너지를 포함한 자원의 고갈에 대한 염려가 크게 증폭되어 가는 시대이며, 국가나 민간 어디에서도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강조하는 않는 데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원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원낭비를 방지하는 기술적 실무적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경제학자들은 자원생산성이란 개념을 만들어서 일부 국가에서는 국정운용의 지표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자원생산성은 분자는 부가가치생산액이고 분모는 총물질소비(TMC) 혹은 국내물질소비(DMC) 같은 것으로 일정한 자원을 투입했을 때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문제는 다종다양한 물자들을 어떻게 합산하여 자원 투입의 총량으로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희소성이나 가치의 차이를 무시하고 중량을 합산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자원의 화폐가치로 합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폐가치로 합산할 경우에는 거기에 자원채취에 따른 생태계 파괴 보상 부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며, 환경경제나 생태경제가 아닌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 안에 머무는 것으로 비판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중량을 합산하는 것도 무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원의 가치를 합산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일까요? 머리가 좋은 환경경제학자들이 열심히 파고들면 나오지 못하리란 법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학의 관점을 접고 생태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다면, 원칙은 분명합니다. 즉, 자원의 채취와 확보의 전과정에서 지구의 생태계에 얼마나 무거운 부하를 주느냐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채취하는 인간에 대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그 자리에 존재하기 위하여 저항을 합니다. 산 속의 나무에 자연스럽게 달린 무르익은 열매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그것을 취하는 데 별로 저항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산을 통째로 허물어서 귀금속의 광석을 캐내고 그 광석을 녹여서 금속을 얻는 데는 무시무시한 폭력이 수반됩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금속자원으로 인간에게 엄청난 가치가 있는 용도로 쓰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고, 이런 것이 자원생산성으로 측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환경경제학에는 그런 복잡한 생태계 파괴 과정을 파악하고 측정할 방법이 없고 솔직히 그것을 크게 문제시하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물자를 합산하여 자원의 수량을 도출하는 데 화폐가치를 쓰는 것은 자원고갈의 책임이 있는 구시대의 경제학 패러다임에 묶이는 것이고, 자원경제학자들은 화폐가치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자원의 희소성, 고갈가능성을 고려한 자원량의 지표를 발명해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시장이 평가하는 자원의 가격보다 좀더 장래의 전망을 과학적으로 반영한 가중치로 자원량을 합산하는 방식이 되겠지만, 결국은 화폐와 유사한 작용을 하게 될 것입니다.

즉, 다양한 물성을 지닌 것들을 서로 비교하여 단일한 단위로 환원시킨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화폐와는 다른 새로운 부의 측정단위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률적 측정단위인 화폐가 부의 집계를 용이하게 하여 축적의 열정을 부추겨 주고 그래서 다양한 생태계와 문화를 파괴하고 획일화한 결과를 가져온 근원적인 한계를 경제학자들이 만드는 자원생산성이란 개념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반면에 생태발자국, 탄소발자국이란 측정단위는 생태경제학의 개념으로서 환경부하를 측정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전과정적으로 그 부하를 평가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물질의 투입량을 측정하는 데 이론적으로는 타당합니다.

둘: 환경·자원경제학과 생태경제학

환경경제학과 자원경제학은 환경을 공공재 또는 생산요소로 보는 근대경제학 체계의 일부를 이루며 선진국에서는 20세기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핵심세력에 들어가 있는 곽승준 교수가 환경경제학의 전공자로서 비용-편익 분석의 대가입니다. 이들의 경제학 패러다임에서 녹색성장과 자원생산성 향상의 방향이 도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생태경제학은 부가가치를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국민소득의 개념 자체를 문제시하며, 우리가 사는 지구나 국토의 환경용량을 심각하게 고려하여 경제활동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생태경제학은 기존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화폐가 하는 역할을 심각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한정한 규모의 확대와 생태계의 남용을 불러일으킨 메카니즘이 화폐와 금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국가운영 방향에서 대하여 친환경과 자원절약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세력은 없습니다. 그런데 환경·자원 경제학의 관점과 생태경제학의 관점은 분명히 다르며,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장차 이러한 이론상의 대립과 궤를 같이하게 될 것입니다. 크게 우려가 되는 점은 생태경제학이 우리나라에서 너무 빈약하고 개념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수적인 환경·자원 경제학의 논리가 상당 기간을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소 동향

1. 지난 6월 8일에는 생명창고, 지역순환사회 추진 전국협의회 창립총회에 참석했습니다.

2. 중국서적 “순환경제학 개론”과 “순환경제의 철학적 기초”를 주문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순환경제촉진법도 약 2년 전에 제정이 되었고, 순환경제라는 용어를 제목에 포함한 책들이 다수가 있습니다. 본 연구소에서 모색하는 순환경제와는 여러 가지로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중국의 학자들과 교류를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3. 6월 20일에는 푸른경기21실천위원회에서 개최하는 세미나에서 “자원순환도시의 이해와 지표 설정의 방향”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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