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207호

2012년 2월 29일 수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522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정치는 아무나 하는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노무현 정부 때 집권했던 사람들은 한미 FTA를 반대하면서, 노무현 정부 때 한미 FTA를 추진하다가 이제 반대하는 이유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대로라면, 세계 금융위기는 천재지변처럼 도둑처럼 찾아온 재앙이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이 2006년부터라고 할 수 있으며, 그 후 3년이 채 못 되어 미국발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전 세계는 경제침체에서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이 세계경제위기가 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그대로 받아주기가 곤란하다. 더구나 2008년말의 경제위기는 미국적 가치관에 의해 지구촌 전체가 물질적 성장을 향해 달려갈 때 얼마나 큰 구조적인 문제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집권했던 한미 FTA를 추진하던 사람들은 가치관 자체가 불건전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랬던 그들이 세계금융위기 때문에 한미 FTA가 불가하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가졌던 그들의 생각이 바뀐 것이 아니고, 예측할 수 없던 사건 때문에 방향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하는 차원의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보수파 정치인들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한미 FTA의 실시 자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았고 그 입장은 지금도 일관되게 유지되어 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출신의 민주통합당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세계금융위기가 일어날 줄 몰랐다는 것이고, 만약 그런 경제위기가 없었다면 벌써 한미 FTA를 체결했을 것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다음에 미국발 경제위기가 찾아왔다면, 그들은 그때 가서는 무엇이라고 했겠는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정치는 인민을 뒤쫓아 가는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면서 안전하고 희망이 있는 길로 인민을 인도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사사로운 이익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기 철학을 가지고서 현실을 해석하고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식견과 예지력을 일반인들보다는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까?

노무현 정부의 국가방향 결정자들은 그 점에 대한 잘못의 인정을 하지 않으며, 이는 그들의 가치관이나 시야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일반인들이 무시하는 학자나 전문가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라도 미래를 전망하고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평범한 일반 시민들과 같은 수준의 태도를 가지고서 정치를 했던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플라톤처럼 철학자나 천재가 독재정치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그런 천재적인 독재자를 할 사람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다수 인민의 목소리를 종합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 잘못될 가능성이 적다는 데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은 합의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를 이끄는 일을 직업으로 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은 기업이나 시장, 언론에서 떠드는 소리는 대충 들어도 아주 목소리가 작은 소외된 계층, 주류의 세상과는 거리를 둔 철학자들의 소리를 찾아가서라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면 그런 정치인들은 민주주의를 오해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인들은 일반 시민과 호흡하지 못하고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바라보며, 불평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를 애써 찾아내려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존재야말로 한 사회가 앞길을 찾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이번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한미 FTA를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부터 결사적으로 반대해 온 사람들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가 지금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정치인들은 2030 같은 거창한 계획도 세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진보정당인들이 무식한 사람들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결국 그들이 지금 어떤 것을 보여주었는가?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것뿐이다.

지금의 경제침체는 그동안 양적 성장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고갈시키고 온난화를 초래하고 지구를 인간 이외의 동식물들에게는 지옥으로, 아니 북반구의 몇 십개 나라들 외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지옥으로 만들어 온 자본주의 경제를 심각하게 반성할 기회가 인류에게 주어진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돌리고 경제생활의 규모를 줄여나가는 방향을 취할 때 그동안의 성장중심 경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몰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환을 늦추거나 연기하게 되면 더 큰 재난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형태는 전쟁, 핵발전소의 사고, 기후변화의 폭발적 진행 등 다양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번 정치 시즌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반영될 것인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의문이 드는 정도가 아니다.

연구소 소식

1. 연구소 식구가 3명으로 늘어났으며, 연구소를 같은 건물 1522호로 이전했습니다.

2. 이번에 새로 들어온 연구원은 환경공학을 전공한 손홍선 박사님으로 인하대학에서 자리를 옮겨 오셨습니다.

지난호 보기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