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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10호 [통권 제139호]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522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시간의 낭비와 자원의 낭비 가치 있는 것을 낭비하는 것은 죄에 속한다는 의식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 가치 있는 사물이 다른 누구에게는 결핍됨으로 인해 그 사람이 심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면 의식할 수 있는 마당에 나에게 사용권이 있는 그 가치 있는 사물을 누구도 이용하지
못하게 그냥 무가치하게 허비해 버리는 것은 불특정한 어떤 사람들의 가능한 고통에 대한 외면 내지
무시라는 성격이 다소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음식물의 낭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낭비가 가져오는 부조리한
상황을 떠올리기가 비교적 쉽다. 세상에는 음식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들을
기회가 누구에게든지 가끔씩 있기 때문이다. 음식만이 아니라 사람의 일손이나 에너지가 들어간 일반적인 노동의 성과물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 노동의 성과물이 식량이나 물과 같은 생명과 연결되는 필수품인 경우에
그런 도덕적인 사고를 펼치기가 쉬울 뿐이다. 모든 노동의 성과물은 그 재료를 구하기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어떤 생물체를 죽이거나 고통을 주는 과정을 수반한다. 즉 희생을 수반하는 것이다. 누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와서 그 물을 내가 마실 경우에도 물을 떠다 준 그 사람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러므로 그 희생의 대가에 대한 의식이 없이 그 물자를 허비하는 것은 이 생명세계를 존중하는 태도가 되지
못한다. 많은 낭비 중에서도 시간낭비라는 말은 일상화가 되어 있다. 보통 시간낭비는 시간을 들여서 어떤 일을 할 때, 혹은 어떤
일로 시간을 흘려 보낼 때, 그 일이 보람 없는 일이거나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래서 그것은 그 소비된 시간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같은 시간에 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상의 일이 있을 때 어떤 이유에서든 행하게 된 그 일의 과정이나 결과가
불만스럽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선택을
잘못한 것에 대한 후회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돈이나 권력, 지식 등 수단의 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시간낭비를 한 것을 큰 고통으로 느낀다. 그런 것을 비생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뭔가를 얼마만큼 생산할
수 있는 시간에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 자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물질소비와 배출을 의미하는
신진대사의 과정이니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분명히 이 세상의 물질순환에 참여하는 전제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자기
존재로 이처럼 지구상의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일정량의 물자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존재한다면, 그 존재로 내가 살아 있음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갖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 자아의 표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더 많은 생명들을 상해하여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동원하는 것 자체를 지향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그 자체로 소비하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기도나 명상에 열중하는 종교인들, 주로 관찰이나 사색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주어진 물적 수단과 시간을 사용하여 사람들이 처음
보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사는 모습들, 가치를 두는
방면이 각기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자기가 추구하는 방면이 아니라 억지로 남에게
이끌려서 남이 가치를 두는 방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그 사람은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비슷한 방향을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들 간에도 비슷한 성격의 집단들끼리
제휴를 하는 것은 그런 시간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시간낭비는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괴로움을 주며, 이는 자신이 가치를 두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는 데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자주권, 자유권이 충분히 주어져서 이를 방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사회의 조건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낭비에 대한 강박관념이 가장 강한 부류의 사람들은 그 살아가는
방식으로 환경을 크게 파괴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시간을 돈으로 계산할 때 조금도 그 시간을 낭비하면 경제적인 손실이 된다고 바로 계산을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간 자체를 즐기는 자들, 깨달음에
집착하는 이들은 그런 강박관념이 덜하고 오히려 이것저것을 기웃거리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예술작품이나 새로운 사고 같은 것을 창조하려고 애쓰는 부류의 사람들도 재충전이나 활력을 위하여 궤도에서
이탈하는 데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무슨 구체적인 것, 예컨대 돈이나 명예, 권력, 안전
등을 얻기 위해서 자유롭지 못하게 지시를 받고 억지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을 참기 힘들어 한다. 즉
돈을 얻기 위해 자기 시간을 과도하게 매각하는 것을 고통스러워한다. 이처럼 “시간낭비”의 관점에서
볼 때 종류가 다른 사람들, 즉 시간낭비에 대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고 돈을 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노후에 그 동안 확보해 놓은 돈으로 시간 자체를 즐겁게 소비하거나 창조활동을 하면서 살기
위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나이에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자원과 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문명을 만들어서 생태계에서 자원과 생명을 남용하는 현상을 일으킨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생산적
활동을 위해 시간낭비를 극도로 회피하는 문화, 그것이 프로테스탄트의 정신인지도 모르지만, 이는 생태계와 자원의 낭비와 오남용을 불러일으켰다고도 여겨진다. 사람들의 시간사용에서 자유권이 확장되어 간다는 전제에서는, 생태계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시간을 잊고 살 필요가 있으며, 시간낭비라는
개념도 가능하면 꺼내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람들 간의 무관심을 타파하는 데서도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자원을 아끼고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별로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자원순환에 소홀히 하는 경제와 산업구조는 시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가치로운 자원을 낭비하면서 경제위기, 환경위기를
조성하여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유의미하게 인생을 살아갈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