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210호

2012년 3월 23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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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의 공학과 건설

한반도 남쪽에서는 토목건설 세력의 능력이 막강하다. 그 능력은 건설공사를 안전하고 튼튼하게 시행하고 마무리하는 능력은 결코 아니고, 공사를 만들어내서 수주하고 신속하게 공사를 끝내는 능력을 말한다. 4대강 사업은 토목건설회사 출신 대통령이 온갖 법 절차를 무시하고 2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1년 반 정도의 기간에 밤낮 없이 공사를 진행하여 마무리되었지만, 이제 건설된 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 그 토목공사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지역 주민을 위한 것도 아니었으며, 건설회사들을 위한 공사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제주도에서 해군당국과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삼성물산과 대림이라는 토목건설회사가 천혜의 자연경관인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고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시작하고 있다. 이 역시 제주도라는 자치단체의 의사를 무시하여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되는 토목건설공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청와대에 있는 이명박이라는 토목건설자본의 앞잡이가 아니면 이런 터무니 없는 토목건설공사는 상상하기가 힘들 것이다. 어쩌다가 그런 깡패 같은 작자가 대통령 자리에 앉아 국민과 국토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게 만들었는지 도깨비에 홀린 흉한 꿈을 꾸는 것 같지만 이명박 뒤에서 이기적인 경제행태를 반성도 없이 별로 비판 받지 않고 지속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당장에 삼성물산이나 대림산업에 근무하는 임직원들만이 아니더라도 국토해양부, 환경부, 지식경제부, 국방부, 국책연구소의 관료와 공무원들, 이들과 직간접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모든 산업계, 용역업계가 하나로 뭉쳐서 명백한 국토파괴 사업인 토목건설 공사를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역시 이 토목건설 세력들의 몫이다.

필자는 한국의 이 토목건설세력이 가진 경이로운 사업추진 능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공사에 종사하는 공학기술자들의 수준을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미 진행된4대강 사업이라는 공사의 성격이나 그 공사의 진행과정과 결과가 과학적인 정신과는 좀 거리가 멀다고 판단되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물론 그 사람들은 상부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돈이나 정치적 권위에 무릎을 꿇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니고 그 시간과 장소에서 과학자의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다.

자연의 질서에 대한 치열한 탐구에서 나온 과학적 지식과 공학기술을 돈이나 안락한 지위 때문에 팔아 넘길 수 있다면 그 지식과 기술은 정신이 담기지 않은 것이고 허접한 잡동사니에 불과할 것이다. 토목공학은 영어로 civil engineering이다. 말 그대로 “공적인 기술”이고 공공의 이익에 대한 신념이 없는 사람이 수행해서는 안 될 공학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공적인 지식이 돈과 지위에 굴복할 때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계속 나아가면 국토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 위에 사는 모든 생명들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고, 이것이 민심에 영향을 미쳐 한국에서 정권도 정권이지만 토목건설 공학계가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당하게 될 것이며, 전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한국의 토목건설기술자들에게 공사를 의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경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국제적으로 공표했다. 하필 타계한 전전 임금의 생일날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것이 우습지만,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그런 기계를 개발해서 시험적으로 발사를 하는 것은 그 나라의 권리이다. 그것을 두고 남한 정부가 난리를 피울 일은 아니다. 남한 정부는 그보다 훨씬 더 심한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남한은 수준이 얕은 토목건설공사는 잘 해도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인공위성 발사는 두 번이나 실패했으니 결과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남한 집권자들의 치졸한 성정으로 보아서는 북한의 이번 발사도 실패하기를 많이 바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인공위성 실험이 북한 인민의 안전과 복지, 경제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라는 국가의 위신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선전용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이든 국가는 국민의 이익과는 상관 없이 허영을 부리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남한의 핵안보정상회의가 그런 사례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도 이왕 발사하는 것이면, 인민의 이익을 위해 제대로 설계하고 성공을 시켜야 할 것이며, 대외과시용이거나 국제정치용이라면 그 계획을 계속 추진하기 보다는 예산을 절약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공학도들과 테크노크라트들은 공적인 사명감보다는 자신들의 일을 대단하게 포장하고 과시하여 절대시하게 만드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과학은 인간이 둥지를 틀고 살고 있는 지구환경 속에서 모르는 자연현상을 밝혀내려는 꾸준한 노력의 과정이고 그 성과물들은 동료인간의 행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실험을 하는 것이 낮은 기술로 자연을 마구 해치는 토목공사보다 백배 낫기는 하지만, 국가나 독재자, 자본, 기술관료세력이 과학과 기술의 명분으로 돈을 낭비하는 것은 남과 북 어디에서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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