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01호 [통권 제130호]

2013년 1월 4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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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향한 순환경제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은 동무가 커다란 책상에 앉아서 카메라에 눈길을 주지도 않고 신년사를 국어책 읽듯이 또박또박 열심히 읽는 것을 뉴스에서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동무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책임에 짓눌려 있으면서 나름대로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그 신년사의 어떤 내용은 대한민국 신정부에 간청하는 어떤 호소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 미국과의 동맹관계만 중시하지 말고 남북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나가 주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한반도 내의 한 지역 정권이 다른 지역 정권에게 제발 외세와 합작하여 펼치는 적대 정책을 그만 두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이하 법체계에 의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의 영토 일부를 무단으로 장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예컨대 제주도나 전라도 같은 지방이 대한민국의 국가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켜서 분리독립을 추진한다면, 중앙정부는 과거에 제주도민의 상당수를 학살한 것과 같이 또는 광주 항쟁을 유혈 진압한 것 같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진압할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국적법, 지방자치법 등이 그 근거가 될 것이며, 지방민들은 대한민국 내의 어떤 법률적인 근거에서도 분리독립을 합법적, 평화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영연방의 스코틀랜드는 2014년에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한 국가 안에서 차별을 받거나 생활하는 데 불편을 느끼거나 불만이 있는데 이것이 도저히 국가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분리독립이 가능할 때 이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연방제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연방제 중에서도 스위스의 연방제(confederation)는 연방 내의 각주의 동의가 없으면 군사행동을 할 수 없는 조약 형태의 느슨한 연방제입니다. 최소한 상원을 둔 나라들은 대체로 상원에서 국가의 중요한 정책에 대하여 각 지역의 동등한 결정권이 보장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어느 한쪽이 불법으로 분리독립을 한 상태는 아니지만, 양국의 헌법은 상대방이 영토의 일부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이 그곳 인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국 국민이 되어야 할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농성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 제대로 된 민주국가라면 자기 통치력이 미치는 영토 내에서 주민들에게 그 체제 안에서 행복해 하는지를 판단해 보고 만일의 경우에는 각 지역에 국가체제의 선택권, 가입권을 보장해 주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민주주의의 기초 위에 국가를 다시 세운다는 것은 연방제 국가를 만드는 것이고, 한반도 내의 모든 지역이 동의할 수 있는 가치를 추출하여 그 가치를 중심으로 상호방위조약과 같은 연방조약을 체결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침략전쟁에는 가담하지 않는다.’ ‘한반도 안에 핵무기를 만들지도 두지도 않는다.’ 이런 평화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연방조약을 체결하면, 당연히 이런 가치에 동의할 수 없는 미국과는 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연방 형태가 가능하기 위한 경제적 조건은 지역 단위의 자립적인 순환경제로서 지역간에 경제적인 착취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쪽은 오랜 기간의 경제봉쇄를 겪으면서 지역 단위의 자구책을 어느 정도 마련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엄청난 시련을 겪은 결과입니다. 그래서 지역단위의 순환경제에 비슷한 모습으로 어쩔 수 없이 전환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북쪽의 협동농장도 남쪽에서는 사회주의의 대표적인 실패 모델로만 거론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농 체제나 소작농 체제 혹은 기업식 농장보다 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조합 형태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남쪽은 타국에서 지하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을 들여다가 제품을 만들어서 세계시장에 내다팔아 외화를 벌어서 식량과 에너지를 해결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일은 이런 남쪽 경제에 중대한 기회가 되지만, 남쪽 경제에 의한 북쪽 지역의 심각한 착취와 수탈의 시초가 될 것입니다. 더구나 자원과 에너지 위기, 그리고 세계적인 불황을 겪으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정권이 등장할 분위기가 마련됩니다. 이런 체제로는 평화를 중심으로 한 연방조약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뒤를 따라 함께 자원과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 침략적인 행동에 참여하는 쪽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선택할 것이냐 분단과 적대를 계속할 것이냐 하는 것은 경제를 친환경적, 균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냐 아니면 지금의 극단적인 대외의존적 성장경제를 고수할 것이냐 하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 되는 측면에 다분히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점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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