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07호 [통권 제136호]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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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입학을 하는 분들께,

2월에 학교를 졸업하는 분들과 입학을 하는 분들은 나이가 적게는 14세이고 많게는 20대 중후반이 되어 나보다 최소한 20년 연소하지만 50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그 위에 생명체로 태어난 시점이 20, 30년 차이가 난다고 하는 것은 차이도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큰 학교에 입학했고, 순서가 불명확하게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2백만년 전이고, 그 전에도 인간은 누군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간은 지구상의 생명체로서 40여억년을 생존하면서 역사적 경험을 해 왔고, 당연히 부모세대로부터 자녀세대에게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도 40여억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40여 억년의 교육이 인간의 체세포에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인데 불과 몇 십년을 더 눈 뜨고 살았다고 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아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환상에 사로잡히거나 눈에 들어오는 껍데기들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 것일 뿐이겠습니다.

나는 그래서 여러분이 어떤 학교교육을 받았든, 그리고 혹은, 앞으로 받을 것이든 그 교육이 여러분의 생명체로서의 진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자본주의화된 학교 교육에서 자본주의와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려는 학생이 나오기 힘들도록 등록금을 터무니 없이 올리고 이를 은행 대출로 잠정적으로 해결하게 만들어 학생들이 빚을 지고 조심조심 주어진 길만 노예처럼 가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얄팍한 술책이 40여억년 동안 조성된 여러분의 인간본성에 하등의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학교라는 제도적 울타리는 여러분과 같은 지구 역사를 담고 있는 생명체를 품고 있기에는 너무 허접합니다.

어떤 학교를 다니고 학교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에 중요하다고 하는 말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학교는 기본적으로 여러분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본능적으로 혹은 어디에선가 배워서 알고 있듯이 이 지구상에서 어떤 생물이든 어떤 시대에든 먹고 사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 경우가 혹시 있다면 그 생물 혹은 그런 인간은 곧 타락하여 생명력을 상실하고 자연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됩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당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 우리를 단련하여 더 지혜롭고 더 강건하고 더 윤기가 나고 더 독립심이 강한 존재로 우리를 만들어 줍니다. 가능하면 제도적으로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하고 어떠한 외부적 평가에도 개의치 않는 자주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타고난 생명력을 가장 창조적으로 발산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많고 적음과 학교에서 거둔 성적의 높낮이가 여러분의 인생경로에 어떤 영향이라도 주기는 하겠으나 먹고 사는 문제에 고민이 없는 평탄하고 풍족한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그래서 목적을 이룬다면 이는 장구한 역사를 지닌 생명체로서는 별로 좋은 결과는 못 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통해 “나”라고 하는 존재, 까마득한 역사와 경험을 지닌 존재를 스스로 발견하는 일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습성을 배우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습니다. 인간들 사이에서 지혜롭게 처신을 잘 하여 편안히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더라도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고생하면서 사는 사람이 주위에 생긴다면, 그런 지혜는 내세우거나 남에게 가르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나 개인이나 내가 속한 집단이 아니라 지구상의 생명공동체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우치고,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깨닫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경험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창조적인 삶과 창조적인 깨우침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지구라는 환경에 처한 생명집단은 스스로 배워갑니다. 이 지구 전체가 큰 배움터입니다. 인간사회가 학교라는 제도를 만든 것은 이처럼 평생을 배우고 깨닫는 습성을 습득하기 위함입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교육자료를 학습하는 것은 살아가면서 나와 환경과의 부닥침을 통해 깨달음을 키워나가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일찍이 인도의 간디 선생은 자서전을 쓰면서 ‘나의 진리 실험 이야기’라는 부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는 매사에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관찰하여 진리가 무엇인지를 검증하는 실험정신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이런 단순한 생활태도를 가지고 살았는데도 그는 인류의 길을 제시하는 스승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인간 자체는 그만큼 위대합니다.

2월과 3월에 어떤 마무리와 어떤 시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주눅이 들어 의기소침할 일도 아니고 남들보다 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닙니다. “큰 나”의 의식을 가지고 매 순간을 새로운 발견과 눈뜸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무와 어둠으로 가려진 앞을 향해 과감히 나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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