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104호

2011년 2월 11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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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의 교육과 평화추구

1. 무시간적 경제모형과 실시간 욕구충족

“순환”이라는 관점은 안정적인 균형 상태로 경제를 모형화하는 신고전학파의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역학적인 개념인 균형상태는 기본적으로 무시간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칼 맑스의 재생산도식과 같은 것은 단순재생산일 경우에 균형과 비슷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차이는 경제현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행과정을 거쳐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묘사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현상에 공통적인 것이다. 반면에 마르코니의 무선전신이 발명된 후 전기에너지에 의한 통신기술과 컴퓨터라는 전자계산장치가 점차 보편화되면서 정보통신에서만큼은 시간의 개념이 없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경제적인 의사결정 결과는 즉시 시장에서 반영되어 경제, 특히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는 실제로 역학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작동하는 기계와 비슷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물 부문, 즉 인간의 노동과 물자의 투입으로 이루어지는 생산과정은 이에 비하면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생산의 자동화가 아무리 진행되었다고 해도 금융부문의 의사결정이 전달되는 속도를 따를 수는 없다. 그래서 재고량이라는 것이 중요해졌다. 거래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즉시 창고를 벗어나 필요한 곳으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물건들이다. 물건들만이 아니다.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사람들도 시장 당사자들의 의사결정이 내려지기가 무섭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각종 임시 신분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교육제도 자체가 필요로 하는 종류의 인재를 요청하는 신호를 보내는 시장의 결정에 따라 인재를 인적자원으로 원활하게 공급하는 기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자연의 순환시간에 인간이 맞추어 살려고 하지 않고 의사결정에 따른 실시간적 수요와 공급을 함에 따라 발생하는 낭비와 자연파괴가 심각하다는 것을 외면하면 안 된다.

실시간(real-time)의 욕구충족 문화가 현재 인간과 자연 전체를 상대로 초토화 시키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GPS는 군사적인 목적에서 개발된 기술이다. 군사적인 용도로 개발된 기술이 산업 용도를 거쳐서 소비 욕구 충족으로까지 용도의 범위를 넓혀 간다. 군사적 용도에서 산업적인 용도로, 산업상의 용도에서 소비적인 용도로 확장해 가는 각 단계마다 그 부작용의 파급에 대한 심각한 고려는 곧 이윤의 창출과 편리, 진보, 생활혁명의 이름으로 묻히고 만다. [군사적인 관심 자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지키려는 것을 넘어서 좀더 편리하고 앞선 생활을 하기 위한 세력확장과 자원확보라는 국민의 집단이익을 증진시키는 배경이 되는 실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국가 경제 전략과 협력하는 것이 되어 있다.]

2. 순환 교육과 평화

이러한 현실에 맞서서 ‘순환의 관점’과 ‘순환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첫째는 인간과 자연의 건강을 위해서이고 둘째는 평화를 위해서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고 시급한 것은 교육의 전환이다. 순환경제는 제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며, 어린이의 교육에서부터 절약과 절제, 물질의 소중함, 나눔과 비움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 주위의 아픈 사람들도 우리의 관심과 돌보아야 할 시간을 요구함으로써 우리의 정신 없는 삶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어 우리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일과 휴식의 순환이다. 사람의 일과시간에서 일과 휴식의 순환이 완결될 때 건강이 지켜지고 낭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보다는 삶과 자연을 관찰하고 관조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하며, 이를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양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그 아름다움을 발전시키도록 해 주는 것이 교육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사람을 평가하여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쓸모 있는 사람과 무익한 사람으로 나누는 언사와 교육을 일삼는 이들은 현재의 경쟁질서에서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며, 항상 일정 수의 사람은 도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계속 희생자가 될 만한 후보자들을 찾아낸다. 이것이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쓸모 없는 자로 낙인 찍히지 않은 유능하고 성실한 일꾼도 병에 걸리게 만든다. 이 체제는 사람의 다양한 품성을 인정하지 않고 물질의 축적에 도움이 되는 품성만을 장려하여 그 밖의 품성의 소유자는 낙오하게 만들고 성공한 사람조차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체제라는 비판을 들어야 한다.

생산활동과 절약에 의한 물질의 축적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축적은 여유를 낳고 이를 나눔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쉼과 회복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평화가 가능하다.

평화를 중요시한다면 당장 물자소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여서 남의 나라의 자원에 대한 필요를 줄이고 또한 여유를 만들어 남는 것을 상대방이나 이웃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세상의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들에 자원을 억지로 내놓고 있다. 이것은 평화에 역행한다. 평화는 최소한 남에게서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고 자발적으로 남에게 주는 것이다. 순환경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남는 것을 주는 비움의 과정이다. 적게 소비하고 남는 잉여를 무상으로 주는 것 그것이 평화의 경제적 실체이다. 그러한 전제를 생각하지 않고 평화를 추구한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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