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117호

2011년 9월 17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458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기후변화에 대한 각성과 환경 프롤레타리아 계층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추석 이후의 더운 날씨로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 환경과 자원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지식은 지식이고 실제의 삶이나 일을 하는 모습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과거의 고대와 중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귀족들, 성직자들과 같은 지배계층을 포함해서 모두 자유와 평등, 인권과 같은 가치가 중요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지 않으면 세상이 더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천을 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결국 그 일은 지배계층에게 땅을 빼앗기고 도시로 떠돈 룸펜 프롤레타리아와 임금 노동 외에는 생계유지의 수단이 없는 프롤레타리아계층에게 맡겨졌다. 그런 형편에 처한 계층이 출현하고 나서야 그들의 각성이 생기고 그들이 또 하나의 불만세력인 시민계층을 도와 싸움의 주축이 되어 신분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으로 사회를 변화시켰다. 즉, 현 질서가 지속되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자각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서 항거해 나설 때 사회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사회에서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하자원의 개발로 집과 농토를 빼앗기고 있는 제3세계의 주민들, 기후변화로 농사를 지어도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는 농민, 도시개발로 계속 쫓겨다니는 도시 서민들, 환경성 질환으로 앓는 호흡기 환자들과 그 가족들, 화학물질, 중금속에 의한 토양오염으로 생겨난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 원자력발전소와 핵쓰레기 보관장 주변의 주민들과 그런 시설에서 위험한 작업을 해야 하는 근로자들, 소각장 주위에서 살면서 원인을 모를 질환에 노출되고 늘 불안한 변두리 도시 주민들, 이런 사람들이 지금의 환경문제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다.

물론 사람이 아닌 동식물 같으면, 그들이 지각과 장기 기억 능력이 있다면 그동안 당한 피해로 인간을 얼마나 원망하고 이를 갈았겠는가? 그랬다면, 인간사회는 200년 전 이래로 수십번도 더 뒤집어졌을 것이다. 이제는 동식물들은 지구상에서 거의 지옥이나 다름 없는 생을 영위하고 있고, 점차 인간들이 환경의 피해를 차별적으로 받고 있다. 제3세계와 나머지 지역 간에 그런 차별이 존재하고, 같은 지역이나 사회 안에서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피해를 입는 데서의 차별이 존재한다.

쓰레기에서 유용한 자원을 선별하여 다시 산업계에 환원시키는 활동을 재활용이라고 한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재활용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악취와 분진, 소음이 진동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면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노동이 사회에 불필요한 일이 아니라 환경의 악화를 막아주고,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의 고갈이 다가옴에 따라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에 저렴한 재생원료를 공급해 주는 큰 역할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더러운 쓰레기를 만진다는 이유로 그리고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기 힘든 환경상의 편익이라는 문제 때문에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역시 오늘날의 사회에서 환경 프롤레타리아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사회가 기후변화와 자원고갈과 환경악화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평하게 과거의 관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 프롤레타리아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아무리 국가와 사회에 호소하고, 자신들의 희생을 알아달라고 해도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피해로 나머지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소비생활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환경 프롤레타리아들은 점점 정신적인 각성을 해 나간다. 지금과 같은 생태계 약탈적 산업경제는 인류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들로서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가치관을 구축해 나간다. 그리고 환경파괴에 맞서 가장 열의를 가지고 싸우고, 환경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노력이 자신과 자신의 동료, 가족을 지키는 것과 일치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비옥하고도 빼어난 자연환경이 난개발과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문화 때문에 이제 더 이상의 개발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더 이상 유익한 혜택을 사람들에게 줄 여력이 떨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가장 먼저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농민을 비롯하여 취약계층들이다. 노동자들 중에서도 비정규직이 자원재생 업종을 비롯한 3D 업종을 중심으로 그 피해를 보고 있고, 피해의 종류는 유해한 물질로 인한 환경, 보건, 안전상의 피해가 점점 더 비중이 높아져 간다. 이들이 자신들이 당하는 피해의 원인을 깨닫고 각성하여 단결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나설 때 인간사회는 환경문제 앞에서 자제할 능력이 생길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 사회에서 아무런 환경 피해도 받지 않는 안락한 지식인, 종교인들이 아무리 절제와 친환경을 도덕율로 강조한다고 해도 사회는 별로 달라지는 바가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역사의 교훈이다.

[연구소 소식]

1.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자원순환 지표”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2. 9월 7일 경기도 푸른경기 21에서 주관한 “쓰레기 제로 학교”에 강사로 강의를 했습니다.

3. 강원도 광역자활센터와 재활용 사회적 기업들의 수거, 선별 집하장 문제로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강원도와 순환경제, 쓰레기 제로운동 방면에서 긴밀하게 협조하는 체제를 구축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호 보기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