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208호

2012년 3월 6일 화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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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무원들을 모아놓고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라는 지원책도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만들기의 반대는 아파트 공사이고 신도시 조성 같은 대형 건축 토목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인 주택과 주택이 들어서 있는 지역을 누가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 중대한 차이일 것입니다. 토목건축의 방법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형태는 무슨 팰리스 운운하는 주상복합 건물입니다.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주택인데도 호텔 종업원 같은 젊은 사람들이 안내와 경비를 하고 있고, 모든 편의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어서 냉난방, 조명 등이 너무 완벽하여 집이 아니라 호텔처럼 해 놓아서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 외에는 살아가는 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모든 불편한 것들을 돈을 주고 구매하는 서비스로 해결하고, 거주자들이 일일이 챙겨야 하는 가재도구나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다 갖추어 놓은 것이고, 관리도 다 해 주는 것입니다. 아파트와 아파트단지, 오피스텔이 그런 편리한 점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애써서 나서야 할 일이 조금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거생활형태는 마을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연립주택 같은 주거지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서는 모든 것을 주민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이웃과 무슨 약속이라도 해 놓지 않으면 주차하기도 쉽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번거롭고 불편하며, 대체로 그런 일들이 가정주부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가정주부들은 전통적으로 아파트를, 그것도 모든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 아파트단지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특히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많이 하면서 낮에 어른들이 주거지역에 없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방범, 안전을 담당하는 경비원이나 경비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마을공동체에서의 삶은 그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웃과 알고 지내고 동네의 가게 주인과도 인사를 하면서 지내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눈이 골목의 아이들을 지켜 주고, 낯선 사람이 오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봅니다. 집 앞을 청소하는 것도 골목의 길을 정비하는 것도 마을 사람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살 때는 동네의 점포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마을공동체가 민주주의의 기초단위이고 서민들이 자영업을 해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마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아이들은 마을 안에서 그곳의 관습을 따르면서 사람됨을 배워갑니다. 같은 골목의 이웃간 인간관계는 사실상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돈으로 구매하는 서비스나 시설로 대체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사람은 고립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도시에서도 사람이 반드시 고립되어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편리한 것,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계속 추구해 나가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같은 고층건물이 계속 들어서서 지금의 서울 도심지와 같은 모습을 만드는데 이는 에너지 다소비형 생활방식이고, 사람을 게으르고 운동부족이 되게 만드는 생활방식이며, 걷는 것보다는 자동차에 의존하는 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서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으로 될 뿐 아니라 원자화되면서 오히려 개성을 잃고 대기업의 전략에 더 잘 휘둘려 유행에 더 민감해집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그런 편리화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불편을 감수하면서 도시 속에서도 얼굴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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