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38호

2010년 12월 3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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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북한의 3대 세습은 군주제를 채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군주제는 인류 문명사에서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가장 오래되고 검증된 통치체제이며,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민주공화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정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민주공화제는 아직도 인류역사에서 실험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므로 북한과 같은 고립된 나라가 군주제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더라도 고려조와 이조시대는 오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내정, 외교, 국방, 교육, 사회문화 등의 행정체계가 안정화되어 있었다. 실록과 같은 기록유산이 어떻게 기록되고 보관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실감이 난다.

적어도 단지 혈통에 의해 왕위에 오른 평범하거나 무능한 국왕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국가체제는 결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론적으로는 민본사상을 신봉했다. 많은 사람들은 남한의 정치, 행정 체계가 한반도 전체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보며, 북한도 강력한 공권력에 의한 통치 말고는 한반도 전역을 관할할 능력은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고려, 조선시대는 적어도 초창기에는 한반도 전체를 문화적으로 훌륭하게 가꾸고 이끌어 나갔다.

오늘날 북한의 세습이 세습이 아니라 북한 고유의 시스템에 의해 능력 있는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제도라고 강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고려, 조선시대의 군주제였다. 오히려 지금의 북한보다 더 완벽한 국가운영체제를 구축해 놓았던 것이다. 그러니 북한이 군주제가 아니라고 애써 주장하는 것은, 그래서 시대착오적인 정치체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우스운 이야기로 들린다.

군주제는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입헌군주제로도 될 수 있고 과거의 프랑스나 러시아와 같은 절대왕정으로도 될 수 있는 유연한 제도이다. 나는 북한이 입헌군주제로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일본과 영국처럼 문화적, 정신적으로는 왕을 섬기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 말이다. 새로 군주가 될 사람이 30세가 채 안 된 상황에서 복잡한 현실의 내정과 외치를 주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단지도체제가 되고 그것이 발전하면 입헌군주제로 갈 수도 있으며, 그것을 축하해 주지 못할 망정 폄하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세습에 대한 발표가 있고 나서 한동안은 그런 식으로 세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가 가능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졌다. 들리는 말로는 세자책봉을 받은 자가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인민의 영웅이 되기 위해서 그런 일을 꾸민 것 같다고 한다. 가능성이 있는 분석이며, 그렇다면 북한이 추구하는 군주제는 입헌군주제가 아닌 절대왕정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국왕이 되기 위해 전쟁영웅의 이미지를 사전에 심어주는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에나 있었던 일이다. 족장시대의 관습이 아직 남아 있던 군주제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다. 입헌군주제를 실시하는 영국의 찰스 왕세자도 아르헨티나 포틀랜드 침공 시에 공군으로 참전했었다. 부도덕한 침략을 영웅적인 행위로 보는 야만민족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예이다.

군주제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동양과 서양에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가지고 있다. 군주도 민심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침략을 좋아하는 경우에는 오래 가지 못하고 비참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고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한 왕들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어느 나라 역사에나 있다. 북한 지도층도 이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외부의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도 남을 북한 지도부가 비이성적인 행동을 표출한 것은 모두를 고민하게 만들고 고통스럽게 한다.

사실상 더 비뚤어진 것은 남한의 권력층의 태도이다. 이는 마치 G20이다 뭐다 돈 벌고 명예를 얻는 데 혈안이 되어 가정을 돌보지 않던 부모가 자식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그것마저 돈으로 해결하려는 추태를 부리는 것과 똑같다. (물론 남한과 북한은 형제관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비유를 그렇게 바꿀 수도 있지만 실생활에서 그런 적합한 예가 별로 일반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로 비유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람) 자식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집안의 안전경비를 담당하는 집사를 내쫓는다. 경찰서에 부탁해서 자식이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게 사전에 감시를 철저히 하도록 손을 쓰고 자식이 기거하는 방에 온갖 첨단 장치를 해서 특별 관리를 하게 용역을 주고 문제아 심리전문가들을 불러서 맞춤형 관리를 하도록 하는 방식, 그렇게 돈과 첨단지식과 기술로 해결하려는 것이 바로 남한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이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은 고장 난 기계가 아니라 자존심을 가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돈으로 문제아를 바꾸지 못하는 것처럼 남한의 돈과 실력으로 결코 달라지게 할 수가 없다. 그동안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고 고민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근본원인일 수밖에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지 않으면 집안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 문제아의 부모가 살아가는 방식, 돈과 명예를 쫓아 정신 없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돈과 인맥과 명예를 쌓아서 무엇을 한다는 것인가, 그만큼 인격이 높아졌는가? 집안 식구의 존경을 받게 되었는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 자아실현에 가까이 갔는가? 아니면 그만큼 허영심과 교만만이 높아졌는가?

연평도 포격사건과 그에 뒤이은 대통령과 남한 주류사회의 반응, 이는 남한의 경제와 남한 주류사회의 생활양식이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단면이다.

연구소 동향

1. 수원환경운동연합 회의참석 예정.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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