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205호

2012년 2월 8일 수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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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에 대한 모색

슈마허/ 사티쉬 쿠마르/ 유진 오덤/ 크로포트킨/ 엘리자벳 사투리스/ 벨라미 포스터/

위에 열거한 인물들은 내가 순환경제에 매달리게 된 정신적인 힘을 직접적으로 제공한 책을 쓴 사람들입니다. 그 외에 쓰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종교관입니다. 만약에 진정한 의미의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기 위하여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신 없이 그리고 어떠한 외적 권위에도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지각능력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사회. 인간도 목숨을 가진 존재인지라 생존을 염려하는 끝없는 근심과 공포가 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그 근심과 공포가 타인의 힘에서 비롯된 것일 때 인간은 굴욕을 느낍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진 것은 자본주의 경제이고, 이것이 국가권력과 종교보다도 위에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경제로부터 타의에 의해서건 자의에 의해서건 이탈하고 있습니다. 전에 내가 번역한 책 중에 “하느님의 경제학”(더글러스 믹스 원저, God the Economist)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은 조물주의 경제학이고, 우주만물의 존재질서 속의 인간의 생존질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우주적인 경제(oikonomia tou theou)를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부속품으로 하여 이루어진 조직사회에서 이탈할 때 인간은 생명체로서의 본원적인 근심에 부닥칩니다. 또한 희망도 함께 있습니다. 자연 속에 처한 인간의 근심과 공포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며, 인간 사이를 결속시켜 주는 공감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자연의 힘에 대한 탐구와 인식은 그러므로 우주 속에서의 나의 위치를 찾는 데 필수적입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인 불멸의 존재가 아닙니다. 대우주의 순환경제 속을 지나가는 물체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인간이 직면한 대자연의 순환경제는 인간이 거스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 될 절대적 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나의 종교입니다. 순환경제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유한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자연에 맞게 경험하고 실천해 가는 것이야말로 개인과 인간사회에 적용된 순환경제의 대원칙이 될 것입니다. 인간 사이의 우애와 평화, 궁핍과 풍요의 나눔이 순환경제 속의 온당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자연과 인간을 착취하고 협박하고 고통을 주는 것은 인간의 잠재력을 크게 잠식하는 행위이고 이 우주자연의 원칙에 대한 인식을 방해하여 인간사회를 추하게 망쳐놓는 행위입니다. 인간은 폭력과 돈의 사용에 의해 그렇게 타락합니다. 순환경제란 대우주적 존재 공동체 안의 인간 공동체가 따라야 할 평화의 질서일 뿐입니다.

우주 안에 그 자리에 영원히 있는 물질은 없으며 모든 것이 유전(流轉)한다는 우주적 순환경제를 생각한다면, 인간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막기 위해 별로 노력할 것은 없습니다. 지금 되어 가고 있는 그대로가 우주적인 경제과정의 일부이고, 인간 자체는 그 촉매 역할을 하도록 조성된 물질이겠기 때문입니다. 되어 가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인간들이 각성하여 바꾸어 놓는다면, 그것 역시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우주적인 섭리에 의한 것이고, 인간은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촉매제일 것입니다. 따라서 순환경제를 의식하는 인간은 누구를 미워하고 그의 생각을 바꾸어 놓으려고 특별히 애를 쓸 필요는 없으며, 다른 사람들이 언제가 같은 질서를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처럼 순환경제는 사회주의 경제처럼 인간이 계획하는 인공적인 경제가 아니며, 다만 인간이 깨닫고 존중해야 할 이미 존재하는 대우주의 경제인 것입니다.

그 안에서 인간이 노력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과 같이 국가나 공동체가 법적으로 규정해야 할 경제질서가 과연 존재할 것인가,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 인간사회에서 순환경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질문입니다.

인간이 동력원으로 핵 분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순환경제의 관점에서 허용되며 타당한 일인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판정은 자연질서에 대한 인간의 인지능력에서 나오는 과학적 추론이 밝혀주는 사실과 그 사실에 기초한 도덕감정에 의해서 내려지게 됩니다.

인간 개체가 노화하여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고 부주의에 의해 사고나 질병으로 일찍 죽거나 불구가 된다면 이는 본인에게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나 사회에도 불행을 더해 주는 일이 되는 것처럼, 인류라는 종이 이 지구상에서 생태계와 물리적 환경이 인간을 그 동안 키워주었는데도 그 존재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사고나 인위적 재난에 의해 일찍 지구상에서 사라지거나 퇴화한다면 이는 인류의 불행일 뿐 아니라 우주적 순환경제 질서에서도 뭔가 불길한 일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종교적 믿음에 속하는 생각일 뿐이지만, 인간이란 생명체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항상 그 의미를 찾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사실상 불투명한 근거에 기초한 믿음에서 인간이 노력해야 할 사항과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순환경제는 인간사회에서는 그런 근거 위에서 세워 나가야 할 질서입니다. 인간이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의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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