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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통신 제201413호 [통권 제188호] (구
순환경제연구통신) 2014년 4월
4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돌고돌아다살림 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63-8. 1524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핵과 위험의
경제학 경제학에서는 기대효용이론으로 위험의 문제를 다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취향은 위험기피적인 것으로 가정된다. 이는
화폐에 대한 효용함수가 증가율이 체감하는 증가함수라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식하는
위험은 그 위험을 나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그 위험 확률의 크기, 그 위험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의 피해의 크기에 따라서 사람들이 그 위험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달라진다. 가능한 피해의 크기가 아주 작거나 위험율이 극히 낮은 위험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위험율이 낮지 않고 가능한 피해의 크기가 작지 않은 위험이라도 그 위험한 환경이 직업과 관련되거나
내 생활환경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리고 그 위험을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그 위험과 타협하여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위험에 대해 둔감하게 지낸다. 위험한 환경에 사람이 적응을 한 경우이다. 핵발전소의 위험율은 다음 자료에서는 연간
0.003%로 제시되었다.
같은 계산을 하면, 23기의 원자로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40년의 상업운전 기간 중에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2.7% 정도가 된다. 그래프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이 그래프에 의하면 연간 대형사고율 0.003%를
원자로 23기를 보유한 한국에 적용시킬 때 1000년의
기간이 지나는 동안에 대형 핵 발전 사고가 날 확률과 나지 않을 확률은 50:50이 된다. 일본의 후쿠시마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는 한국에서
1000년 이상의 기간을 상정하면 거의 확실하게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그렇게 심각한 위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할인율이라는 것, 말하자면 현재 확실한 상태로 있는 것에
비하여 미래에 실현되는 것을 일정하게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의 경제적인 가치판단 기준 때문이다. KDI 같은
기관에서는 5.5%를 사회적 할인율로 본다. 1년 후에
일어날 1천억원의 피해는 현재 시점에서는 1천억원의 피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1천억원 x
1/(1+0.055), 약 948억원으로 값이 매겨지며, 10년 후에 일어날 1천억원의 피해는 1천억원 x 1/(1+0.055)10 , 곧 585억원 정도로 현재 시점에서 값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100년 후, 1000년 후의 재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 시점에 사고를 당하는 후손의
입장에서는 액면 그대로 1천억 원짜리의 재해를 당하는 것이지만, 먼
과거의 조상들은 그것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참으로 무책임한 조상들같이
생각되지만 인간 사회의 도덕적 수준은 그런 식으로 객관적으로 표현된다. 프랑스에서는 핵발전소의 대형사고로 인한 피해를 자국 GDP의 세 배까지 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2013년 GDP는 1400조원이므로,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4200조원 정도의 피해가 일어난다고
해 보자, 여기에 사회적 할인율 5.5%를 적용하여 일정
햇수 안에 일어날 핵발전소 대형 사고의 피해액 기대치에 대한 현재가치는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그려진다.
세로축의 단위는 10억원이다. 80년 동안 한국에서 핵발전소의 대형사고가 날 위험율을 감안한 기대치는 약 226조원이지만, 80년 동안의 할인율들을 평균한 비율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대치의 현재가치는 53조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대략 그 수준에서 증가하던 금액이 정체 상태에 도달하며, 이는 한국 사회가 핵발전소
예상 피해에 대해 현재 지불의사가 있는 최대액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고율 0.003%에 피해액 GDP의 3배인 4200조원을
적용하면, 피해액의 기대치를 기준으로 할 때 매년 원자로별로 보험료는 1200억원 이상이 된다. 23기의 원자로 모두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2조7600억원이 된다. 위험에
대한 기대치의 현재가치는 최대 53조원이고, 이 피해에
대한 보장으로 매년 약 2조 8천억원을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당연히 한국사회는 이런 보험을 들어야 한다. 현재가치로
환산한 80년 동안의 위험의 기대치의 와 80년 동안의
보험료를 비교하면 비슷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은 무책임하게 핵 발전소를 위험의 담보도 없이 운영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왜 그런가? 제대로 된 보험료를 납부한다면
원자로별 연간 평균 전기생산량은 6,535,967,782kWh이 되므로, kwh당 18.35원이 위험수당으로 할애되어야 한다. 국내 원전발전 단가로 계산된 53.72원에 이를 더하면 kWh 당 70원이 넘어서 석탄 화력의 원가인 61원보다 높다. 이것이 그 이유이다. 핵발전의 단가가 비싸면 안 되기 때문에 사회적 할인율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으로 책정되는 위험비용을 정책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전세계에는 435기의 원자로가 있다고
