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25호 [통권 제154호]

2013년 7월 26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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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년의 한국경제

1953년 7월 27일 조선군과 중공군 그리고 유엔군 간에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한반도 남북 간에 공격과 수비를 하는 전쟁 상태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단 중단하자는 의미였다. 그래서 남과 북 간에는 그 후 60년간 적대관계가 계속되어 오고 있다. 남측은 1876년 병자수호조약 이후 1945년까지 70년간 한국의 침탈하고 악랄하게 지배해온 일본과도 해방 후 17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했는데, 일본에 맞서 같이 투쟁해 온 남과 북의 형제들은 3년을 서로 싸우고서 지금까지도 적대관계를 끝내지 않고 있다. 물론 남측에서는 기회주의적 친일 기득권 세력이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과거행적에 대해 반성을 하지도 않고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계속 사회의 상층부를 형성해 왔으니 같이 독립 투쟁을 해 온 동지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정전 60년간 한국의 경제와 행정체계는 전시 군사적 동원 능력을 갖추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해 왔다. 이러한 정전 경제체제의 핵심에는 주한미군이 자리잡고 있다. 국가관료기구, 대기업-중소기업 수직계열로 이루어지는 위계질서는 대화와 타협, 평등한 조건에서의 경쟁과 협력이 아닌 명령과 복종, 몫의 할당과 반대급부로서의 충성과 같은 폭력조직의 위계질서와 유사한 형태로 자리 잡혔다.

이러한 권위주의적인 행정과 경제 체계에 길들여진 한국 국민은 이런 것을 자연스러운 시장경제인 것으로 착각하고 권위주의적인 관료와 횡포를 일삼는 대기업을 사회가 생존해 가기 위한 필요악쯤으로 인식해 왔다. 그 동안 독재에 맞선 4.19혁명과 5.18민주화 운동, 6.10항쟁이라는 민주 시민들의 항거가 있었지만, 아직도 시민혁명은 완성되지 못했고, 아직도 한국민은 권위주의적인 지배세력의 횡포로부터 해방되지 못했고, 아직도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했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아직도 염원해야만 하는 입장에 있다. 남측에서 4.19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은 지금까지도 패권주의적 지배세력과 대치하며 50년을 넘게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경제의 체질이 군사화되어 있다는 것은 군사적 긴장도가 높을수록 공안질서가 강화되고 그럴수록 고도성장을 하기가 용이했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같은 군수경제를 유지하는 국가 외에는 이런 나라는 드물다. 북한은 군사적 대립이 심화되면 될수록 경제적 생존에 위협을 느끼므로 그 경제의 체질이 평화를 추구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은 확실히 다르며 미국 우산 아래 있는 한국도 기본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부류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은 60년간 지속해 온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한국”이라는 표현은 한국의 최고 지도층이나 외교당국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암묵적으로는 한국의 경제와 행정 체제에서 안정된 직위와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직업인들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의 체질이 바뀌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국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비관적 전망을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단위를 이루는 기업들과 이를 지원하는 행정기구 내부 조직이 민주화되어야 하며, 경제의 운영과 관련한 정책적 의사결정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거버넌스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정책의 수립 및 집행 단위는 지방의 자치공동체 수준으로 사람들의 삶과 밀착된 범위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제 민주화의 필요에 대체로 부응할 수 있는 것은 협동조합 등의 대안적인 회사를 기초 단위로 하는 사회적 경제가 아닐까 하고 기대하며, 이를 물질적 생태적 측면에서 말하는 것이 순환 경제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이처럼 경제의 체질을 협동조합적 방향으로 바꾸면, 구성원들 간에 평등한 조직 내부에서 군사문화와는 반대되는 평화적인 방향에서 더 많은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고 나아가 평화를 지향하는 경제 체질이 되리라 기대한다. 물자를 낭비하는 군수 산업 경제가 순환경제, 협동경제와 양립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만약에 이처럼 경제의 체질이 바뀌지 않은 채로 요행히 외부 요인의 변화에 따라 평화체제가 한반도에서 시작된다면, 이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계속 준동할 것이고 한반도 전체가 지속 가능하지 못한 위험스러운 성장경제에 편입되어 이웃 일본과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이는 큰 불행이 될 것이다.

정전 60년 동안 형성된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혁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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