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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연구통신 제201402호 [통권 제177호] 2014년 1월
10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73번지 삼창 프라자
1522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정의와 이론의 힘,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수단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이 서양에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던 19세기
학자들의 저서를 보게 되면, 오늘날과 다른 점이 있다. 오늘날에는
현실이 아닌 두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수학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광적인 수량 경제학자들이 자신들의 전문 잡지에서 하는 것이 아니면, 대부분의 사회과학은 읽는 사람을 배려하여 작성될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서 영향력을 최대화하려는 목적에서 참신한 주제가 선정되고 그 표현도 잘 가다듬어지며, 어디까지나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19세기라고 표현한 과거의 학자들의 책은
독자를 별로 배려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천 페이지가 넘는 맑스의 자본론이나 18세기 말의 작품이지만 스미스의 국부론, 그리고 20세기
초에 나온 파레토의 일반사회학 같은 책들은 솔직이 그 사고를 인내심을 가지고 따라서 읽어낼 독자가
몇 사람이나 될까 의심스러운 책들이다. 그런 책들로부터 배우는 것은 미리 정해진 결론과 의도를 가지고서 독자에게 영향력을 주려고
썼던 것이 아니라 사실을 수집하고, 그에 토대하여 명징한 논리를 전개해서 사회적인 문제에서 진리가
무엇이고 정의가 어떤 것인지를 밝히려고 하는 노력이다. 그래서 그런 글들은 저자 자신이 스스로 진리를
찾아가고 스스로를 설득시켜 가는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여겨진다. 왜 그런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일까? 당시에 사회과학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면서, “과학”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업을 하는 데 그 학자들이 충실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겠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었다고 할 수 있으며, 오늘날에도 그런 과학성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양심적인 사회과학자들이 있다. 그렇다면 왜 사회과학이라는 복잡하고 다양한 학파가 서로 경쟁하는
정밀과학이라는 기준에서는 좀 격이 떨어지는 사회과학에서 그런 과학성에 집착을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학계의 권위를 지키고 자신의 학문집단이 인정을 받기 위해서 까다로운 용어구사를 하고 잡지의 편집 원칙을
지키고 논증의 형식을 취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야말로 자격이 없는 학자들은 그럴 수 있겠지만, 후세에 길이 남을 사회과학 이론을 만들어낸 학자들은 그런 동기에서 과학적인 형식을 따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요컨대 그들은 사회문제에 대한 정의(正義)의
기준을 발견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철학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골방에 틀어박혀서 사람들이 결코 읽지 않을 것 같은 글을 몇 년이고 쓰고 있는 그들은 사회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정의”라는 것이 결국 밝혀질 것으로 존재하며, 그것을 밝히는 것이 사회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정의를 찾아낼 수가 있다면, 정치를 통해서
이를 펼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진리의 힘이고 정의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아무 글이나 쓰고, 정의를 비웃으면서
정의는 정의이고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서 나의 생각과 주장이 진리가 되게끔 만들면 된다는 철학을 가진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옛날 사람들은 순진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무기가 되어서 그것을 가지고 서로 싸우고 있지만, 진리나 정의가 어디에 있는지에는 솔직이 진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대중들을 휘어잡는 데 효과적인 자료들과 논거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오늘날의 사회과학의 현 주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정의”, “하나님의 통치”라는 말을 잘 한다. 어찌 본다면, 서로 사회적인 성향과 이념이 다른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정치적인 색채를 담아서 그런 용어들을 사용하여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지도 모른다는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하느님의 나라”가 현존한다고 믿으며, 지금의 사회에 존재하는 이 나라는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여 통치력을 발휘하고 있거나 발휘하게 될 것인지를 설명할 수가 있어야 한다. 그냥 자신의 정치적 주의주장에 “하느님 나라의 질서”라는 포장딱지를 붙이는 것으로는 그 말에 아무런 무게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그 하느님 나라의 정의를
발견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기성의 나라의 질서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어디에 하나님의 정의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서 있는지, 실제로 그 정의는 하나님의 실제적인 힘으로써
어떻게 어떤 경로로 이 나라의 질서를 심판하고 그 정의에 걸맞는 새로운 사회와 나라를 이루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를 발견해 내어야 한다. 이른바 민중신학을 하는 신학자들은 나름대로 그에
대한 해답을 내놓으려고 노력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역시 해답이 이미 나와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신학자들은 C급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 역시 오늘날의 기독교인들, 특히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사고방식으로 웃음 꺼리가 될 생각이지만, 과거에는 중대한 신앙의 문제이고 질문이었다. 왜 이렇게 세상 사람들, 특히 식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일까?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너무 발달해서 어설픈 주장이나 생각들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되다 보니, 조용하게 사색을 통해서 정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사람들은 허무함을 느끼게
되고 말과 글의 공해 속에서 오직 자극적인 표현과 절대적인 신적 포장으로 파급력을 크게 할 줄
아는 사람들만이 득세를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필자 역시 이메일과 인터넷 홈페이지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하여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SNS라는
수단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요즘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문제가 많은 태도이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이유에서 공해를 피하고 사회적 진리와 정의를 찾아가는 데는 SNS를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스마트 폰을 쓰지 않는 이유를 찾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