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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37호 [통권 제166호] 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522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로마제국의 붕괴 지지난 호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이탈리아의 우고 바르디(Ugo Bardi)는
로마제국의 붕괴에 대하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를 전개한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www.financialsense.com/contributors/ugo-bardi/peak-civilization) 그의 생각은 로마제국이 과도한 군사력의 유지, 농업의 붕괴, 지력고갈, 기후변화에 의한 한발의 피해, 화폐의 고갈, 관료주의 등의 복잡한 요인들에 의해 서서히 붕괴를
했다는 것이며, 이는 Joseph Tainter의 The Collapse of Complex
Societies라는 책에서 유래하는 생각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어떤 생명이나 조직체의 복잡성(complexity)이라는 것은 외부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증가시켜 주지만, 복잡성의 그런 순기능과 함께 이런 복잡한 조직체를 유지해 나가는 데는 그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마시대에 어떤 사람이 로마제국이 점점 더 어려움에 처하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은 무기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황소를 배에 가득 싣고 있는 천연색 그림인데, 노예가 부족하여 황소를 군함에 태워 노를
젓게 한다는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이는 황소들의 무게와 이들의 먹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 엉뚱한 발상이지만, 당시 로마의 심각한 고민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 에너지 같은 것을 제안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경우가 된다고 본다. 사회의 복잡성이라는 것은 문명의 외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그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 문명은 복잡성 때문에 몰락해 가며, 복잡성의 감소는 그 문명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고 바르디가 주장하는 바는 로마제국의 붕괴의 동역학을 모델화해서 보면 오늘날의
현대 문명의 미래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나리오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마제국 당시에
어떤 사람도 로마가 처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하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그 시대의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라고만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는 것을 우고 바르디는 말하고 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분석이며, 화학자로서 우고 바르디는
역사의 전개에 대하여 과학적 사고를 적용하는 데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는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를 쓴 저자들의 목소리가 세상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외면당하고 조롱당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뻔히 내다보이는 앞날에 대하여 눈을 감고 현상유지에
급급하다가 파국과 붕괴를 맞이하여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로마제국의 많은
문화유산이 제국의 붕괴로 파괴된 것과 같이 말이다. 성장의 한계에서 주장하는 시나리오는 다음의 그림과 같이 단순화해서 표현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인구와 천연자원, 자본, 농업, 환경오염 이 다섯 가지가 어느 단계를 지나게 되면서 악순환을 일으켜 걷잡을 수 없는 몰락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투자와 천연자원 사이에 이미 그런 시기를 지났다는 것을 석유정점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같은 양의 자원이나 에너지를 얻는 데 점점 더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다른 요인들도 비슷한 악순환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현대문명을 이끌고 있는 서구와 미국의 피곤함과 쇠퇴의 모습을 우리는 지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불법과 폭력 한국에서 최근 2012년도에 표 도둑질을 대대적으로 한 두 팀은 이석기의
경기동부 팀과 박근혜 팀이다. 이들이 한 행태는 아주 비슷하다. 이석기
팀은 경선부정에 대하여 법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들이 조직적으로 전화여론조사 등의 과정에서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조직체의 행동방식은 어제 오늘 형성된 것이 아니고, 아직까지도 그 행태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팀의 표 도둑질은
국가기관이 개입한 도둑질이라는 점에서 세상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트위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대량발송이 가능한 기계를 사용한다든지 하는 점에서 기술과 자본력을 동원한 산업적인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석기 팀이 조직원들의 충성심에 의존한 고단한 수작업으로 부정을 저지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두가 정해진 게임의 룰을 무시하고 조직이나 기술, 자본을 동원하여 선거판을 망쳐 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정경선 자체를 고의로 부정하는 통합진보당 사람들이 박근혜 팀을 성토하는 것은 같은 범죄 산업 종사자들 간의 세력다툼으로 보여서 보기가 별로 좋지도 않다. 다른 도둑질과는 달리 표 도둑질은 그 도둑질에 성공하여 당선된 팀이 파렴치한 범죄집단인데도 국가의 공적 역할을 맡게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고 다른 재물 도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자들이 학생 시절에 문제가 있는 불량학생으로 엄한 징계를 받을 기회가 없었는지, 어떻게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공직에 오를 꿈까지 꾸게 되었는지, 또 어떤 자는 그런 품행을 가지고서 사관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하여 국방의 중책을 담당하는 자리까지 가게 되었는지 황당하기만 하다. 폭력이라는 것은 일 대 일의 관계에서도 힘의 불균형이 클 때 나타나지만, 선량한 방심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조직적인 힘의 남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조직과 자본력을 가지고서 기술과 도구, 그리고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가를 고용하여 예측하지 못하는 장소와 시점에서 대규모 물량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결국 그런 불법행동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물량공세는 드러나지 않는 음모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범죄사실을 무마하려고 또 조직을 동원해도 너무나도 규모가 큰 일이기 때문에 그 흔적을 없앨 수가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아둔하여 그래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착각하고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아주 저질 집단만이 할 수 있는 행위에 속한다. 그런데 지금의 집권당인 새 누리당이나 청와대, 검찰, 국방부, 경찰과 같은 핵심 관료들의 언행을 보면, 일시적인 물타기로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잔꾀를 부리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사람은 조직에 들어가면 두뇌의 활동이 멈추고 곧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박근혜 팀의 품성과 두뇌 수준이라면, 이들은 지금의 사태를 덮기 위해서 대대적인 불법과 폭력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미 범죄의 길로 들어섰고, 돌이킬 시기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 도둑질을 한 집단을 두둔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도덕적인 기준이나 우선순위가 너무 다른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사회를 이루고 살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이런 균열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럴 바에야 남한 사회를 둘 이상으로 나누어서 연방제를 실시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은 상징적인 존재로서 돌아가면서 하는 스위스와 같은 국가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리란 생각이 많이 든다.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