하므로, 이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1년에 전세계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3% 정도가 된다. 기간으로
따진다면 54년 간에 사고가 한 건 이상 발생할 확률이 1/2을
넘게 된다. 50여 년 동안에 핵폭탄이 하나씩 터지는 것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석탄의 경우에는 탄광사고가 있고 석유의 경우에는 유조선 사고가 있다. 이것은
에너지 다소비 문명이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할 수 있다. 핵발전소의 경우에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목으로 1950년대에 시작된 것인데, 핵 발전이 시작되고 60년이 지나는 동안 벌써 핵폭탄 투하에 준하는 사고가 각각 미국, 소련, 일본에서 3건이나 발생했다. 물론
미국은 중동에서 석유 자원을 확보하려고 최근에는 10년에 한번꼴로 중동을 침략하여 매번 수만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일으켰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20세기 이후
문명 세계의 편리한 에너지 이용은 그 이면에 폭력적인 부분을 감추고 있다. 석유의 경우에는 노골적인
침략과 살상을 저지르지만, 원자력은 그런 범죄의 혐의를 받지 않으면서 그에 못지않은 처참하고 파괴적인
결과를 대가로 지불하게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악함을 기술의 사악함으로 감추는 고도의 전략적인 기술이다. 위험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희생의 잠재성이 있으므로 위험에 대한 사회의 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문명의 수준을 말해 준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원의 확보에서부터 자동차 같은
활용 및 소비부문에 이르기까지 석유문명의 의도적 폭력성은 20세기 역사를 통해 충분히 밝혀졌다. 핵 에너지의 경우에는 평화적 이용이라는 수사학이 처음부터 동원되었다. 그리고
석유를 둘러싼 노골적인 폭력성향과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전쟁은 없었다. 그리고 핵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물리적 충돌도 가시적이지 않다. 그러나 발전과정이건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나 보관과정이건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전쟁에 버금가는 피해를
일으킨다. 그런 점만을 본다면, 석유 에너지 사용에
기반을 둔 세계보다는 핵 에너지 쪽이 더 신사적이고 문명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위험과 피해의 기대치에 관하여 다소 공상적인 계산을 해 보았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핵 발전소에서 나오는 값싼 전기를 이용하면서도 핵 발전소의 사고위험에 대해 적정한
담보를 할 준비를 구조적으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 원인은 경제적 합리성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결국 핵발전소는 전쟁과 폭력의 힘이 아니라 시장의 힘을 신봉하는 현대 사회의 선택이지만, 그 안에는 적나라한 살인을 저지르는 폭력 대신 합리적 논리로 양심의 고통을 회피해 가면서 저질러지는 신사적인
구조적 폭력과 후손에 대한 무책임성이 숨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다음은
지난 2월 21일에 착오로 전달이 안 된 기사입니다. 핵이 있는
경제와 핵 없는 경제 경제는 경제신문에서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현상 그대로를 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원래는 경제의 어원이라고 할 수 있는 동양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이나
서양의 오이코노미아(οικονομια)나 모두 무질서를
벗어나야 한다는 이상적인 관념이 담겨 있는 말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경제를 나라를 잘 다스리는
도구가 되는 실용 학문인 경제학의 의미로 사용해 왔다. political economy가 그런 말이다. 경제학자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든지 완전히 부정하는 일은 극히 드물고, 그 존재이유를 밝히려고 노력한다. 역학적인 균형 체계 안에서
어떤 사물의 성립과 존속, 그 가치를 설명하려고 한다. 마약이나
살상무기 제작판매, 그밖의 범죄 행위들도 수요와 공급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경제학으로는 설명이
안 될 것이 없다. 경제학자들의 상식에서 아무리 나쁜 평판을 가진 것이라도 무엇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비경제적인 발상이다. 이념의 세계가 아닌 지구상의 현실 세계에서는 적어도 그렇다. 핵 에너지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들은 같은 태도를 취할 것이다. 더구나 경제학자들은 핵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기에 핵물질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병원에서 검사기구에 사용된다. 자연방사능도 존재하고 또 자연과학 실험실에는 연구목적으로 방사능 물질을 다루기도 한다. 그렇게 본다면 경제에서 방사능 물질의 존재를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가능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방사능 물질에 손을 대지 않은 나라들은 에너지원과 살상무기용으로 핵분열의 힘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문제로 삼는 방사능은 의료용과 교육용을 제외한 산업용, 군사용의 방사능이다. 경제학에서 다룰 만한 것은 핵에너지를 활용한
