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26호 [통권 제155호]

2013년 8월 2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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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생(賭一生)

세계인들이 존경하는 성인 중에 당시의 국가권력에 의해 처형을 당해 죽은 이는 소크라테스와 예수가 있다. 사약을 받아 마시고 죽었든 권력자가 보낸 자객의 칼을 맞고 피를 뿌렸든 피살된 역사의 인물들도 많고 죽음을 스스로 자초한 순국선열도 많지만, 그 죽음 자체가 일생의 완성으로 종교적으로 정리된 경우는 예수의 경우일 것이다.

그는 일찍이 광야에 나가 40일간 단식수련을 하며 세 가지 유혹을 뿌리쳤다고 하는데 이것이 그 후의 그의 순탄치 않은 일생을 결정했고, 결국에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 이끌어간 중대한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세 가지 유혹은 첫째 빵, 즉 경제에 굴복하라는 것, 둘째 진실을 위해 살아가면서 아무도 편들어 주는 이 없는 외로움, 높은 데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도록 고독한 처지에서 벗어나라는 것, 셋째, 순탄하고 상승하는 인생길을 위해 맹목적으로 체제에 기대를 걸고 복종하라는 것이다. 괜찮은 도박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는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유혹이 아니라 상식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단호히 뿌리치고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기를 선택한 예수는 십자가를 걸머지고 형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맞게 되었다.

그에게 그것은 처음부터 선택한 인생의 길의 완성이었다. 지금의 그리스도교 교인들은 과연 그들의 스승이라고 하는 예수의 인생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지를 알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그들은 적어도 십자가를 그들 신앙의 상징으로 삼고 그것이 인생의 지상의 가치임을 명시적으로 부인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체제 내에서 잘 어울려 살더라도 적어도 내면적으로 편안한 삶을 살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수는 신을 향한 길에 인생과 목숨을 걸었다. 그것을 아무도 도박이라고 하지 않는다. 빠스깔이 사후에 있을지 모를 천당의 존재를 놓고 유리한 도박을 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교인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지만, 일생과 생명을 거는 것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임원택 선생의 책 ≪(속)제이자본론≫ 첫장에 “賭一生 作二書”라는 문구가 나온다. 일생을 걸어 책 두 권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제이자본론≫과 ≪(속)제이자본론≫을 말하는 것이다. 과연 무엇을 얻고자 일생을 걸어 그런 일을 했을까? 뭔가 일정한 크기의 돈이나 시간이나 양심 혹은 명예의 포기나 그 무엇을 건다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대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생을 건다든지, 목숨을 건다는 것에는 세상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거기에는 아무런 도박도 기대도 없다. 그것은 사랑의 열정이거나 자기완성이다.

막스 베버는 이런 것을 ≪프로테스탄트교의 윤리≫라고 보고 ≪자본주의의 정신≫적 기반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금의 자본주의는 자신의 확신하는 가치를 위해 일생을 거는 자주적인 인간을 환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자주”와 “독립”이 입에 담기 거북스러운 낡은 이념적인 말로 받아들여지는 한반도 남녘 땅에서 자주하는 인간의 본보기가 된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특이한 인간의 종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그런 것이 들어 있어서 예수 같은 인간도 나왔던 것이고 그래서 그것은 기억과 역사를 아무리 지워 없애도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며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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