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37호

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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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 산업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

1. 자원과 물질순환

대자연에서 우리는 금, 수, 목, 화, 토를 기본적인 원소이고 자원으로 꼽는다. 자원은 자연에서 살아가거나 생물들의 터전이 되는 상태로 존재하는 것들을 인간이 미래에 쓰기 위해 채굴하여 선별, 가공해 놓은 것이거나 적어도 그렇게 예정하고 그 소유권 또는 이용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을 가리킨다. 자연에 존재하는 힘 또는 물질을 인간이 지식과 기술을 동원하여 그 쓰임새와 수량을 파악하고 중장비를 동원하여 채취해서는 인간이 즉시 이용하기 좋은 상태로 저장해 놓은 것까지를 보통 말하며, 그 물자를 이용해서 어떤 제품을 만들어 그 제품에 들어가게 되면 그 물자는 자원이라고는 부르지는 않는다.

요컨대 자원이란 인간이 개인적 혹은 집단적으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에 존재하는 것의 있던 장소를 파괴하여 그 존재를 취해다가 완전히 굴복시켜 통제 하에 두고 그것을 원료로 뭔가를 하려고 준비해 놓은 것이라는 경제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과거에는 자연에 신성한 힘이 존재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기 때문에 지하자원 등 자원의 채취, 삼림의 벌채는 극도로 통제된 상태에서 꼭 필요한 제한된 경우에만 허용이 되었다. 심지어는 전문 도축업자인 백정이 소를 잡는 데도 종교의식이 수반되었다.

그러던 것이 상품경제가 도입되면서 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취하고 그 자원으로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전세계를 상품시장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적인 생산방식이 등장했다. 이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으나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자원의 보고라는 극히 타산적이고 탐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자원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자원을 들여다가 가공을 해서 외국에 수출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개발 시대의 주된 논리였다. 자원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여 그 필요한 만큼을 자연으로부터 취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외국 돈을 벌기 위해서 많은 자원을 싼 값에 확보하여 들여다가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돈벌이를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조만간에 털어갈 자원의 창고 혹은 저장소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생산이 도입되기 전에는 자연은 스스로 복원력을 지녔고,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취한 물질은 태양과 지구의 힘으로 자연적 순환을 했다. 그러나 자연을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게 되면서부터는 자연은 황폐화되어 가고 인간이 마구 쓰고 버린 물건들이 또한 자연을 더럽히게 되었다. 이렇게 쌓이는 쓰레기는 자연의 힘에 의해 스스로 순환하지 못한다. 물은 어느 정도 태양의 힘에 의해 완벽하게 순환한다고 볼 수 있지만, 유기물질 자체는 외국에서 식량의 80%를 들여오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순환 고리를 이루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땅이 그것을 다 흡수할 수가 없어 슬러지 형태로 해양에 버려지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국제분업 구조에서 유기물의 순환이 이루어지려면 분뇨를 포함한 하수 슬러지는 80%가 퇴비화되어 식량을 수출한 나라로 보내져야 하고 나머지 20%는 우리나라의 농촌 토양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돈을 벌기에 바쁜 자본주의 경제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누구도 그런 골치 아픈 문제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유기물질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쪽에서는 토양의 고갈이 계속되어 사막화가 진행되고, 한쪽에서는 하천과 바다가 죽어간다. 그러므로 물질순환을 도외시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폭력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물질순환을 할 것을 전제로 한다면,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 될 것이다. 식량을 실어온 만큼 유기질 퇴비를 만들어 되돌려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우리나라의 농촌 들녘의 더욱 비옥하게 가꾸어서 한반도 안의 유기 물질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자연생태계의 유지에 더 맞는 것이고 더 경제적인 방안이 된다고 할 것이다.

