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24호 [통권 제153호]

2013년 7월 12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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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지성, 그리고 자원

어느 사회에든 정보와 지식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기관들이 존재한다. 그런 계층은 사회의 나아갈 바를 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능력이 있다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생존을 위한 힘 드는 육체 노동을 면제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런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연산(演算)을 하는 데는 적지 않은 에너지와 수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들은 많은 물자를 활용한다. 여기에는 고급 두뇌활동을 위한 충분한 여가와 영양공급, 쾌적한 생활을 보장해 주는 높은 보수도 포함된다.

이들은 선박에 비유하자면, 노를 젓는 노고나 갑판 위에서 돛을 올리고 내리는 힘든 일을 면제받는 대신, 해도와 나침반을 확인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보면서 배가 암초에 부딪치지 않고 올바른 경로로 항해하는지, 멀리서 해적선이 혹시 나타나지 않는지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모든 정보를 분석하는 일급 항해사에 해당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천기 속에서 바다와 공중을 가로질러 가는 항해나 항공과 마찬가지로 어느 사회이든지 일정하게 정해진 대로 진행되는 일이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내외 여건 변화를 겪으면서 생존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지식계층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즉, 생체와 같이 순환하는 사회에 외부와 생태환경에서 채취되어 투입되는 물자와 사용 후 배출되는 폐기물이 나갈 수 있는 장소의 여건은 일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사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따라서 자연환경과 외부 경제계의 변화를 예측하는 전문가와 폐기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환경 중의 장소의 여건에 대한 전문가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야만 사회는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가면서 자원의 큰 손실 없이 생존을 영위해 갈 수 있다.

만약에 전문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역할을 망각하고 자신들에게 허락된 물자 이용의 특권을 자기계층의 권익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데 활용한다면 그 사회는 머지않아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장난 삼아 늑대가 나타났다고 몇 번 외친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가 그런 위험성을 말해주는데, 이는 사회의 여론이 전문지식인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 데서 오는 비극을 보여준다. 그렇게 되기까지 양치기가 자기 본분을 잊고 장난을 친 것처럼 전문 지식인들은 사회의 현 상태와 미래의 변화방향에 대한 진단과 예측에서 전문적인 견해랍시고 내놓는 것이 의도적으로 기성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거나 의도적으로 위기를 과장하는 것이 되기가 쉽다. 그 중에서도 사회의 혜택과 신뢰를 받는 기성체제의 지식인은 기성체제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가공하여 내놓기가 쉽다. 반면에 사회에서 외면당하여 빛을 보지 못한 지식인들은 기성체제의 일원이 된 전문지식인들의 역할 망각으로 사회가 위험한 길로 빠져들게 된 상황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성향을 가진다. 그렇다고 이렇게 위기를 과장하는 사람들을 장난꾸러기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데, 이들은 한가하게 장난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간과하는 문제를 미리 발견하는 좋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현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의 측면에서 각 시대마다 효험이 있다고 여겨지는 종류의 두뇌도 다를 수 있다. 생물학 분야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는 제반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생물학의 관점에서 제시할 것이고, 윤리학 분야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는 제반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윤리학의 관점에서 제시할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범주의 지식인들 간에 지식계층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투쟁에서 패배하는 종류의 지식인들은 사회의 지식기구로서의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문제는 이 투쟁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지식인들이 반드시 사회적 역할 수행에서 더 유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지식인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관찰과 사고능력, 객관적이고 초연할 수 있는 품성, 오류를 인정할 수 있는 정직성 같은 것이 필수적인 반면에, 사회적 지위를 위한 투쟁에서는 소통능력과 메시지의 단순하고 명확한 설득력, 선전, 선동능력이 더 힘을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는 자연과학이나 역사학, 철학 등 인문학을 배경으로 한 지식인들이 공학이나 실용적인 사회과학을 배경으로 한 지식인들에게 밀려나기가 쉽다. 반면에 사회가 앞가림을 잘 해 나가려면 이런 소외된 학문분야의 수련을 쌓은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 한국의 국가정보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전문가들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에 능하고 선전, 선동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워진 인상을 주고 있다. 기성체제의 지식기구에 속한 전문가들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어차피 고차원적으로 분석된 고급정보는 미국의 거대한 지식생산 시스템에 의존하면 된다고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지식인들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제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American Intellectuals’ Widespread Failure to Stand up to Billionaires and Authoritarian Power, By Robert Jensen, source: Alternet, July 07, 2013) 이는 주로 인류가 당면한 환경 문제에 대하여 공학적인 해법을 제창하는 전문지식인 계층을 겨냥한 것이다. 이것은 기성체제의 구성 질서를 옹호하는 것이고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인류 생존의 골치 아픈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한국의 환경전문가, 경제전문가들은 어떠한가? 이들을 믿고 있는 관료들은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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