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31호 [통권 제160호]

2013년 9월 6일 토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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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잠꼬대할 자유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어떤 국회의원이 한반도에서 남측의 도발로 전쟁이 날 경우에 어떻게 북한을 위해 할 일을 해야 할지를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강연을 했다고 해서 체포되었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같은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 모임은 자신들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공개행사가 아니라, 내부적인 단합을 위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모임에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의견을 공유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더 발전시키고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후 헤어졌다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죄가 될 이유가 없다.

집회, 결사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이고, 더구나 거기서 이야기되는 것이 반사회적이고, 엽기적인 내용일지라도 비공개로 폐쇄된 장소에서 논의가 된 것인 것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을 누군가가 당국자에게 일러바쳐서 이들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그렇게 일러바친 사람이 이들이 하는 행동에서 자신이 가진 신념과 달리 사회에 해로운 결과가 나타나게 될지 염려해서이거나 아니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역겹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그런 이유라면 그 사람은 그 모임에서 탈퇴하고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말았어야 한다. 이들이 자신들의 동조자를 늘리기 위해 은밀하게 활동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들의 모임이 같은 생각을 나누는 모임에 불과하다면, 누구도 이들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들이 생각하는 바를 확산시키고 실행하기 위하여 조직원을 모집해서 교육을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에 대해서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비밀 모임에서 그런 단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종류의 모임에서 말한 것을 처벌한다는 것은 어느 개인이 자기 집 방안에서 국가를 저주하고 사회에 대해 살기 돋친 말을 혼잣말로 지껄이는 것을 비밀리에 녹음해다가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이런 자를 처벌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혹은 잠을 자다가 잠꼬대를 하는 것을 옆방에서 자는 사람이 녹음해서 그것을 증거라고 해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생각된다. 나아가서 사람의 머릿속에 담겨 있는 생각을 포착하는 기계장치를 경찰이 발명해서 그것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다가 국가에 반감을 가지고, 반란을 일으킬 생각을 하는 사람을 머릿속 사진이라는 확실한 물증이 있다고 해서 체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집회가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동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내용을 나누는 자리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노력과 끌어들인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거나 그런 행동을 사주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그런 데 대한 증거가 있어야 처벌의 정당성이 생길 수 있다.

좀더 근본적으로 이 나라의 법이란 것이 문제가 좀 있다. 법이라는 것은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그것을 규범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하게 “우리나라”를 절대선으로, 남의 나라를 함부로 대해도 좋은 집단으로 보는 패거리 의식이 법률이 된다면, 그런 나라는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군인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이적행위를 중죄로 다스리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법률은 패거리 문화에서 나온 질이 낮은 법률이다. “우리나라”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침략전쟁을 벌인다면, 그런 우리나라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가 되어서는 안 되며, 침략의 대상이 된 적국으로 상정된 나라를 도와준다고 해서 그것이 인륜에 반하는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주위의 질시를 무릅쓰고 목숨을 내걸고서 선택한 찬양 받아야 할 도덕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된 그 국회의원은 무엇 때문에 국회의원이 되었는지가 의문이다. 국회의원은 나라의 문제를 헌법의 틀 안에서 법률을 만들거나 고쳐서 풀어가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일반국민에게 대하여 그가 무슨 동호회에 가입하고 무슨 엽기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그 안에서 하는지는 일반적으로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국회의원은 그럴 수가 없다. 그의 사상은 명시적으로 밝혀지고 정리되어서 선거 때에 지지하는 사람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공개적인 사상과 비밀리에 사적으로 가지는 사상이 다르다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일이 되기에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야만 한다. 그 국회의원의 행동이 언론에 보도된 대로라면 국회가 그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역사상 어느 시대에나 반란을 꿈꾸는 자들은 있었으며, 전쟁이 일어날 때 총부리를 거꾸로 돌리는 자들도 항상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자들이 모두 정신병자들인 것도 아니고, 패륜아들도 아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가 잘못되어 간다고 보면 이를 바로잡을 생각도 할 수 있고,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면, 아예 뒤집어 엎을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적국과 내통하여 자기 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 협조하고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불순한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인간의 반항적 본성이 있기 때문에 포악한 독재자들도 함부로 전횡을 부리는 데 일말의 거리낌이라도 있는 것이다. 이런 본성을 뿌리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만약 이런 본성이 없어진다면, 그 사회는 쉽게 부패하고 타락해서 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런 본성을 강하게 가진 자들을 처벌하는 법은 그런 이유 때문에 악법이고 어리석은 법일 수 밖에 없다.

인간에게는 꿈꿀 수 있는 자유, 상상할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하는 데 이 자유는 생리현상을 억누를 수 없는 것처럼 어떤 법으로도 억누를 수 없다. 골방에서 증오의 대상에게 그가 부재하는 가운데 욕을 퍼붓고 사회를 통째로 뒤집어 엎을 생각을 하는 것도 그러고 싶은 심정이라고 지인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자유이다.

인간은 소나 돼지와 달리 억눌림을 당하고 이용과 착취를 심하게 당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마음 속에 원한과 분노가 쌓이고, 그것이 언제든지 폭발하여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능력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존엄한 존재로 인정받고, 인권이라는 것도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사회는 썩어서 소멸하지 않고, 지금까지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엘리트의 순환현상이 이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번의 국가변란음모 사건을 놓고, 보수적인 기성세대들은 문제의 무리들을 이적행위라는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질러 대한민국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 권리가 없는 자들인 것처럼 외치고 있고, 개혁적인 사람들은 이와 관련하여 논란을 벌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을 두둔해 보아야 이익이 될 것이 없고, 똑같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쪽이든 저쪽이든 극단적인 목소리만 외쳐지는 사회를 후진사회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사람들마다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그 관점이 차분하게 토론될 수 있는 분위기 그러면서도 누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야만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구에게서 반미사상만 표출되면 종북이라고 매도하고 죽일 듯이 덤벼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선동적인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양비론이 비겁한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절대선이 있기 힘들다. 다만 특정한 조건과 상황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다. 양비론은 어느 편이든 일정한 측면에서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전제가 없이 어느 한편만이 옳다는 전제에서 생각을 해 나간다면, 의미 있는 토론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한반도의 남북 간의 문제에서는 어느 한편이 절대선이고 다른 한편이 절대악인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과 같은 60년 이상의 분단은 설명이 되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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