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20호 [통권 제149호]

2013년 6월 7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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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처리의 기본원칙

박근혜 정부가 자원순환 사회로의 이행을 국정과제로 선언한 것은 이명박 시대의 녹색성장이 원자력에서 나온 전기를 가지고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들고 풍부한 전기로 가동되는 환경설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사기성이 짙은 천박한 환경정책을 암묵적으로 비판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료사용 및 폐기물 발생의 원천저감, 재사용, 재생이용을 잘하는 자원순환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환경오염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사이 환경부와 자원순환업계 간에는 자원순환 법령제정을 둘러싸고 서로 주도권을 쥐려고 보이지 않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원순환업계는 기본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분리배출, 분리수거품들을 폐기물로 보지 말고, 순환자원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폐기물관리 담당부처인 환경부는 폐기물관리의 범위에 그 모든 자원들을 두고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자원순환업계는 그동안 폐기물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규제를 자치단체로부터 받아왔고, 그 폐기물의 수집, 운반, 처리에서는 위험한 유해물질도 얼마든지 뒤섞여 있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넓은 범위에 걸친 업자들이 모두 엄격한 규제와 감독의 대상이 되어 영업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받아 왔다. 그러므로 자원순환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다.

반면에 환경당국은 생활환경의 보전에 대하여 책임을 진 부처이기 때문에 폐기물의 불법투기나 누출이 발생하는 것을 겹겹이 통제하지 않으면 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져서 가능하면 광범위한 물질들을 폐기물관리의 범위에 두고 엄격한 규제를 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불순한 의도에서 자기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상대방을 비난하기는 쉽다. 자원순환업계가 환경파괴의 위험성은 모른체하고 자기업계의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본다든지, 환경부가 자기들의 업무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폐기물을 광범위하게 규정해 놓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든지 하는 주장들은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여겨진다. 양측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이 투명한 이성을 가지고서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의 제도가 어떻게 되어야 하겠는지를 따져보는 태도를 포기하지 말아야 답이 찾아질 것이다.

자원순환의 기본원칙과 우선순위는 보통 3r로 표현된다. 즉 원천감량 -> 재사용 -> 재생이용 -> 에너지회수 -> 안전한 처분. 이것이 폐기물처리의 기본 순서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기초적인 상식을 자원순환업계도 환경당국도 잘 알고 있다. 경제성의 관점에서도 그런 순서로 되어 있다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이 기본원칙이 지켜질 것이다. 그러나 기본 인프라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느냐에 따라 이 경제성은 쉽게 달라진다. 예컨대 이론상 원천감량이 가장 경제적이더라도 원천감량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의 생산설비가 없다면, 그리고 그것을 추진할 인적 자원이 역량이 부족하다면 원천감량은 여러 가지 이유로 행해지지 않게 된다.

재사용도 간단한 수선을 하여 다시 쓰는 것으로서 물질적 재생보다 훨씬 경제적이지만, 그런 시설이 가까운 데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그 다음단계로 아까운 물자들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재생이용도 마찬가지이다. 재생이용의 인프라가 어떤 품목에 대하여 어느 수준으로 갖추어져 있느냐에 따라 그 품목이 에너지 회수로 넘어가느냐 물질적으로 재생이용되느냐 아니면 그냥 매립되느냐가 달라지게 된다.

노무현정부부터 이명박 정부는 에너지 회수 인프라 구축에 많은 돈을 들여서 이런 우선순위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효과를 일으켰다. 물론 그 우선순위를 담당자들은 절대 부정하지 않지만, 경제성을 내세워서 우선적 활용방식으로 처리되는 비율을 적게 만들고 그 다음 차례의 활용방식으로 처리되는 비율이 더 높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것이 아니고, 우선순위상 상위에 있는 방식이 덜 강조되는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원순환 정책에서 정부의 예산배정으로 나타나는 정책적 중점의 우선순위가 자원순환의 원칙상에서 우선순위 차례가 낮은 처리방식에 두어지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화석연료를 적게 채취 사용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하려면 쓰레기에서 연료를 뽑아내야 한다는 단순논리가 그런 정책적 중점 순위를 만들어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 고갈에 더 심각하게 비중을 두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머리에서는 이미 자원순환의 기본원칙상의 폐기물처리의 우선순위가 달라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3R의 순서를 말로는 부정하지 않지만, 사실은 그것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기초적인 환경지식만 알아도 틀린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식하고 사악한 인격파탄자라고 보아야 할 지도자의 말을 견제하지 못하고 아첨을 떤 주위의 참모진과 환경당국자들은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아직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3R의 기본원칙과 그 우선순위를 강조하는 자원순환업계는 에너지회수와 소각, 즉 안전처분이라는 방법을 더 중시하는 정부당국과 그 인프라 건설에 관심이 있는 토목건설자본에 맞서서 정책상 재생이용이 그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더 앞선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원천감량을 주장하는 세력, 재사용을 주장하는 세력이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내어야 마땅하다. 원천감량은 청정생산과 산업구조의 개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분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에서 다루어진다. 생산기술의 분야에 많은 중점이 두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꼭 설비투자를 많이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사업장의 생산 시설의 배치와 조직을 합리적으로 하는 데서 달성될 수 있는 측면이 많다. 이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많이 이루어지도록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자원순환 관련자들이 해야 할 중대한 임무이다.

