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05호 [통권 제134호]

2013년 2월 8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522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과학적 정신 태도와 과학만능 주의

등소평 이후 중국의 지도자들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과학의 역할을 중시해 왔다. 후진타오는 자신의 사상을 “과학적 발전관”이라고 이름 붙이기까지 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도 이공학도 출신으로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무척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번에 정부부처로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정부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처로 계획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 지도자들의 과학에 대한 중시 태도는 19세기에 유럽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해 정립된 유물 변증법 사상과 사회주의 사상에서 명목상 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박근혜 씨의 과학 중시 태도는 제3공화국 이후 조국 근대화를 내세운 박정희 정권의 통치 이데올로기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통치 이데올로기의 뿌리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한자 문화권인 중국, 조선, 일본 등에서 일어난 동도서기(東道西器)류의 개화사상과 부국강병의 국가주의 같은 것들이 혼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국 영도세력의 과학적 발전관이 순수하게 사회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사회주의 세계에서는 과학이라는 용어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상대편을 공격할 때 비과학적이라거나 형이상학적이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고, 자기 편의 생각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를 좋아한다. 비과학적인 생각이라면 논증을 통해서 과학적인 생각을 갖도록 이끌어 줄 수 있지만 형이상학적 생각을 하는 사람을 설득할 방법은 없다. 비과학과 형이상학이 결합해 있으면 그 당사자는 구제받을 길이 없는 오류에 빠지기 때문에 이는 무자비하게 제거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 되어 버린다. 이는 현실 사회주의가 공포정치로 타락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과학 정신 자체는 절대적 권위를 증명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의 발견들의 체계에 두기 때문에 이성에만 의존하는 자유 토론을 보장해 줄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근간으로 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과학 정신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과거에 주자학을 숭상하던 조선이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반대파를 억압하는 그런 구실로 과학의 이름이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과학 정신은 이공계의 과학기술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지 철학이나 사회과학을 포함하는 정치적 함의를 지닌 과학정신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우선은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동력으로서 과학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국력의 원천으로서 과학을 육성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저항하려는 목적으로 과학을 발전시켜 와서 나름대로의 과학을 응용하여 국가를 지켜간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과학을 중시한다면 어쩌면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과학기술의 지식체계를 벗어나려는 모색이 그 안에 내포되어 있을 수 있고, 이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갈등을 의미할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로, 중국의 국가지도자들의 과학 중시 태도에는 효율과 자원절약, 에너지 절약과 같은 질적 성장의 개념이 들어 있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의 과학적 접근에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려는 인간의 노력으로서의 과학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진보적 의미에서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기력의 고갈과 자원, 에너지원의 고갈을 최소화하고 과학기술을 응용하여 에너지 및 자원의 저소모형 경제를 만들어가는 목표인데, 이 방면에서 과학적 태도는 자본주의적 이윤추구와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하의 녹생성장 정책에서는 자본주의적 이윤추구의 대의 하에 과학기술과 환경보호는 수단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진정한 과학 정신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과학정신은 우리 인간이 자연 속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자연을 남용하고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를 포함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엥겔스의 다음과 같은 말처럼.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상기해야 할 것은 우리가 자연을, 마치 정복자가 타민족을 지배하듯이, 자연 바깥에 서 있는 어떤 자처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는 살과 뼈, 머리까지 포함하여 전적으로 자연에 속하는 존재이며, 자연의 한 가운데에 서 있으며, 우리의 자연에 대한 지배의 본질이 모든 다른 피조물보다 우수하게 자연의 법칙을 인식하고 이를 올바로 사용할 줄 아는 데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처럼 허무맹랑한 속물적 종교신앙에 지배를 받는 자들을 중용하지는 않으리라 기대하며, 그런 점에서는 안심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과학 정신에 따라 인간과 자연간의 관계, 세상의 순환적 질서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정책을 펼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한다.

지난호 보기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