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18호 [통권 제147호]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522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불교와 평화

오늘은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교는 부처님의 칭호를 얻은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분의 깨우침에서 시작된 위대한 가르침인 종교이다. 그는 인생이 겪는 생로병사의 고통의 근원을 깨닫고자 왕자의 신분을 벗어 던지고 출가하여 오랜 세월 초인적인 수행을 거쳐 깨달음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분의 설법을 그냥 듣는 것만으로 그분과 똑같이 깨달음에 도달할 수가 없으며, 마찬가지의 신체적 정신적 수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싯다르타의 뒤를 이어서 출가를 하고 있다. 다만 싯다르타 자신과는 달리 그 후의 수많은 불제자들에게는 이미 검증된 수행의 방법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힘은 들지만 싯다르타 자신이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겪는 그 정도의 심적, 신체적 고통까지는 겪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불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철저한 수행의 종교라고 인정된다. 이렇게 해서 견성득도(見性得道)를 하게 되면, 일체의 욕심과 번뇌와 망상에서 자유로운 깨달은 자가 되어 이 세상에서 번뇌의 구렁텅이에서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는 데 뜻을 두게 된다.

굳이 출가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침, 저녁으로 불경을 읽고 참선을 행할 시간과 마음만 있으면, 세상에 큰 문제는 다 사라지고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럴 시간과 자유가 있어도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이런 방법에 의한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참선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다면, 잡념이 없어질 때까지 그냥 숨쉬는 것을 느끼면서 앉아있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일로 복잡해진 머리가 텅 비게 되고, 숨이 길고 편안해지고 이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생활은 긴장의 연속이고 남을 누르고 뭔가를 획득하는 데 성공해야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으며,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거의 동일한 목표를 먼저 달성하려고 달려가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은가? 숨이 편안해질 틈이 없고, 몸에서 긴장이 풀릴 겨를이 없다. 그래서 새벽이든 저녁이든 시간을 정해 놓고, 그런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기회를 가져야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바르게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불필요하게 서로 스트레스를 주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는, 그래서 항상 몸과 마음이 긴장되어 있고 경계를 하고 있고 항상 눈치를 살펴야 하게 되어 있는 사회생활의 질서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특별히 부지런하게 수행을 하지 않더라도 정직한 노동과 쉼만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을 수가 있게 된다.

불교 수도승들의 노동은 그 자체가 수행의 과정이다. 이와 같이 노동이 모두에게 골고루 배분되고, 그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괴롭게 조직되지 않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땀을 흘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사회의 상태가 평화 그 자체라고 할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쉼과 힐링을 찾아서 명상과 호흡, 참선의 기술을 배우려고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분야의 기술을 상업화해서 성공하는 전문가들도 생겨난다. 그런 사람들은 물질을 이용하여 생산활동을 해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대가를 받고서 사람들에게 잘 쉴 수 있는 기술을 별다른 도구를 사용하지도 않고서 가르쳐 주는 것이니 지금과 같은 시대에 사회적으로 나쁘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영리활동을 하는 데 쓰이거나 물질적 소비를 하는 데 쓰일 일정한 시간을 비용으로 지출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상업화되고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 돈을 주고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으로 고착되는 소비행위가 된다면, 그런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간에 또 다른 차별이 생겨나는 계기가 되고 말 것이다.

불교는 영리를 추구하는 상업이나 산업이 아니고 엄연한 종교이므로 이처럼 건강해지는 기술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불교는 돈 있는 사람만 차별적으로 깨닫게 되고 건강해지는 그런 사회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모두가 자기에게 맞는 노동을 통해 건강해지고 정신을 바르게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할 것이다. 그것이 불교사원과 스포츠센터의 차이점이다.

우리 자신이 비록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그런 올바른 지향을 가진 참된 종교를 실천하는 사찰이 우리가 사는 곳 가까운 데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희망이고 행복이다. 조금 더 지적할 점이 있다면,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또 참선을 할 시간과 조용한 장소, 그리고 유의미한 노동을 할 기회가 모두에게 권리로서 공평하게 배분되는 사회를 희망하는 것은 정당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지난호 보기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