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039호

2010년 12월 13일 월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439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태양과 물과 바람, 흙과 나무로 이루어지는 순환경제

순환경제는 사람들이 말하는 자원순환을 하는 경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자원은 금속과 플라스틱, 펄프 등을 말한다. 이런 자원들은 화석에너지를 이용하여 에너지 집약적인 방법으로 조성된 것으로서 잘 썩지 않고 그래서 자연과정에서 순환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원들을 그냥 버리게 되면 경제적인 낭비와 환경적인 오염이 발생하므로 에너지를 써서 몇 번 재생하여 사용하는 것으로써 순환의 모방을 하는 것을 보통 자원순환이라고 부른다.

이에 반하여 순환경제연구소에서 말하는 순환경제는 금속과 플라스틱의 사용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다. 특히 금속으로 내구재도 아니고 음료수 용기 정도를 1회용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화석연료에서 나온 합성수지인 플라스틱의 사용도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재료들은 단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지고 그 함유물질 가운데는 생명활동에 해로운 중금속도 있어서 한번 만들어지면 환경에 큰 부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태양에너지의 힘으로 순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도시구조와 교통체계는 순환경제에는 적합하지 않다. 많은 금속과 화석연료의 사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암석과 토양 속에 섞여 있는 금속도 잘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의 생명활동을 도와주는 어떤 작용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체와 인간이 출현한 환경 자체에 그런 금속들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금속의 채취와 이동과 사용은 상당한 생명체들의 환경의 변화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자원이라고 개념화된 金, 木, 水, 火, 土에서 금속에 해당하는 금은 순환경제에서는 부정적인 요소로 보는 것이다. 그것은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와도 같이 땅 속에서 캐어낸 것으로서 있어야 할 위치에 있지 않고 지표면으로 노출됨으로써 여러 가지 부작용을 미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순환을 방해하는 것이다.

에너지와 물질의 기본 원료는 나무를 포함한 식물들의 바이오매스에서 얻어질 때 순환경제가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그린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는 이러한 바이오매스를 기본 원료로 하는 低 에너지 화학공정을 기본으로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발상을 할 수 있느냐고 항변할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금속과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을 남용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이지 그런 자원의 사용을 최소한도로 억제하자고 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

지금 사회의 경제적 골격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순환경제가 가능하려면 많은 기술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생태발자국 범위 내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금속과 플라스틱을 가공하느라고 들어가는 열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만 해도 생태발자국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순환경제는 농촌의 자연환경을 기본으로 하며, 대도시의 존재와는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도시와 농촌의 구분이 없어져야만 순환경제가 가능하다. 지금 이런 순환경제를 국가적으로 건설하는 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투표에 의해서는 순환경제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순환경제를 유지하려는 의지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도덕적 선택과 결단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런 사람들의 선택에 따른 자유를 보장해 주는 사회제도가 필요하다. 그것은 지역의 토지사용 형태에 대한 지역민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치사회가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나 광역 정부에 의한 국토개발계획, 광역 개발계획은 수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그럴 수 있으려면 국가 자체가 작은 주들로 이루어진 연방제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행정은 주민총회를 통해서 업무를 위임받도록 하고 중요한 결정사항은 주민총회가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직접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정당구조는 금력과 선전력을 가진 세력이 정치권에 진출하기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절대로 유리하다.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에 근거하여 현재의 물질생활 구조를 변혁하자는 주장은 그런 사람들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살면 안 될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지금의 생활양식을 바꿀 꿈을 꿀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 지금의 대의민주주의 제도이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이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결정짓는 통일 논의에서 순환경제의 실험이 중요하다는 것이 인식되어 이러한 연방제 자치사회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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