재사용도 충분히 강조되지 못하고 있다. 종교단체나 시민운동단체에서 전통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져 왔지만, 정부나 자원순환산업계는 관심을 갖는 시늉만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와 자원순환산업계는 재사용에 대해 더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들이 재사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프라가 곳곳에 건설되고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 아마 정부는 재사용이 우리나라가 기술경쟁력을 가진 기술강국으로 나가는 데 별로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자원순환산업계도 재사용을 많이 하면 자신들에게 넘어오는 폐자원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재사용의 다음이 재생이용, 즉 물질재활용이 되어야 한다.

이상은 자원순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객관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개념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것도 원칙과 이론상으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즉, 부산물이건 폐기물이건 생산과 소비 후에 발생되는 처리해야 할 물자들에 대해서는 제1차적으로 유해하거나 오염된 성분들을 분리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폐 물자가 발생하면 경제성에 따라 분리, 선별이 이루어지고, 경제성에 따라 재사용 ->재생이용 -> 에너지회수->처분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그 경제성을 따지는 주체는 사적인 사업자들이지 공공의 국민경제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일선의 고물상에서부터 분리선별의 초점이 부가가치가 높은 순서대로 유가물에 두어진다.

이런 식으로 되면 오염물질 내지 유해물은 분리, 선별이 모든 단계를 거치면서 그 담 단계로 넘어가는 쓰레기 속에 포함되어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조금씩 확산되고 결국에는 소각이나 매립장에 오염물질이 모이게 된다. 이것은 사적인 주체들의 행동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경제적 입장에서는 합리적이지 못하고 경제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그래왔기 때문에 3R 내지 4R의 모든 단계에서 처리되는 물자들이 모두 폐기물로 취급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도한 규제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 오염물질 내지 유해물질을 분리해 낸다면, 그 다음단계부터는 그런 규제는 불필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발생된 물자에 대하여 제1차적으로 오염물질을 분리하는 데 모든 정책적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현행 용어대로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는 일이 된다. 이것이 넓은 의미의 원천감량이다. 그런데 이 일은 민간에서 경제성을 가지고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공이 개입하여 폐기물 발생원인자에게 그 책임을 강력하게 지우든지, 아니면 공공의 예산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국민경제적으로 더 경제성이 높은 자원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소각이나 매립에도 사실은 오염물질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염물질을 대기중으로 수계로, 토양으로 확산시키는 일로서 매우 어리석고 잘못된 일이다. 오염물질 내지 유해물질은 그 원 용도의 화학성분을 살려서 다시 사용하거나 도저히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결정화, 고형화를 시켜서 안전하게 보관하든지, 미술작품을 만들든지, 영구적인 건축물, 기념물 같은 데 들어가게 하든지 해야 한다.

그래서 순환경제연구소에서는 생산과 소비후 발생되는 물자를 오염혼잡물과 단순혼잡물로 구분하고, 처리의 최우선순위는 오염혼잡물에서 오염물질을 분리하여 단순혼잡물로 만드는 것으로 제시했다. 단순혼잡물은 경제성에 따라 분리, 선별하여 3R의 흐름대로 가도록 하면 된다. 그것들은 폐기물로 취급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 단계에서 소각이나 매립을 통해 제거해야 할 잔재물이 남게 되면, 이때 폐기 대상물로서 취급하는 것으로 족하다.

자원순환 사회로 가는 폐기 물자 관리의 우선순위는 지금까지 3R로 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맨 앞에 오염제거(elimination of pollution)가 와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문자를 써서 “오염제거후순환”(elimination of pollution, and then recycle)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3R과 사실상 다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폐기물의 원천적 감량(reduce)에 오염제거활동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 자원순환사회로 가는 기본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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