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216호

2012년 9월 21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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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통령 중심제 헌법에서 후보가 되려는 자들

한국의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내각 위에 대통령이 거느리는 청와대 비서진이 있는 구조이고, 국회의 대정부 질의에서는 내각의 국무위원들만 나와서 답변한다. 형식적으로는 국무총리 이하 국무회의가 행정부를 책임지고 있지만, 대통령 주위의 보좌진들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여소야대가 심하여 탄핵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 외에는 대통령 자신은 입법부인 국회에 별다른 책임을 지지도 않으면서 국무위원들을 적당히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대통령 중심제는 임기만 5년 단임으로 제한되어 있을 뿐으로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는 비민주적인 제도이다. 대법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도 3명을 대통령이 지명할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 선거 한번으로 너무나 많은 국정상의 권한이 선출된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이러한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민주주의의 신봉자일 수 있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면 민주주의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한국의 헌법이 대통령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나 대통령을 배출하고 싶은 세력도 그 헌법을 뜯어고칠 생각을 하고 이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이라고 할 수가 없다. 지금의 헌법체제에서는 이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전횡을 저질렀으므로 권력을 민주 세력이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권력을 대통령에게 주는 체제를 그대로 용인한다면, 이는 모순되는 주장이 된다.

한국의 대통령 중심제와 관습헌법상의 수도 서울은 동전의 양면이다. 수도 서울이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등 모든 국가기능을 중심지로서 전국의 정치와 경제를 장악하고, 대통령이 수도 서울에 진을 치고 전국을 장악하는 체제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신봉자라면, 이런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뽑힌 대통령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비민주적인 중앙집권체제를 바꾸려고 해도 이 관습헌법을 대통령이 바꿀 힘은 없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 때에 밝혀졌다. 제2공화국의 헌법을 짓밟은 군부쿠데타 이후로 헌법을 기초한 정치인, 학자 등 모든 전문가들이 민주주의를 잘 모르는 자들이거나 민주주의에 큰 관심이 없는 자들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의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가지고서 민주주의 헌법이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선거 때만 민주주의를 할 수 있고 독재자들이 선거에 의해 교체되는 기형적인 사이비 민주주의 헌법이다.

연방제의 수준으로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수도로서의 서울의 위치를 크게 약화시키는 지역적인 분권화 그리고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한이 강화되고 행정관료의 권한이 약화되는 3권 분립의 강화 방향으로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정치적 민주주의도 경제적 민주주의도 없다. 전국의 시장을 석권하고 국제경쟁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는 그런 기업들이 중심이 된 경제에서는 경제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다. 지방마다 다양한 특색을 가진 제도가 있고 거기에 맞는 경제와 문화가 발달해야 지역경제가 생명력을 갖게 되고 사람과 물자가 지역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순환형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분권화된 사회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같은 것은 상상하기가 매우 어렵고, 4대강 사업과 같은 전국 규모의 토목공사도 지역들이 합의하지 않는 한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분권화된 체제에서 한국전력의 송배전 독점체제가 바뀌고 대규모의 발전시스템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바뀌는 전환이 촉진될 수 있다.

국민의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인성에 문제가 있는 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놓으면 이를 수습할 수 없는 현재의 체제에서 정말로 민주주의를 하려는 후보라면, 지금의 중앙집권적 헌법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고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것이 없이는 그 누구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후보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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