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114호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458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인간 모습의 진화

지하철을 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한 손이나 두 손으로 바쳐 들고 그 화면에 몰두해 있습니다. 심지어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출입문을 통해 걸어나가면서도 계속 화면을 주시하면서 걸어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전자기기의 액정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벌써 소수파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위인들의 동상을 보면 아무것도 들지 않고 있는 동상도 있지만, 대체로 전쟁영웅은 칼이나 총을 들고 있고 세종대왕이나 율곡 같은 학자들은 책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칼이 책보다는 더 오래된 휴대품이고 책은 조선시대에 와서나 몇 권 구할 수 있는 사치품이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칼이든 책이든 일반 백성들의 용품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인간이 책을 손에 들고 읽는 모습은 우리나라와 같은 공부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특히나 본받을 모습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리고 흔들림이 많은 버스보다는 불이 환히 밝혀져 있고 비교적 안락한 지하철은 좋은 독서 장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 풍속도가 급속히 바뀌어 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책 대신에 전자기기를 소비합니다.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는 수명이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소모품과 내구재의 중간 정도라고 여겨집니다. 개인용 컴퓨터 한 대를 만드는 데는 1996년도의 자료에서 15-19톤의 자원이 가공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그 당시보다 훨씬 성능이 좋고 더 정교해진 지금의 정보통신 기기들에는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갈 것입니다. 책과 비교하면, 책은 대부분이 종이로 되어 있어서 땅 위에서 자라는 식물로부터 얻은 것인 반면에 스마트 폰 같은 것들은 대부분이 땅을 파헤쳐서 얻은 지하자원에서 나온 것입니다.

금속을 중심으로 한 지하자원은 오직 30%만이 1회 이상 재활용되고 있고, 그나마 10회 이상의 사이클을 거쳐 재활용되는 것은 0.1%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환경 속으로 중금속 먼지의 형태로 확산되어 버린 것이죠.

책을 읽는 인간의 모습이 스마트 폰을 텃치하며 들여다보는 인간의 모습으로 바뀐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정보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옛날을 잊지 못하는 구세대의 탄식에 불과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전국민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인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해 가고 있는 전자산업은 과연 그들이 환경과 미래세대에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러면서도 친환경 경영을 한다고 온갖 화려한 홍보기법을 다 동원하여 시민들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경제를 떠받치고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처럼 아주 당당합니다. 대기업 조직에서 결정되는 환경파괴 범죄행위는 환경부, 지식경제부를 포함한 국가기관에서 전혀 문제시되지 않은 채 오히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쪽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이를 온 국민이 미디어에서 보면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자동차, 전자기기 등 쓸데 없이 사람을 더 나태하게 만들면서 세상의 지하자원을 마구 고갈시키고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들을 팔아먹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게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는 시민들은 어디 있습니까? 환경운동단체, 환경부 공무원들은 유독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한 것이 이 나라의 모습입니다. 대기업 직원들의 논리에 완전히 넘어가서 규제는 적당히 하고 G20, OECD 같은 국제무대에서 허황된 데이터로 한국의 국위를 높이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것이 환경부 공무원들의 태도입니다.

조직이 결정하고 조직이 명령하는 것은 절대로 거역하지 않는 것이 대기업이든 공무원 조직이든 한국 직장인들의 의식에 깊이 배어 있습니다. 그것에는 성장과정에서 학교와 군대 생활 중에서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가를 경험하고 목격한 것도 일조를 했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교, 종교단체, 군대, 직장까지 굉장히 폭력적인 사회이고 전혀 반성할 줄 모르는 사회조직인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깊은 갈등과 좌절을 느끼고 그 억눌린 정서를 풀기 위해 자극성이 강한 표현문화가 상품화되어 “한류”라는 이름으로 이웃나라에 확산되어 갑니다. 이는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된 데 대해서 깊이 반성을 해야 할 일이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 사람들과 한국사회조직의 극단적인 폭력성과 생태적인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 이명박 씨의 명령으로 자행되는 4대강 개발사업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환호하는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 돈만 잘 벌면 자동차든 전자제품이든 많이 만들어 많이 파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에 수긍하는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환경문제, 지속가능 발전의 문제를 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내외적으로 녹색성장을 떠드는 정부당국자들과 관련 전문가, 기관 담당자들은 무지하다기보다는 높이 올라가고 먹고 살기 위해 사기를 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연구소 소식]

1. 7월 21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핵 소위원회에 참석합니다.

2. 순환경제연구소는 환경부의 “자원순환평가지표 중장기 관리방안” 연구용역에 환경경제학회와 함께 참여하며, 이 연구가 최근 7월 12일에 착수보고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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