보통 자원순환을 말할 때 그 대상이 되는 것은 금속,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과 같이 외국에서 들여온 자원을 화석연료로 가공해서 만든 물자들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자원이 국내에서 제품화되고 그중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수출된다. 그러나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생겨난 산업폐기물과 국내 소비 후에 생겨난 폐제품은 우리나라 안에 남게 된다. 그중에서 금속, 유리를 제외하고 플라스틱, 종이는 재생을 하여도 그 재생원료로 만드는 제품이 외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말하자면, 재활용제품으로 볼 수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이 국내에서 소비된다. 물질순환의 원리에 맞춘다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과 사용후 배출된 폐제품은 상당수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에서 리사이클 과정을 거친 후에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되어야 한다. 중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러 나라로부터 상당량의 재생원료를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으로 보내는 재생원료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만의 물질흐름의 관점에서는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며,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땅속에서 캐내거나 퍼올린 화석연료 등의 자원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몇 번 리사이클 된 다음에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로부터도 환영을 받을 수 없는 쓰레기가 되고 만다.

금속을 예로 들어 본다면, 철이나 구리는 재활용을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여러 번의 리사이클을 거치면서 분진과 슬랙의 형태로 자연계로 확산이 이루어진다. 니켈, 크롬, 아연 등의 도금재료는 더구나 도금이 된 폐제품 상태에서는 고철 등의 재생과정에서 회수될 수가 없고, 도금 공정에서도 상당수가 폐수에 섞여 처리가 된다. 이는 결국 무기슬러지 형태로 자연계에 확산이 되고 만다. 이러한 중금속은 지구상의 어떤 힘에 의해서도 분해가 되지 않고 동식물의 체내에 축적되어 영구적으로 생물체의 신체기능과 전체 생태계의 기능을 교란시키게 된다. 이 중금속이 생태계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무기성 슬러지를 고온 용융시켜 금속성분을 결정체 안에 영구적으로 가두어 두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고 소각이나 매립을 시키게 되면, 반드시 생명체의 활동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땅 속에서 잠자고 있던 광물을 산업적인 규모와 용도로 캐내어 자원으로 개발하면서 초래된 결과라고 하겠다. 이러한 금속 등 무기물질의 경우에 물질순환은 자연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인간이 일단 땅속에서 꺼낸 것을 산업적으로 리사이클을 시킨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유해한 성분이 자연계로 유출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2. 자원순환 산업: 플라스틱의 예

자원순환 산업은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에 따른 산업 생산 시스템에서 정맥의 흐름을 담당한다. 말하자면 현재의 산업생산 시스템에 대한 대안적인 산업형태가 아니라 거대한 생산시스템의 구성요소로서 영위되는 것이다. 외형과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산업의 논리에서 벗어나 있지 않으며, 비용의 절감과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 자본집약적인 설비투자와 자동화의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 가려는 생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원순환 산업이 일반 동맥 흐름 부분의 제조업과 다른 점은 산업원료가 배출된 쓰레기를 수거하고 선별하는 데서 나온다는 점이며, 자연생태계를 파괴하여 자원을 채취함으로써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리배출 및 수거, 선별 과정에는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아무리 자동화시킨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균일한 재질별로 선별된 폐제품은 기계동력에 의한 파쇄 혹은 분쇄의 과정을 거쳐서 재생원료로 된다. 이 단계는 보통은 규모가 작을 뿐으로 일반적인 제조업의 산업공정과 차이가 없다. 작업자들은 기계장치에 의한 산업공정에서 재해의 위험에 노출되며, 소음, 진동, 분진 등에 의한 환경악화의 가능성이 항상 있다.

또한 기계장치에 의한 공정을 가동하는 에너지는 거의 100%가 전기에너지이다. 그리고 전기에너지의 50%는 화력발전에서 오고 40% 정도는 원자력 발전에서 온다. 즉, 본래 땅 속에서 채취한 자원을 재생하는 공정에서 마찬가지로 땅 속에서 채취한 화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재활용산업은 수집, 선별활동을 제외하면 하나의 산업부문으로서 수출을 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산업부문에 비해 정부의 산업정책상의 혜택을 받지 못하여 영세성을 면하지 못하는 측면은 있지만, 자본주의적인 산업의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 산업 활동 자체가 소각과 매립을 방지해 주므로 환경보전에 기여한다고 하지만,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산업사회의 작동원리에 적응해 있는 산업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산업분야는 자원순환 산업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물질의 순환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순환을 이루어야 하는 유기물질의 순환체계 형성을 위해서는 국제경제질서의 대변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금속 등 무기물질의 경우에도 땅 속에서 캐어낸 물질이 생활환경 및 자연환경으로 분산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원순환 산업이 중금속의 확산 문제를 재활용을 통해 해결해 주지도 못한다.

