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39호 [통권 제168호]

2013년 11월 9일 토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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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의 정의 문제: 민사법적 폐기물과 사회적 폐기물

보통 폐기물이라고 하면, 고체 상태로 버리는 물질을 말한다. 버리는 것은 개인이거나 아니면 경제활동 주체로서의 사업자 또는 법인 같은 존재인데, 이는 사회가 버리는 것과는 다르다. 개인이 버리는 것들 중에 일부만을 집단이 버리게 되고 또 집단이 버리는 것 중 다수를 사회에서는 버리지 않고 재생하며, 그 나머지만을 버리게 되는데, 사회가 버리는 것은 영구히 없어지는 것인 소각이나 매립으로 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사회가 버리는 것도 이 생태계가 버리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을 활용해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체들이 그것으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현대 법률상으로 폐기물이라는 것은 사회가 버리는 물건이나 물질이 아니라 개인이나 사업체가 버리는 물건이나 물질을 말한다. 원리상으로 나라 전체가 하나의 공장이거나 회사와 비슷한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폐기물이라는 것은 나라 전체에서 전혀 쓸모가 없어서 태워버리거나 땅에 묻어버리는 것만을 가리키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률을 벗어나면 폐기물이라는 것, 즉 버린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좁은 범위에서는 폐기물이던 것이 넓은 범위에서는 폐기물이 아닌 것이 되고, 지구라는 범위를 상정하면 엄밀히 말해서 폐기물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

전통적인 민사법상의 개념에서는 물론 폐기물은 주인이 그 소유권을 포기하여 내버린 물건으로서 그것이 불법행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이런 전통적인 개념이 환경법 상의 폐기물의 정의에 거의 그대로 도입되어 있는 상태이다.

일단 개인이나 사업체가 내다버리게 되는 순간부터 그 물질이나 물체는 금전적 가치가 떨어진 상태여서 사람들이 이를 취급할 때 소홀히 다루거나 공공장소에 방치하려는 유혹이 생기기가 쉽다. 그래서 폐기물의 취급 책임에 대하여 법적인 소재를 명확히 하여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사회질서가 유지된다. 그런 취급책임인 개인과 배출사업체와 지방정부가 적당히 분담하고 있다.

재생산업계 일각에서는 폐기물이란 개념을 전통적인 민사적 개념으로 하지 말고 사회적 개념으로 해서 사회에서 쓸 데가 없어 완전히 버려야만 하는 것만을 폐기물이라고 부르자고 하는 목소리도 있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그럴 경우에는 어떤 물건이 쓸모가 없게 된 개인이나 사업체는 그 불필요한 물건을 사회에 인계해야 한다. 그러면 사회가 이를 인수하여 사회적으로 필요한 물건인지를 판단하고 필요한 물건을 선별하고 필요가 없는 부분은 폐기물로 인간사회로부터 제거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추상적인 집합개념으로서의 사회는 이러한 기능을 구체적인 경제단위들에 위임할 수가 있다. 아니면 지방정부가 그 기능을 수탁할 수도 있다. 개인이나 사업체는 그 필요 없어진 물건을 정확하게 이런 사회단위들에게 인계하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엄격한 인계 절차는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과 지정폐기물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폐기물만을 폐기물이라고 정의하려고 한다면, 개인이나 사업체는 내놓으려고 하는 쓸모 없는 물건들을 정확히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단위에게 인계할 책임이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재활용 사업체가 그런 사회적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면, 그 사업체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자원을 거기서 골라내고, 나머지 사회적으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사회적 의미의 폐기물로서 영구 처분하는 장소로 보내야 한다. 이에 대한 재정적인 부담이나 수입은 사회의 여러 주체들 간에 제도에 의해 부여되게 된다. 이는 제도가 촘촘하게 잘 짜인 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는 불법행위와 관련된 민사법적인 폐기물 개념이 통용될 수밖에 없다. 허술한 투척 및 방치물에 의한 불법행위(tort)의 잠재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원순환 사회”라는 것은 무엇인지 이와 관련을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원순환 사회라는 것은 사회가 버려지는 물건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이를 최대한 재생시키고, 사회적으로 못 쓰는 물건은 안전하게 제거하는 그런 제도와 조직을 갖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폐기물은 사회 자체가 버리는 사회적 폐기물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자원순환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원순환 사회로 가는 전환 촉진법이나 이를 위한 기본법을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폐기물을 어떤 범위로 정의할 것인가? 현재 사회를 본다면 민사법적인 개인적 폐기물 개념이 타당하고, 자원순환 사회가 되었다고 가정하면 사회적 폐기물 개념이 맞다.

자원순환 사회 기본법이 사회의 물질관리 제도를 완비하는 수준으로 되어 이를 일제히 적용하는 것이 된다면, 폐기물은 사회적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즉, 사업체나 개인은 불필요하게 된 물건을 정확하게 사회에 인계하고, 사회는 개인이나 사업체로부터 그런 물건을 정확하게 인수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느슨하거나 많은 자유를 준다면, 그런 법령 제도 하에서는 폐기물을 사회적 개념으로 정의할 수가 없게 된다. 안 그러면 불법행위의 위험성이 커서 물질관리 질서가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관리에서는 다양한 성분의 물질이 야기하는 복잡다기한 현상이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어야 하므로 수준 높은 과학과 엄격하고도 정확한 통제와 책임의 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불필요한 상태로 내놓은 가치가 떨어지는 물질이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순환의 과정에서는 다양한 작은 주체들이 소외되는 일 없이 참여하는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이 필수적이다.

과학적 관리와 경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 지식정보 체계가 공존하는 것이 자원순환 사회의 물질순환 문제이다. 이중 한 가지만 바라보면 사회질서를 망치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관료이든 재활용 산업계이든, 심지어 전문가나 시민단체라 하더라도 자기 주장만 펴지 말고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종합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자원순환 사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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