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09호 [통권 제138호]

2013년 3월 15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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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의 고리를 완전하게 하기 위한 조건

생태계의 물질순환, 아니 삼라만상의 물질순환 질서에서 인간이 아직 잘 모르는 것은 그 순환의 연쇄고리에서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인간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인간은 다른 동식물들을 잡아먹고, 소화기관에서 소화시킨 후에 소화된 물질을 대소변으로 배설하기 때문에 신진대사 과정에서 물질순환을 시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죽으면 매장이나 화장의 과정을 거쳐 분해되어 다른 동식물의 양분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생태계에서는 모든 동물은 다른 종류의 동식물을 먹고, 또 다른 종류의 동식물(식충식물이 있으니까)에게 잡아 먹힌다. 병균과 같은 미생물을 생각한다면 인간도 그런 병균에게 잡아 먹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균의 희생이 되는 것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다. 산업문명 성립 이래로 인간은 인간보다 더 힘세고 더 영리한 다른 동물이나 어떤 존재에게 잡아 먹히는 일이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생태계에서 예외적인 위치를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동식물들은 예외 없이 자기 종보다 더 힘세고 더 영리한 종에게 꼼짝없이 먹이가 되고 만다. 인류도 처음에는 그런 동물 가운데 하나였지만, 사회를 이루어 살면서 이러한 먹이사슬의 중간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인간은 다른 위험한 천적을 피해 달아나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살기 위해 긴장하고 노력하는 정도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의 투쟁은 적은 먹이를 놓고 동료 인간들과 경쟁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나 흉년이 들면 그런 갈등과 투쟁의 동기가 더 강해진다. 그러면서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같은 인간의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는 전쟁을 하게 된다. 이 인위적인 사냥에서 인간은 비로소 쫓기기도 하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인간의 천적은 인간이다. 그러나 단순한 인간이 천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전쟁터로 내모는 국가와 같은 사회제도로 작동되는 사회 시스템이 바로 인간을 잡아먹고 생존하는 천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의 피를 흘리는 동시에 그 흘린 피에 대해서 추모도 하고 이를 통해 애국심을 더 고취시키면서 사회적인 단합을 더 공고하게 하는 식으로 사람의 생명을 끝까지 이용한다. 동작동 국립묘지 같은 곳에 묻힌 사람들은 이 사회의 먹이감이 된 사람들이다. 물론 국가가 그들을 죽게 만들었고 또 국가가 그들에 대한 감사를 나머지 국민에게 요청한다.

인간이 다른 동식물에 비하여 더 강한 존재로 진화한 결과 그런 이상한 먹이사슬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 전체적인 차원에서는 현재의 미국과 같은 인간 도살자 역할을 하는 패권국가가 역사적으로 항상 있어 왔다.

그런데 이 먹이사슬에서 인간의 신체는 직접 사회라는 생물에 의해 영양분으로 소화되지 않는다. 그 인간이 걸은 발자취와 죽음의 비극에 대한 기억이 사회라는 신체에 제공된다. 사회는 이를 정신적인 양분으로 삼아 나름대로 더 오래 생존하고 번창하는 데 이용하려고 한다. 이른바 범죄자를 잡아서 벌을 주거나 죽이는 것도 이런 메커니즘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적행위를 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국가에 의해 죽임을 당해 온 역사가 있다.

차라리 인간보다 더 강한 동물이 인간을 잡아먹는 세상이라면, 인간이 그처럼 다른 인간을 희생시키는 것보다는 더 자연질서에 맞는 죽음이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인간은 자연계에서 경제의 규모를 스스로 조절하고 스스로 인구를 적당한 선에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맬서스의 생각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서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먹는 것과 소비하는 것을 줄이게 되면, 인간은 무시무시한 인간 천적의 희생자가 되지 않고서도 자연계 안에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금의 인간에게 그런 정도의 분별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쩌면 자연의 태양과 바람 같은 기후요인들이 인간사회의 생존조건에 영향을 미쳐서 인간이 서로 단결하게도 하고 서로 다른 집단과 싸워서 죽이게도 만드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후환경이 인간을 살해하는 천적이라는 말인가? 결과적으로 그런 결론에까지 도달한다. 과거의 인간들은 기후환경이 인간사회 지도자들의 심성에 밀접하게 좌우된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교 사회를 지탱해 준 인과관계의 가정 중 하나가 이런 것이다.

결국 인간이 욕심을 줄이는 것 말고는 길이 없는 것이다. 수천 년 간 인류는 이런 생존조건을 막연하게나마 터득했다. 그것이 전통사회의 윤리로 전해져 온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체제는 인간의 더 많은 물질에 대한 욕심을 그 생존의 조건으로 하고 있다.

생태계를 포함한 큰 순환경제에서 물질을 낭비 없이 순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물질과 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로부터 도출된 결론일 것이다.

인류의 위대한 종교와 현인들이 출현한 기원전 500년경에 이런 방향의 깨달음이 인간의 지성세계에 들어왔으며 이는 인류의 물질적 풍요의 발전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 이것이 깨뜨려야 할 제약이라고 생각한 산업문명 출현기의 계몽사상은 과연 충분히 사려가 깊은 것이었는가 하는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연구소 소식

1. 연구소의 홈페이지(www.cycleconomy.org)를 다소 개편하였으며, 인간 내면적인 순환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게시판을 새로 내었습니다.

2. 연구소에서 자원순환연대회의의 의뢰에 따라 “자원순환정책제안집”을 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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