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27호 [통권 제156호]

2013년 8월 9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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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 사회 가능한가?

최근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기본 법령 제정을 위해 환경부, 자원순환 산업계의 여러 단체,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각 부처의 관계기관 사람들이 지혜를 모은다기보다는 자기 조직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상대방의 案을 폄하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원순환의 문제라는 것은 경제산업의 문제인 동시에 환경문제, 그리고 사회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생산의 원재료, 소비된 물자의 처리가 관련되었으니 산업의 문제이고, 그런 물자를 재생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들이 배출될 뿐 아니라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질과 부산물들이 모두 자원순환의 관심범위에 있으므로 환경문제와 직결되어 있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생활 속의 폐품들을 재생하기 위해 수거하는 데는 많은 영세민들이 종사하고 있어서 이는 사회적으로도 중요성이 높다.

이와 같이 종합적인 해결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과제가 자원순환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자원순환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안다고 할 수 있다.

그 종합적인 문제에 대하여 여러 당사자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 당사자가 어떤 조직, 어떤 단체에 속했느냐에 따라 자신이 속한 단체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좋은데 그러면서 그에 반대되거나 걸림돌이 되는 상대 기관이나 단체의 주장을 정당하게 이해하고 비판하기보다는 무식하거나 사악한 것으로 깎아 내리기에 바쁘다. 똑똑한 사람들이 스스로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상식, 조직에 충성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직업의식 이런 것들이 단체나 기관 소속의 전문가나 실무자들을 답답한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

이런 논의 구조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자원순환에 대해 전문지식과 풍부한 실무적 경험을 가진 사람은 실제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담당자들, 학계와 연구소, 언론, NGO에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꽤나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형태는 기초 단위의 의견을 단계적으로 수렴하는 논의의 틀을 갖고 있지 못하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비대화된 관료기구가 밀실에서 모든 중요한 일을 꾸미고, 형식적인 의견수렴을 거친 후에 국회에서 요식절차를 거치고 정책과 법령을 만들어내게 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학계의 전문가들도 감히 돈줄을 쥐고 있는 관료기구의 업무추진 행태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자들에게 안정된 신분보장을 해 주는 것은 그런 관료조직의 행태를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가관료는 조직에 충성할 것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국민의 종으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신분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체계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민주주의에 걸 맞는 토론과 의견수렴 절차를 입법과 행정의 모든 부문에서 정착시키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자원순환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법령이 제대로 만들어지기가 어렵고, 또 법령이 만들어지더라도 취지에 맞게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순환경제연구소에서 일하는 필자는 자원순환 사회가 앞으로 꼭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산업의 논리에 찬성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아직 산업사회와 산업문명에 대한 반성이 없고 아직도 수출경쟁력이니 성장동력이니 하는 개념을 앞세우는 산업계나 정부관료들이나 생명과 환경의 문제에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에 연구소에서 초청한 구마모토 교수는 일본의 환경정책이 사실은 산업계를 도와주는 정책이고 일본의 순환형 사회만들기도 산업진흥정책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일본이 세계에서 유례 없이 원폭 세례를 받고, 후쿠시마 원전참사를 겪은 것도, 미나마타와 이따이이따이병 같은 공해병으로 유명해진 것도 그런 산업 성장을 중심으로 한 국가 운영 때문이었음을 지적했었다. 물론 한국은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자원순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류의 산업계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국가의 산업역군으로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한국의 주류 산업계와 그 앞잡이 역할을 하는 관료들이 그런 희망을 들어줄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폐기물을 적게 발생시키는 산업운용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인데, 한국의 산업문명은 그런 요구를 수용할 정도의 수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의 고용, 노동정책이 노동자를 값싸게 쓰는 원료로 취급하는 것처럼 산업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폐기물을 저렴하게 처분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결국 수출제품의 가격을 낮추어서 국제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 아닌가?

한국의 자원순환 사회로 가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주류 산업계가 아직도 과거 고도성장 시대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순환 업종을 이러한 수준의 주류 산업계가 결코 자신들의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자원순환을 담당하는 순환경제 부문은 각 지역을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환경부든 산업통상자원부이든 중앙관료들은 지금의 민주주의적 사회구조를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한다. 한국의 주류 산업계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앙 관료기구의 예산과 역할을 축소하고, 지방정부의 예산과 역할이 증대되면서 지방에서 민주적인 사회경제의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원순환 산업계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앙관료들의 정책방향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입장으로부터 빨리 정신적으로 독립을 하는 것이 자원순환 사회로 가는 데서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아직도 박정희 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서 자원순환 사회를 이야기해 보아야 일본과 같이 관료주의 산업 체제로 가다가 산업문명이 망하는 것을 크게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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