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110호

2011년 4월 29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458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한국에서 육식과 축산업은 지속 가능한가

사람들은 동물들을 너무 속성으로 좁은 공간에서 가혹하게 키우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과 같은 비좁은 땅에서 비용을 덜 들이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마치 고기의 살을 생산하는 공장을 고효율로 가동하는 것처럼 되고 만 것이다. 이런 공장의 논리가 온 사회에 퍼져서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세상이지만 지금 우리는 고기를 생산해서 먹는 문제에 집중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1930년대에 한반도 전체가 2천만명 수준이었으며, 최근에는 남한만 5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인구가 늘어난 원인은 영양의 공급과 섭취 수준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식량 수급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인구의 증가는 그 다음부터는 정체된다. 육류에서 나오는 단백질의 적절한 섭취는 노년층의 건강에는 도움을 주어 수명의 연장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한국의 인구가 20세기에 급성장해 온 것은 주식인 우선은 쌀의 증산, 그 다음으로는 육류소비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인구수준은 이처럼 수입되는 고기와 사료의 양을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비인도적인 가축들의 생장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 살아 있는 한국 인구의 수와 건강 수준이 가축들에게 지옥과 같은 환경을 겪게 하는 것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비극적인 현실이다.

그럼 가축들을 더 사람과 비슷한 조건에서 살게 해 주면 어떻게 되는가? 소는 우리나라에서 대략 350만 마리, 돼지는 약 1,000만 마리가 키워지고 있다. 닭은 1억 마리가 넘는다. 이 세 종류의 동물들에게 인도적인 환경을 제공하면 공간적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갑자기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사람이나 애완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소, 돼지들도 냉난방을 제대로 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가 될 것이다.

동물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려고 한다면, 한국의 인구가 그만큼 줄어들어야 하며, 그러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 지금 가축들을 키우는 공간을 그대로 둔 채 훨씬 더 적은 가축들만 키우고, 고기를 덜 먹거나 고기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일단 가축들의 생존환경만을 생각한다면, 당장에는 가축들을 환경이 좋은 나라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것이 쉬운 해결책이다. 몽골과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을 기차로 실어오면 제일 좋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축산업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소 한 마리의 생태발자국은 4.12헥타르이다. 소 한 마리가 풀을 뜯어먹으면서 땅을 고갈시킴 없이 지속 가능하게 생존하려면 4.12헥타르의 초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영구에서 토마스 모어가 인클로우저 운동 시대에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했지만 이쯤 되면 한국에서는 소가 땅을 차지하여 충분히 사람을 죽인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한국의 면적은 9만 6천 평방 킬로미터로서 국민 1인당 0.5헥타르밖에 확보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소를 키우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적당하지 않다. 그러니 외국에서 육류를 수입해서 먹는 것을 더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수준을 유지하는 한, 지구환경 전체에 미치는 환경부하는 그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사람의 생태발자국은 1인당 3.73헥타르로 알려져 있다. 한국사람의 소비수준은 1인당 그만큼의 땅이 주어져 있어야 지속 가능한 물질순환을 하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전세계인이 지구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소비할 수 있는 평균적인 양의 두 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아무리 외국에서 고기를 수입하여 한국의 국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나라들에 환경부하를 주어서 초원의 지력을 고갈시키고 사막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가축들한테는 죄를 짓는 것이지만 수입사료에 의한 밀집사육이 아닌 다른 대안을 이야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소에게 널찍한 방목 공간을 주고 그렇게 키운 소를 잡아먹는다면 소는 분명히 사치품이다.

축산업을 일반 제조업과 같은 산업으로 생각하는 현 정권이나 시장의 관점에서는 소나 돼지는 살코기를 생산하는 생산수단이고 소모품에 불과하다. 소를 살코기를 만드는 기계로 생각하면 이는 아주 한가하고 비효율적인 생각이며, 사람의 생활공간마저 위협하는 위험한 생각이 될 것이다. 기계한테 그렇게 인정을 보아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덜 받기 위해 혹은 종교적인 이유로 살코기를 생산하는 기계에게 인도주의적 기준을 적용하면 이상과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이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가축을 이렇게 살코기를 생산하는 기계로 보지 않았다. 소나 돼지는 “워낭소리”라는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농업생산 활동에 같이 일하는 동료였고 가족이었다. 화석연료로 엔진을 돌려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소의 근력으로 농사를 지었다. 화학비료가 아니라 소, 돼지의 배설물이 토양을 비옥하게 했다. 이런 인간과 가축의 공동노동을 하는 공존 관계가 아니면 한국에서는 가축을 키울 정당성이 없어 보인다. 가축의 생장 환경이 훨씬 좋은 외국에서 소, 돼지를 수입하는 것이 훨씬 더 인도적이고, 설사 우리나라의 축산업이 붕괴되는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동물의 권리도 생각하고, 소, 돼지를 키우는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화학비료와 동력경운기를 포기하고 역축 농업에 의한 순환 체계로 가야 한다. 그것이 제1순위가 되어야 한다.