그렇게 본다면 무기물 분야와 화석계 유기물의 경우에는 물질순환의 폐쇄체계를 이룰 수가 없으며, 원천적으로 채취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생명환경의 악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대격변에 의해 모든 생명체의 서식환경이 달라지고 이에 의존한 인류의 미래는 보장되지 못한다. 자원순환 산업이 산업으로서 이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자원순환을 한다는 명복으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 면죄부를 주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심각한 의식을 희석시킬 가능성조차 있다.

현재 환경부를 비롯한 관료사회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명분하에 자원순환 산업을 포함한 환경산업을 다른 수출산업과 같은 대기업으로 육성하는 산업정책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산업의 논리에 따라 자원순환 산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커진다고 해도 지금의 환경위기의 주범인 산업생산 체계가 오히려 보강되는 것일 뿐 조금도 다른 방향으로 변화가 되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다른 관료들은 고사하고 환경부까지도 지금의 환경위기가 어디서 초래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원순환 산업에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재사용을 포함한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 등 폭넓은 시민참여를 통해서 물질순환의 파괴에 의한 문제의 실상을 파악하는 의식을 확산시키고, 자원을 절약하는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현장에 그 산업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화석연료에 의존한 기계장치의 자동화와 자본집약화라는 산업의 속성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숙련과 세심한 선별 기법이 관건인 인력 중심의 서비스업 특유의 속성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3.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 산업의 모색

자원순환 산업이 영위되어 온 힘은 버려지는 자원을 찾아서 자발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하여 자생적인 활동영역을 구축한 소규모 기업체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업종에서는 인적 자원의 비중이 특별히 높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발달시켜온 수출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기업들로 이루어진 산업체계는 자원낭비와 환경악화의 주범이다. 산업의 발전 모델 자체가 지금의 자원순환 업체들이 지닌 특성을 띠도록 달라질 필요가 있고, 인적 요소가 중시되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 자원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절약하고 폐기물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달라져야 한다. 자원순환 산업은 대기업을 모델로 한 산업처럼 발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작은 규모를 유지하면서 더 인적 자원에 대한 관리와 자원에 대한 세심한 관리, 제품의 혁신에 노력하여 자생력 있는 작은 기업의 모델이 되고 동맥 산업 전체가 이런 모델로 달라지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전력과 같은 화석연료를 원천으로 하는 에너지로 가동되는 자동기계장치를 발달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에너지 사용효율을 높이면서 사용량을 줄이고 숙련된 근로자에 의한 철저한 선별과 처리 잔재물 등의 물질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혁신의 방향을 잡아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산업의 논리가 아니라 물질순환의 원칙에 따라 자원순환 및 자원순환 산업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하며, 특히 유기물질 분야에서는 이러한 접근시각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기 슬러지의 해양투기에 의한 해양오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금속 자원과 화석계 유기물질의 경우에는 사용량 자체를 최소화하면서 환경 중으로의 유해한 성분의 유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품가공 공정과 재활용 공정을 혁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관료들은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자원의 공급루트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환경산업은 돈벌이를 위한 블루오션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는 지속가능할 수 없는 산업정책이며, 자원순환 산업계는 그 덕을 볼 생각을 버리고 진정한 물질순환과 자원의 절약, 환경의 보전을 위한 기술혁신, 공정개선에 노력하고 이런 방향으로 자원순환 정책을 펼치도록 정부에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자원순환 산업은 지금의 환경위기를 가져온 자본주의적 산업체계의 부속물이 아니라 새로운 지속 가능한 산업발전의 대안적 모델을 창출할 수가 있을 것이다.

[월간 환경과 에너지 2010년 12월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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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환경공단 융자지원분야 정책 제도 협의회 참석 예정.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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