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24호

2010년 8월 13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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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의 경제

경제학에서 최적(Optimum)의 해법은 주어진 제약조건에서 목적이 되는 효용이나 이익을 최대화하는 개념이고 파레토 최적이라는 말은 여러 경제주체가 있는 경제에서 다른 사람의 효용을 줄이지 않고는 내 효용이 더 이상 증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에도 다른 사람의 이익이란 제약요소가 엄연히 버티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합리적인 행동이라는 것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제약조건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는 그런 합리적 행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나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출을 하되 그 지출의 내역을 최선으로 하는 소비행위가 아니라 수입과 지출이 맞지 않는 상태, 그것도 장래에 수입이 증가하여 채무를 모두 해결할 확률이 희박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이 한국에서만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사람은 살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도피가 보편적인 답이 될 수는 없다. 아주 희박한 가능성을 바라보고 생존을 위한 분투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성행하는 것, 그것도 깨달음을 위한 종교가 아니라 무조건 믿어 제키는 종교가 성행하는 것은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것을 믿음으로 바라고 적극적으로 분투하는 삶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질긴 생명을 가진 존재라서 그런지 합리적인 계산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채무를 감당하면서 회생하는 기적을 일으키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한국 사람의 잠재의식에는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들이라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습성 때문인지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인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운동경기에서 보여주는 이상 열기와 깜짝 놀랄 만한 성적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이런 삶의 방식에서는 정해진 한도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 언제나 남들보다 더 잘 해서 선택이 되고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하면 충분히 노력했다는 개념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끝없이 부족하고 항상 더 보충하고 노력할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다른 취미생활을 한다거나 일과 관계없는 책을 읽는다거나 일과 관계없는 시사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열심히 해도 늘 부족하고 마음이 편하지 못한 상태, 이것은 변덕스러운 주인에게 완전히 종속된 노예의 정신상태이다. 아무리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도 주인의 마음에 드는 데는 항상 부족함이 있어서 늘 가슴을 졸이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시도 편안한 마음을 가지지 못한다.

이런 불가능한 삶의 조건을 곡예하듯이 혹은 미친듯이 살아가도록 한국인의 체질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불균형한 구조에 기인하며 물론 그 구조는 역사적 지정학적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농민, 도시의 서민, 중소기업 경영자, 자영업자 그 누구도 이러한 불가능성의 경제에서 벗어나 살고 있지 않다. 심지어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관료, 대기업 직원, 사업가, 학자들도 대부분 주어진 조건에서 가능하지 않은 목표를 강요받거나 스스로 그런 목표를 택하면서 불가능한 삶을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일에 올인한다는 표현을 넘어서서 쉬면 불안하여 항상 일을 해야만 하는 노예와 같은 상태이고 그것이 체질화된 것을 “일중독”이라고 부른다.

우주 안의 지구생태계에는 온갖 존재들이 서로 유형무형의 관계를 맺으며, 지구 위에서의 시간에 스스로를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가능한 조건과 목표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그런 시간의 흐름과 속도를 무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존재들을 공존하는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무리한 목표 달성은 정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원(資源)”이라는 개념 자체는 자연을 인간의 목적에 봉사하는 죽어 있는 것들의 창고로 보는 것이다. 이런 개념과 함께 인류문명은 지구상에서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한 결과를 달성했다.

비인간계에 속하는 자연만이 아니라 동료인간과의 시대적 공존을 무시하면서 불가능의 경제를 살아가는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은 사람도 유용하게 가져다 쓸 무생물 개념의 자원으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는 타인을 대상화하기 때문에 나는 정복자, 주체의 쾌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 자신이 불가능의 조건-목표 체계의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 그런 예속상태를 타인에게로, 지구 전체로 확산하는 것이다.

그것은 부동산과 채무가 한국 사람들을 불가능한 일을 하면서 살도록 얽매고 있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8월 15일에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서 해방되어 자유 상태로 살고 있단 말인가? 불가능성의 조건-목표 체계에 따라 영혼 없는 좀비가 되어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체계를 강요하는 거대한 악을 깨닫고 이에 맞설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연구소 동향

1. 8월 13일에는 푸른경기 21과 “지속가능한 경기도를 위한 시․군 자원순환 지표 개발 및 민관협력 모니터링 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를 하기로 계약을 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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