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35호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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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와 기대: 정신적 영역의 대립하는 두 행동원칙

살다 보면 사람은 물자를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처럼 정신이나 마음도 새로운 생각이나 정보를 받아들여서 느끼거나 활용하고 또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거나 악영향을 끼치는 내용들을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는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는 내 머리를 대신해서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내 생각을 기록하면서 정리하고 또 논리적인 계산을 하여 어떤 결과나 답을 이끌어내는 데 사용되는 도구이다. 이 컴퓨터에도 삭제 기능과 휴지통에 버리기 기능이 있다.

유형의 물자에 대해서 우리는 꼭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거나 절약을 하여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고, 불필요해진 물자는 손질하여 다른 사람과 나누어 재사용하도록 하고 못 쓰게 된 물건은 해체하여 유가물을 회수해서 새로운 물자를 만드는 원료로 재생하고 그것이 불가능한 부분은 안전하게 처분하는 것이 지금 시대의 자원순환 정책 혹은 폐기물 정책의 기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개념과 원칙을 정신활동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 이 글의 주제이다.

마음의 찌꺼기, 마음의 쓰레기도 재활용한다면, 그것은 내가 겪은 일들, 내가 밟아온 길을 차근차근히 묵상하고 복기하는 것, 만남과 일을 통해 내가 깨달을 기회, 내가 변화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게 닥친 여러 가지의 것들을 오랫동안 소화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마음 속의 잡동사니인 쓰레기가 정리 안 된 채로 그냥 남아 있으면 나에게 독이 된다. 그것을 마음 속에서 태워 없애든지 밖으로 배출하든지, 아니면 재활용해야 한다. 마음 속의 앙금을 남에게 정리가 안 된 채로 쏟아 붓는 것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짐을 안겨주는 것이다. 마음 속에서 태워 없애는 것, 지워 버리는 것은 가능한가?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에 파묻는 것이지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남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내 마음이 위안이 되고 짐이 덜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 문제가 더 넓은 인간관계 속에서 풀리게 되면 모두에게 득이 된다. 그러나 마음의 쓰레기를 그냥 쌓아놓은 채로 산다면, 그것이 나의 언행에 파괴적인 요소로 남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게 된다.

머리 속의 잡념들을 억누르지 말고 떠오르는 상념들을 그냥 떠오르게 두고 그 의미를 천천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서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에너지와 정신적 활동을 할 원료를 얻게 된다. 깨달음을 추구하되 새로운 책이나 미디어에서 다른 사람의 입에서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스치고 가거나 나를 통해간 무수한 것들을 묵상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미래에 만족이나 행복을 달성한다는 기대를 가지고서 무슨 일을 결정한다. 돈을 쓰고 물건을 사들이는 것도 장래의 만족스러운 상태에 대한 기대감에서 그렇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천천히 생각하여 정리하고 계속 떠오르는 잡념들을 하나씩 관조하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과 은은한 행복감을 준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은 물자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나는 내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내 의무와 본분을 다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을 소비하면 된다. 그리고 필요한 일을 추진하면 된다. 어떤 상태에 대한 기대, 만족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일을 벌이거나 돈을 쓰거나 하는 태도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 나 또는 다른 사람의 필요에 부응하는 일을 한다는 태도는 소극적인 태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는 그 일이 잘 성사되지 않더라도 마음에 흔들림이 없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장래에 대한 기대 때문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사람은 항상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과 만족의 몫은 지금까지 우리를 거쳐 간 많은 사람들과 일들에 대한 기억과 회상, 그로부터 끌어내는 깨달음 속에 있는 것이지 앞으로의 일에 대한 기대 속에 있지 않다.

정신 속에서 쓰레기의 재활용은 기억과 정리와 해석이며, 이는 우리의 삶과 정신을 윤택하게 한다. 그래서 막연한 불만족과 장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서 추구하는 새로운 일과 새로운 소비지출을 줄여주고, 꼭 필요한 일과 꼭 필요한 소비지출을 하게 해 준다. (타인의 요청에 응답하는 것은 대부분 필요한 일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그래서 자원의 낭비를 방지해 줄 수가 있다. 이처럼 정신 속의 자원순환과 유형물의 자원순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새로운 외부의 정보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색다른 경험을 맛보기 위하여 기대감 속에서 어떤 일에 뛰어드는 습관은 사람을 지치게 할 뿐 아니라 자원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것으로서 낭비의 요인이 된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의 세계에 살 것이 아니라 현재의 필요의 세계에 사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그것은 내가 지나온 길에 대한 관조와 반성으로부터 깨달음의 충만과 함께 도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물자를 낭비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삶의 조건에 적응하다 보면 그러한 현재 행복과 필요의 세계에 더욱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소 동향

1. 경상북도 녹색성장위원회의 11월 4일 대구 심포지엄(순환사회와 녹색성장)에 토론자로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경상북도 녹색성장위원회 최용호 위원장님(경북대학 명예교수)과 박상우, 엄창옥 경북대 교수님, 영남대학의 노광욱 박사님 등이 순환경제의 관점에 큰 관심을 가지고 대구경북지역을 순환사회의 모델에 따라 발전시켜야 한다는 시각에서 심포지움을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순환경제연구소의 든든한 우군을 만났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로 했습니다. 특별히 노광욱, 박상욱, 엄창옥 세 분이 지은 “순환형사회 형성의 정책과 제도”(시그마프레스, 2009)라는 저서를 받았고 “순환경제로 가는 길” 책자를 드렸습니다. 순환경제연구소 설립 2년 만에 연구소 취지에 공감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동지들을 만난 것이어서 크게 고무적입니다.

2. 2010년 기독교환경운동 정책세미나

자원순환 사회를 향한 ‘교회의 자원재활용운동’

- 일시 : 2010년 11월 8일(월) 2시 ~ 4시30분

- 장소 : 본회 교남동 사무실 옆 세미나방

(711-8905, 서대문역과 독립문역 사이, 영천시장 맞은 편 인디안점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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