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02호 [통권 제131호]

2013년 1월 12일 토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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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는 무엇을 믿는가?

보수(保守)라는 말 자체는 옛 것을 경솔하게 버리지 말고 잘 보존하고 아끼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은 전통문화, 조상의 얼과 슬기 같은 국민교육헌장 시대의 표현들과 공통점이 많이 있습니다. 토종의 물질문화와 정신문화를 소중하게 지키고 계승해 간다는 것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면 부정할 수 없는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물질을 소중하게 여기고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고 아껴서 쓰는 친환경적인 소비태도와도 통하는 데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보수파의 특징은 말이나 글을 아낀다는 것입니다. 조금은 솔직히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인터넷 시대 누구나 글을 써 제키고 남을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며 자기 pr을 하는 시대에 그렇게 함부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지 않는 조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낭비하지 않고 절제하면서 살려고 한다면, 말과 글도 함축적으로 사용하고 최소한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사회의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하거나 말 실수를 하여 불필요하게 충돌이 일어나면 그 때문에 시간낭비가 많이 발생하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져서 사회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은 것입니다.

요컨대 보수적인 사람은 퍽 지혜로운 사람이며,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는 사람이고 그 때문에 발생하는 낭비를 일으키지 않는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엉뚱한 공상을 하고, 절대적인 권위를 부정하는 불경한 언행을 일삼고, 매사에 어떤 벽에 부닥치는 일이 많은 사람은 보수적인 사람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보수적인 사람은 재산의 많고 적음과 크게 상관이 없이 출현하며, 학교와 가정의 교육을 원만하고 충실하게 받아서 교육이 성공한 케이스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보수적인 태도를 체득한 경우에는, 살아가는 데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신뢰를 남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집단과 부유한 집단이 일치해 보이지만, 인과관계로 따지면 유물사관의 일반적인 설명과는 다르게, 보수적인 태도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

이런 보수적인 사람이 되려면 우선은 정서적인 안정을 확보해야 합니다. 정서적인 안정이 보수성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면서 거꾸로 보수적인 태도가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정서적인 안정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것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의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신에 대한 의존, 항상 정의롭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악과 싸워도 능히 이기는 국가에 대한 의존, 그리고 국가와 함께 세상사람들에게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 주는 자유시장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의 오묘한 원리, 그리고 세계 최고의 지적 물질적 힘을 가지고 지구인을 지도해 나가고 악인들을 응징하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그들이 쓰는 언어인 영어, 그리고 풍요로운 에너지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는 원자력, 그리고 앞으로 고갈된다고 하지만 신의 축복인 석유, 그리고 또 앞으로 계속 발명될 새로운 과학에 의한 새로운 에너지원 이런 안정된 세계에서 내가 속한 나라, 내가 속한 진영, 내가 속한 집단이 선과 정의와 진리의 편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실한 믿음 이것이 정서적 안정감을 보장해 주는 반석입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비교적 성공하면서 행복하게 살다가 마지막까지도 그런 믿음을 안고 죽은 사람들도 많아 보입니다.

어제는 막내아들과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데, 우주인들이 사람 생활하는 환경에서 불쑥불쑥 출현하면 지구를 지키는 경찰 같은 사람들이 이들을 발견하여 파리나 모기 죽이듯이 막 쏘아 죽입니다. <맨 인 블랙>

그런 공격적인 외계인이 나오는 공상영화는 일상적인 안정된 생활을 방해하는 어둠의 세력에 대한 통쾌한 응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안정된 세계질서,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무가치한 독버섯들, 이런 존재들에 대한 강력한 통제 능력을 가진 미국이라는 선하고 강한 국가에 대한 신뢰 이런 것을 그 공상과학영화가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 보수적인 질서는 아쉽게도 조금씩 균열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고, 미국경제가 방만한 소비로 부도 위기에 몰리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고 하지만 순전한 희망밖에는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사람들은 이런 체제의 불안정한 위기를 외면하려고 합니다. 보수적인 사람 특유의 평정심을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엄연히 원치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고, 보수의 심리적 기반은 점점 공허해집니다. 그러면 길은 두 갈래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실험적인 삶을 살아가느냐 아니면 옛날의 전통세계의 안정된 정신세계로 머리를 파묻느냐 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진보와 복고(復古)의 두 길이 나타납니다. 이 두 길이 모두 보수의 위기에 대한 합리적인 인간의 반응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여기까지 와 있으며 아직 정답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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