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343호 [통권 제172호]

2013년 12월 6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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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자주와 자유의 문제

한반도에서 자주는 이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렸다. 자주와 대비되는 개념은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거나 종속(dependence)일 것이다. 인간사회를 포함하여 생태계 전체의 평화로운 모습을 상호의존 또는 상호부조(mutual aid)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개체들의 자발성 내지 자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자주라는 것은 이런 자발적인 상호의존이 아닌 종속관계에서 나온 지배와 착취에 대한 항거에서 나온 이념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한 생존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가치로서 어느 사회에서나 도덕 교육에서 제대로 전달이 되고 정신에 함양이 되도록 해야 할 사항이다. 지난 20세기에는 주로 민족을 단위로 하는 공동체의 자주와 독립을 향한 투쟁이 절실했으며, 아직도 그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개인과 마을, 지방과 지역의 자주성을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게 되고 있다.

물론 인간 개인의 자주성이라는 것은 인간이란 존재가 생겨난 이래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늘 이를 중시하는 사람과 이를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21세기에 새로운 자주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수직 계열화된자본-국가 패권주의와 이에 종사하는 전문가, 직업관료들과 맞설 수 있고 이로부터 독립적인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조선의 자주성은 미국과 한국의 적대정책과 경제봉쇄 때문에 불가피하게 채택된 역사적 성격이 있다. 그리고 그 자주성의 내용 자체는 민족국가의 자주에서 더 어떻게 발전되어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민족이나 국가의 자주가 절대화되고 그 안의 개인이나 집단들은 자주성과 자유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발휘하지 못하고 암묵적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 받는 것이라면 이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그런 불균형적인 자주라면, 오히려 국가의 장기적 존립에 장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자주성은 공공연하게 부정되고 경시된다. 교육을 맡고 있는 기관의 어느 누구도 자주의 존엄성을 가르치지 않으며 자주가 자유와 같은 가치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들로부터 직장인들, 말단관료들, 중소기업 사업자들 한국의 대부분의 생활인들이 부당한 처우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며 가슴 속 깊이 분노와 저항감을 키워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분노가 자주와 자립의 도덕적인 가치 정립으로 승화되는 것이 절실하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운동이 시작되었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에 이견을 드러내는 일이 많이 생긴다.

한국에서는 학자들이 국가나 가진 자들이 던져주는 고기덩어리나 빵 부스러기에 의존하는 태도를 벗어나야만 자주적인 가치에 기반을 두고 상호 의존해 가는 새로운 사회 질서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자주적인 기운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은 도시가 아니라 농촌이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의식주와 에너지에 대한 자립의 꿈을 그나마 비슷하게 꿀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그런 상상을 하기가 어렵다. 이런 대도시 구석에서 옹색하고 시간이나 모든 면에서 불리해 보이는 도시 텃밭을 하는 이들은 굉장한 선구자들이다. 이 시대의 지도력은 해외 유학을 한 두뇌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고시공부를 성공적으로 한 수재들에게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농촌과 농민의 운동경험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자주와 反자본, 민주주의 수호가 “종북”이라는 말로 집약되는 경향이 보인다. 그렇다면 “종북”이란 엉뚱한 용어는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지향 나가야 할 최고의 이념을 가리키는 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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