지난 봄 우리나라의 구제역에 대한 대처 방침이 산업 논리에 따라 시행되어 350만 마리의 가축들이 땅에 묻힌 것에 대해 누구나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계속 전개해 나가고 의문점들을 파헤친다면 이상과 같은 골치 아픈 문제에 부딪친다. 그래서 우리는 직감적으로 그것을 느끼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기가 꺼려지는지도 모른다.

유형의 생산과 무형의 생산: 자원순환 노동의 경우

요즘 많은 사람들이 유가가 올라가고 자원고갈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물자 재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유망한 업종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재활용산업을 가리키는 이른바 정맥산업에 대한 투자에도 정부당국과 산업계가 진지하게 주목하고 있다.

다른 산업분야도 그렇지만 이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이다. 에너지 비용은 물류에 들어가는 유류비와 시설가동에 들어가는 전력비로 나누어진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조금 귀찮지만 참고 분리해서 버리면 이를 사람이 다시 선별하는 데 들어가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쓰레기 처리시설에서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의 흐름을 사람들은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거의 완벽할 정도로 재생할 능력이 있다. 쓰레기 선별 종사자 1인당 단위시간에 처리해야 할 쓰레기의 양을 적게 해 줄수록 선별의 질은 높아진다. 물론 단위 시간에 1인당 선별해 내는 양은 쓰레기의 흐름속도가 빠를수록 많아질 것이다. 그럴 때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의 논리를 적용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산업에서는 어차피 쓰레기는 돈을 주고 구입하는 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많은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보면 노동자가 가장 흥미와 보람을 느끼면서 작업할 수 있는 쓰레기 흐름 속도가 중요하다. 그럴 때 그 노동자의 인적 능력이 최대화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정 시간에 유형적인 가치물을 생산하는 동시에 내적인 가치도 창출하고 쌓아 올린다. 이 후자의 활동에 대한 인정의 부재가 자본주의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성숙해 가고 내면이 커져가는 것이 그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적의 업무처리 속도, 여유시간과 최적의 노동강도라는 개념은 무척 중요하다.

쓰레기 처리 분야에서 이러한 노동강도와 처리속도의 개념은 특히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맥산업의 과제는 첨단의 처리시설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배출의 흐름에 맞게 적정한 규모의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산업 전반에 반영되어야 한다. 생산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권한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나치게 이완된 노동과정도 근로자에게 도움이 안 되고, 지나치게 긴장된 과정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생산된 결과물과 실현된 이익에 의한 돈으로만 주위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것이 아니고 돈으로 물자를 구매하여 소비하는 것으로만 만족으로 느끼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고, 또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만족을 느낄 수가 있다. 어떤 점에서는 돈을 주고 물건을 소비를 하는 것도 또 돈을 벌려고 얘쓰는 것도 이러한 인간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한 것이다. 사람은 이런 만족을 직접적으로 생산할 능력이 있다. 또한 돈이 아니라 좋은 품성과 사랑으로 사회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사람이 너무 생산의 결과물 증산을 위해 혹사를 당하면 그 사람의 내면이 망가져서 사회에 피해를 끼치게 되기도 한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돈을 필요로 하는 것은 교통과 통신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만나고, 몸에 필요한 물질을 순환시키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교통이나 통신이 없이도 가까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내면의 세계에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자신의 삶과 타인을 위한 이로움을 끼칠 수 있다. 이를 돈을 벌기 위한 경제활동으로 대체하려고 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것이다.

내면의 가치창조의 최대화가 삶의 행동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물질적 일상활동이 필요하다. 물적인 활동이 매개가 되어 그 사람의 내면적 활동과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 그런 점에서 수도자의 삶은 특수한 영역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삶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내면적 가치의 창출과 심화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줍고 골라내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논에서 피를 뽑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노동 자체가 몸과 마음에 건강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머리와 몸의 진력을 다 빼놓는 일을 한 후에는 몸과 정신은 일탈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생명력을 소진시켜 가치물로 바꾸어놓은 것, 인간의 생명력과 지구환경의 생명력 모두를 고갈시킨 결과가 현대 문명이다.

[연구소 소식]

1. 연구소를 삼창프라자 1458호로 이전하였으며 통신 독자님들의 방문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2. 지난 4월 21일 푸른경기 21의 경기지역 기후변화와 쓰레기제로도시 만들기 회의에 참석하여 “기초지역 자원순환 모니터링 준비”를 발표했습니다.

3. 마찬가지로 4월 21일 향린교회의 “삶과 경제” 모임에서 “순환경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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