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27호

금주의 인용문:

폭력, 성차별, 보편적 악의는 가능한 행동 범위의 한 부분집합을 대표하므로 생물학적인 것이다. 그러나 평화의 사랑, 평등, 친절도 똑같이 생물학적이며 그런 것들이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구조를 우리가 창조할 수 있다면 그런 것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 Stephen Jay Gould

Violence, sexism, and general nastiness are biological since they represent one subset of a possible range of behaviors. But peacefulness, equality, and kindness are just as biological–and we may see their influence increase if we can create social structures that permit them to flourish.

2010년 9월 3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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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를 모아놓은 공직사회

쓰레기가 모이면 쓰레기 더미가 된다. 그런데 쓰레기 자체가 가치가 있는 것들이 무가치하게 뒤섞여 있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그 자체가 쓰레기가 아니다. 그러나 제 위치에 있지 않고 엉뚱한 위치에 있게 되면 쓰레기 취급을 당하게 된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었던 김태호 씨도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진 엘리트인 것만은 사실이겠지만 공과 사를 구분할 줄 모를 정도로 공인으로서의 인격형성이 제대로 안 된 사람이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어 국회의원들의 청문회에서 장시간 야단을 맞다가 사퇴한 것은 쓰레기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쓰레기를 치우는 데 국회의원들만 아니라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국민이 들인 시간낭비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오늘 아침에는 외교부장관의 딸이 외교부의 공무원 특채에서 단독으로 선발된 것에 대해 크게 보도가 되었다.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자면 그것이 아무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고, 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버지가 외교부 장관이라고 해서 왜 그 딸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 받아야 하는가 하는 공민권 상의 의문도 성립할 수가 있다. 하기는 이북에서 국가원수의 아들이 대를 이어 그 자리를 승계한 것도 기회의 균등이란 논리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어떤 자리든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김태호 씨가 도청의 관용차를 부인이 사용하도록 한 것도, 도청 직원을 파출부로 쓴 것도 이유가 없지는 않다. 김태호 씨의 부인도 경상남도의 도민이고 도민이 도지사에게 민원으로 부탁하는 것을 도지사가 들어 준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도청 직원이 도청에서 따분하게 서류를 만지고 있는 것보다 도지사의 집에 가서 대신 살림을 해 주는 것이 도지사의 시간도 절약해 주고 보안도 지켜 주면서 더 도의 행정에 능률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반의 통념이나 상식이 틀린 것인가 아니면, 그 당사자들이 공과 사를 구분할 줄 모르는 것인가?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대해서 한국 사람들이 불투명하게 알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나와는 관계가 먼 공직자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직관적으로 분노를 느끼고 비난을 하게 되지만, 나 스스로나 아주 가까운 사람이 그런 공직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는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지를 잘 몰라 편하게 생각되는 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역지사지해서 보편적인 행동규범을 나 자신과 나와 무관한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날카로운 직감적 도덕관념을 나에게는 느슨하게, 그리고 타인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실정이다.

많은 사람들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을 동정심과 같은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법이나 공권력을 집행하는 냉혈적인 능력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자행된 허다한 유혈폭력을 정당화해 준 논리가 되었다. 그것은 특히 강자에 의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강자의 공인의식의 내용으로 된 것 같다. 진정한 공과 사의 구별은 무엇일까? 그 정신은 사사로운 감정이나 동정심 때문에 냉혹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없는 것인가?

필자가 믿기로는 진정한 공인 의식, 공과 사의 구별은 바로 나 자신에게 엄격하게 적용할 때 본래의 의미가 살아난다. 부당한 압력과 불이익의 협박이 있어도 양심을 지키는 것, 공적인 재물을 도둑질하지 않는 것, 공적인 권력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쓰지 않는 것, 그럴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공과 사를 구별하는 길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부도덕을 궤변과 공적 조직의 논리로 합리화하고도 태연한 인간들을 모아놓은 조직, 그런 인간들을 키워내는 조직사회는 쓰레기를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최고위층부터 공과 사의 구분이라는 공직 윤리의 기본내용은 왜곡되어 있으며, 조직에 충성하는 관습 때문에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직논리가 인간 쓰레기 더미와 사회적 낭비를 만들어내는 주범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일을 해야 하는 고귀한 인격체이지 쓰레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쓰레기도 제대로 분류해 놓으면 유용한 자원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과 사를 옳게 구분할 줄 아는 가치관이 보편화되어야 하며, 이는 역사를 공정하게 쓰고 읽는 일과 관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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