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11호 [통권 제140호]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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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낭비와 자원의 낭비: 두 번째 화제

시간의 낭비를 끔찍하게 아파하는 사람들은 앞의 호에서 말했듯이 시간을 돈으로 계산하는 습성이 있는 기업가와 같은 경제인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역설적이게도 대중들의 유의미한 시간과 자원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직접 영리조직을 경영하는 업주가 아닌 많은 종업원들은 일을 한다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목표를 중심에 두어야 옳겠지만, 많은 경우에 자신이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목표를 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복잡한 문제를 잘 정리하고 분석해서 판단을 내리기 좋도록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쉬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금방 처리하여 끝낼 일을 가지고서 일과시간을 다 보내고 야근까지 하고 그렇게 해서 자신이 복잡한 경우들을 다 고려하는 완벽한 사람이라는 것을 윗사람에게 보여주려고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은 시간상으로도 늦게 나온 결과물일 뿐 아니라 쓸데 없는 부분을 깊이 있게 고려한 것이고 오히려 사물의 실체를 잘 알 수 없게 복잡하게 만든 것인 경우가 많다. 이는 월급을 꼬박꼬박 타는 관료들과 그 밖의 안정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하는 행태가 아닐까 한다.

일을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서 길게 일하지 않으면, 상관은 또 새로운 과제를 맡길 것이고, 그렇게 빨리 일을 처리하여 더 많은 일을 맡아 골치를 썩이느니 차라리 간단한 일 하나를 가지고서 골치를 썩이는 척을 하자는 심사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윗사람이 보기 좋게 문서를 편집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내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이 격무에 시달린다고 하지만, 정말 시간을 아까와 하는 사업주라면 그런 무가치한 일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야단치고 싶어 할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대체로 학력(學歷)이 괜찮고 또 쉽지 않은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인데 이들이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별 가치가 없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사회의 조직이 빚어낸 결과이다. 현대사회의 구조가 똑똑한 인재들을 바보로 만든 것이다. 쉬운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어렵게 하는 것은 바보가 하는 일이 아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지금과 차이 없는 업무실적을 내면서 사무실 유지비용이 줄어들고, 직장인 개인에게는 4시간의 자유가 주어지게 된다. 이 자유시간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은 저녁시간의 자유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2시간에서 4시간이면 처리할 수 있는 일을 12시간에 늘려서 낑낑대며 하는 척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사는 방법을 전환할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추가 시간의 일로써 그 공백을 메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윗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일을 많이 한다는 티를 낼 필요도 없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보통 남들이 가지지 못한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들은 그렇게 할 수가 있다. 물론 시간이 남는다고 사무실에서 일찍 자리를 뜨면 퇴직의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 제일 좋은 방법은 회사나 조직의 소유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근로자가 주인이기도 해서 주체적인 태도로 당당하게 일을 하고, 시간이 남아돌면 과감하게 밖에 나가서 자유시간을 갖거나 자유시간이 너무 시간이 아까우면 다른 일할 것을 찾아보면 된다.

현대사회의 주식회사는 그렇게 근로자들의 협동조합이나 합명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공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을 4시간으로 하고, 나머지 시간은 별도의 장소에 가서 교육을 받게 한다든지, 연구를 하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수밖에 없다. 관료주의(bureaucracy)라는 말은 “사무실(bureau)”의 힘을 휘두른다는 어원으로 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다. 관료주의는 그 독특한 낭비적인 업무처리 방법으로 조직원들 간에 외부의 눈에 대하여 서로를 보호해 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관료주의가 깨어져야 나라가 살고 사회가 살 수 있다. 그리고 관료주의를 깨뜨리려면 관료들을 점심시간 후에는 사무실 바깥으로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런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정부관료들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그 이론적 배경을 제공해 주고 블루칼라 노동자들, 시정의 상인들, 농민들 같은 누구 눈치를 볼 겨를이 없는 서민들이 시민으로서 당당히 이런 실태를 지적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행태를 가진 자들은 서민들이 세금을 내서 먹여 살리는 종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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