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101호

2011년 1월 4일 화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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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경제

현 대통령 이명박 씨는 신년 연설에서 금년도 국정 운영의 두 축을 안보와 경제로 삼겠다고 했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는 인간사회의 물적 질서를 말하는 것이며,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균형과 선순환을 이루면 인간이나 인간집단 사이에 서로 상대방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일은 없어진다. 이때 안보는 자연재해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현상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으로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씨가 말하는 안보는 어떤 인간집단, 구체적으로는 북한이라는 국가와 이에 동조하는 세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군사적 의미의 안보는 이명박 씨가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경제 개념과 짝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공격적인 시장개척과 자원개발, 토지의 상품가치 극대화를 위한 개발과 같은 개발과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경제다. 이런 경제운영 기조는 상생하는 경제가 될 수 없으며, 승자와 패자, 차지하는 자와 빼앗기는 자, 지배하는 자와 지배를 받는 자가 명확히 갈라지게 되는 경제의 모습이다. 이런 경제에서 승자가 되자는 것이 이명박씨의 경제적 목표 개념이다.

이러한 경제 개념은 반드시 이익을 침해 당하는 측으로부터 저항을 불러일으키며 대내적인 치안의 강화와 대외적인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말하자면 그가 생각하는 경제는 상생하는 경제가 아니라 자기집단과 외부환경 간의 적대적인 대립을 전제로 하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자기집단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인 것처럼 포장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세력, 이른바 고.소.영이라고 하는 내부집단(inner circle)을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군사, 치안상의 공포분위기 조성을 기반으로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달성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때의 산업화와 경제성장 자체가 공격적, 적대적, 폭력적인 개념에 의한 것이었으며, 산업화된 한국경제는 정치적으로 민주화되었다고 하는 현재에도 여전히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 씨는 그것이 경제의 전부이고 ABC라고 알고 있는 사람인 것으로 의심이 간다. 왜냐하면 녹색성장이라는 혼란스러운 용어를 내세우면서 남한 전체의 젖줄인 4대강을 제멋대로 성형 수술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연말에 인용한 일기가성(一氣呵成)이라는 사자성어도 일을 단숨에 처리해 낸다는 전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의도는 우리나라의 산업경제와 민주주의는 서로 맞지가 않으며, 따라서 산업경제가 더 기를 펴고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공안적 군사적 분위기를 적당히 조성해야 한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분히 시끄러운 국내의 비판세력을 조용하게 만들겠다는 엄포로 들린다.

사실이지 문제는 反평화적이고 공격적인 체질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산업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상공인들 역시 1987년 이후 노무현시대까지의 민주적인 사회분위기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과거의 군사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씨의 경제관은 그의 특유의 그릇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한국경제의 금력의 대부분을 쥐고 있는 경제인들의 가치관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씨를 대표로 하는 이들이 과연 안보와 경제라는 두 축을 제대로 구사하여 2011년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한 해를 돌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회의를 갖게 된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그랬지만, 한국은 대외적인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대내적인 공포분위기 조성까지 미국에 의존한 것은 아니다. 그 당시에 미국은 중국, 소련 등 공산권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남한을 군사독재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두둔해 주었다. 그후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 블록이 붕괴한 후에는 미국이 신자유주의적인 세계질서를 기치로 내걸고 군사력을 앞세워 제국주의적인 팽창을 하는 추세였지만, 2008년 경제공황으로 그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철 없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적 팽창을 활용하는 투톱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그것이 실패했고 이제 더 이상 그럴 여력도 없어서 미국은 해외에 나가 있는 군대를 불러들이고 있고 그들의 금융투기를 중심으로 한 경제는 체질전환을 못하면서 몰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아직도 미국의 공격적 대외정책에 의존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보겠다는 것인지, 미국의 군사, 경제 투톱 시스템을 모방해 보겠다는 것인지 ‘안보와 경제’의 두 축이라는 발상이 너무나도 천박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된다. 그 자체로 무모한 것이겠지만 그런 투톱 시스템을 가동할 만한 재력이나 담력이나 지략이 있는가? 무임승차에 익숙하여 한미동맹 강화만을 외치는 이들에게 그럴 의지는 없다고 보인다. 이런 정도가 한국의 산업 경제의 정신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수준이 낮으면 차근차근 높이는 것이 옳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그릇된 상황판단을 가지고 검증해 보지도 않은 채 용감하게 발언하는 것은 수준의 높낮이를 떠나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상생하는 경제, 평화를 지향하는 경제를 연구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은 경제학자들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 대한 책임이 크다. 돈과 지위가 주어지는 방향으로만 연구를 진행하고 맹목적인 경제성장 지상주의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만 설교해 온 그들은 과거의 급성장하는 산업경제의 뒤를 쫓아가기에 바쁜 학문 사업가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를 포함한 정치계와 업계, 학계 모두 너무나도 척박한 현실이지만, 2011년은 평화를 지향하는 경제, 상생하는 경제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평화를 기반으로 한 경제에서 원래대로라면 안보는 기후변화와 화석연료의 고갈이 갈수록 심각해 가는 현실에서 모든 이들의 삶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당하는 피해를 평화적인 공동 노력으로 줄이는 방안을 전력을 기울여 모색하는 데서 찾아지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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