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223호 2012년 12월 3일 월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522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마야 달력에 따른 2012년 12월 종말설 수년 전부터 마야 달력에 2012년 12월 21일
이후의 날들은 없다고 하여 마야인들이 그 시점에서의 지구의 종말을 예측한 것일 것이라는 불길한 해석들이 많이 있었다. 마야문명은 대략 지금부터 2천년 전부터 1천년 전 사이에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번창했던 문명으로서 그 후로는 명맥이 유지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들의 달력이 그렇게 주목을 받는 것은 마야의 수리역법 체제가 수준이 높아서 1년의 길이를 소수점 이하 몇 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밝혀내었고 우리가
3.14로 알고 있는 원주율도 그랬다는 것 때문인데 그래서 이들의 달력을 무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 옛날 생산력도 낮았을 시대에 앞으로 천년 이후의 일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먼 미래의 달력까지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야 문명이 상당한 잉여산물을 축적하고 있었으며, 많은 천문역법의 전문가들을 두고 있을 정도로 복잡한 사회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추상적인 수리과학이 발달하려면 일상의 노동과 관리 업무에서 벗어난 학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상당한 수준의 계급사회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나사를 중심으로
한 우주탐사나 핵에너지 같은 기술도 자본축적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고 사회 구조가 복잡한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나 국가의 중앙 통제 권력이 강력한
러시아, 중국 같은 국가관료 중심 자본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하다. 현실의
절박한 필요에서 나온 기술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을 위한 다른 모색의 동기가 작동하고 있다. 그것은
자아실현의 욕구,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 금전적 보상에
대한 욕구 등 어느 것이든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 전문 기술인력(technocrat)이 가지는 특성이다. 이는 과학에서 순수한 호기심이나 어떤 원리를 발견하려는 동기와 같은 것은 아니다. 원리를 발견하는 실마리를 찾아서 그것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동료 과학자들의 동조나 비판을 받고 토론을
하는 그 과정 자체가 과학자에게는 삶의 의미가 되는데 그것은 기업이나 관료사회에서 상관이나 권력자에게 인정을 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원이나 관료라는 직업이 과학자보다 순수하지 못한 동기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기업에 근무하는 기술자나 정부기관의 기술관료는 상관이나
기업주, 권력자의 뜻에 따르기보다는 사회와 인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개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일할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단순히 국가 위신을 높이기 위해 우주개발을 한다거나 패권다툼을 위해 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핵폭탄을 개발한다거나 지배세력 간의 국제적 이해관계와 특정 산업계의 이익을 위해 무책임하게 경제성도 없는 핵발전소를 설계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야의 천문역법이 실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천상세계의 계절변화를 말한다는 점에서 삶의 현상에서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실용적인 기술은 아니고 그것이 순수한 과학자의 성취동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부를 축적한 국가권력의 요구에 의해 개발된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런 고도의
기술을 가진 마야문명은 몰락했고, 그 원인도 오리무중이므로 이를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체제의 유연한
적응성이 없으면 그 문명의 위험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사회가 제공하는 잉여생산물을 가지고서
자유롭게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것을 가지고 토론을 벌이는 것이 체제의 유연성을 손상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민주화된 사회에서 기업이나 공공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무책임한 일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민주적이지 못하면서 공고하게 구축된 국가산업체제에서는 그 조직에 속한 사람들을 움직이는 동기는 인간의 본원적인 긍지, 필요, 생활상의 필요라기보다는 조직에 의해 고안된 동기로서 권력의
핵심에 맞추어져 있어서 그것이 바로 체제의 존속을 위험하게 만들어 준다. 마야의 달력이 알려 주는
종말의 날은 그냥 순진한 해석상의 잘못으로 치고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