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206호

2012년 2월 14일 화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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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환경공학과 환경에 대한 의식

재활용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환경분야에 종사하는 것이 사실이며, 환경공학을 배운 기술자들도 환경분야에 많이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민이 특별히 생태환경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고서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환경분야에서 사업을 하거나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특별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모든 일에 우선시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농민들이 평생 동안 농작물을 가꾸면서 살려면 주변환경을 세심하게 돌보아야만 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농사에 필요한 물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하수를 함부로 퍼 올려서도 안 되고, 집을 짓는다고 아무 언덕이나 파헤쳐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오랫 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이 사는 곳의 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유기농을 하지 않는 이상, 토양의 생태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미치기 힘들며, 비료와 농약을 원료로 투입하는 공장으로 논밭을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외관상으로는 환경이 잘 보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농업이 장기적으로는 토양을 악화시키고 침식을 가져오며,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비단 화학비료와 농약이 도입된 후의 상황만이 아니라 인간이 정착하여 삼림을 개간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1만년의 기간 동안 서서히 진행되어 온 일이라고 합니다. 도시의 콘크리트 환경이 자연과 한참 멀고 인간을 피폐하게 한다고 하지만, 그러한 도시 환경과 지금의 농업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명사적인 지식과 시야를 농민들이 어디서 배울 데도 없을 뿐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고 귀를 기울일 사람들은 유기농을 하겠다고 귀농한 고학력자들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재활용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부족한 자원을 창출하고 환경을 위하는 애국자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면서도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환경을 위한 투자에는 한없이 인색하고, 소음, 분진, 폐수 등 오염물질의 배출에 관한 규정을 회피하는 데 익숙한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즉 세심하게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을 하는 소비자들의 환경 의식에 못 따라 가는 사업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재활용 공정의 대부분은 섞여 있는 쓰레기를 분리하여 가치 있는 물질을 찾아내는 선별 공정인데, 이 선별 공정은 열을 필요로 하는 화학적 공정인 경우는 드물고, 거의 다 기계적인 공정이어서 동력기계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동력기계는 대부분이 전기 에너지로 가동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용 전력 요금이 원가보다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는 사정이 이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력의 40% 정도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고, 그 원가는 발전소 설치 및 운영비용에 의해 책정되고, 수명이 다 된 발전소의 철거, 해체 비용과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를 보관비용, 그리고 사고의 기대비용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실제 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요금으로 전력이 공급된다는 사정이 우리나라의 재활용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활용 사업을 실제로 영위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공학의 전문가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식이 없는 실정입니다. 전과정 평가(LCA)의 방법론 자체가 전력 생산을 화석연료로 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태학에 예민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거나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하는 자연과학자 그리고 반체제적인 환경운동가들만이 겉모습의 환경이 아니라 보전해야 할 환경의 실체에 접근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고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환경연구와 환경교육을 담당해 온 환경 전문가들이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환경정책 자체가 겉모습의 환경을 유지하는 데 맞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심각하고 근원적인 질문과 지식들이 돈벌이를 하는 데 하등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하는 것들이라는 데서 출발합니다. 환경정책당국 자체가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풍토에서는 환경보호는 이처럼 시늉을 내는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대에 진정한 지식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지식경제”라는 말은 고도의 기술발전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 스프트웨어 중심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형 경제를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성인들이 책을 사서 읽고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뭔가를 배워서 써 먹겠다는 의도에서보다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목적에서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지식과 이야기 그 자체가 인간답게 지내기 위해 향유해야 할 무형의 가치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관심과 시간을 들여서 내가 쌓은 지식을 내놓으면서 질문을 할 때 더 앞서가고 있는 사람에게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실생활에서는 도움이 안 되는 한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겠지만, 이러한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지식세계에서만 환경을 알고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습득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농사에서도 자원순환에서도 환경의 어떤 분야에서도 돈 버는 것과 관계 없는 한가한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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