산업체계가 핵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체계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 산업경제이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핵의 파괴력에 의존하는 군사무기체계와 핵의 파괴력에 의존하지 않는 군사무기체계 중 어느 것이 국가의 입장에서 더 경제적이냐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산업체제나 군사체제를 생각할 때 우리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산업체제, 우리나라의 군사체제를 생각한다. 이는 다른 나라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와 동시에 산업체제나 군사체제는 숙주(宿主)가 되는 생태계, 국토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업체제와 군사체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변의 자원공급 환경이 필요한 자원을 조달해 주어야 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오염을
넉넉히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주변지역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방 나라의 산업체제와 군사체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다수의 사람들이 이 산업체제나 군사체제에 속하지 않으면서 그 변두리에서 주거환경이나 생업을 영위할 환경을 희생당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체제와 군사체제 그 자체의 성능 내지 효율을 생각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지
몰라도 그 산업, 군사체제가 대내외적 희생을 딛고 자라나고 진화하는 시스템이라면, 그리고 산업이 국민을 윤택하게 해 주고, 군사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준다는 본래의 목적에 벗어난다면, 이러한 산업체제와 군사체제에 대하여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비판적으로 조명해 보아야 한다. 이는 국가단위를 벗어나 지역과 대륙 또는 세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타국의 군사체제에 의존하여 그 나라의 핵우산을 활용하는 것이나 타국의 핵에너지에
의존한 산업생산체제와의 교역을 통해 혜택을 보는 것도 간접적으로는 핵의 에너지와 파괴력을 이용하는 것이 된다.
직접 핵에너지나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서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은 경제적으로 최적의 해법이라고 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의 핵우산을 사용하는 국민국가가 치루어야 할 반대급부와 남의 핵 에너지를 이용하는 경제가 치루어야
할 반대급부는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는
핵발전소를 보유하건 하지 않건 핵에너지에 의한 산업생산 및 소비활동의 덕을 보고 있다. 그리고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나라들은 공교롭게도 북반구(적도 북쪽 지역)에
대부분 분포되어 있다. 핵에너지의 산업적 이용과 핵무기 제조원료의 확보는 같은 과정이며, 핵무기 제조만 한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되고 핵에너지의 산업적 이용만을
하고 재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현재로서는 임시보관의 형태에 지나지 않는 것이거나 한 나라에 국한해서 볼 때만 성립하는 이야기이고 국경을 넘어서
핵폐기물이 핵무기 제조원료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핵에너지와 핵무기를 완전히 추방하고 경제블록을 형성하면 이들은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산업과 군사체제를 달성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 블록이 형성되고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이에 가담하게 될 때 핵없는
세상이 점차로 실현되게 된다. 그렇다면 핵에 기반을 둔 산업체제와 군사체제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핵 기반 산업체제는 그 비용이 비싸건 싸건 전기 에너지에 의존한다. 화석에너지를 이용하는 경우에 비해 대기오염, 소음, 진동과 같은 환경오염이 적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철과
자동차를 비교해 보면 그런 차이는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산업은 그 전기를 원가보다 낮은 값에 이용할
수 있다. 산업계의 어느 누구도 이런 조건에서 전기모터 대신에 디젤 엔진을 가동하여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산업이 진화해서 도달해 있는 단계이다. 산업은 점점 더 자동화되고 자본집약적이 되고 노동절약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생산시설의 가동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는 산업시설에 함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인근에 있는 것도 아니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고 인구가 적은 곳, 농림수산업을 하는 해안가에
전력생산시설이 자리잡는다. 핵발전에서 부수적으로 만들어지는 폐열은 발전시설이 산업 및 거주지구와
떨어져 있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해서 전혀 이용되지 못한다. 이처럼 핵발전의 특징은 우라늄광 원료의
생산지대, 우라늄을 농축하여 연료봉을 만드는 시설, 반응로를
가동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 전기를 활용하여 생산이나 소비활동을 하는 장소, 그리고 핵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다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인
석탄이나 석유는 그 정도는 아니다. 탄광 인근 지대에 석탄을 에너지로 하거나 원료로 하는 공업이
발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석유를 이용하는 화력발전 시설도 산업단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며 그
폐열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원자력은 국제적으로 원료의 채굴과 가공을 별개의 장소에서 한
후에 연료봉을 들여와서 발전을 하고,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선로로 사용처에 보내며, 다쓴 폐연료봉은 별도로 지정된 지역에 보관해야 한다는 특성을 가진다. 에너지 조달을 이러한 원격 운송체계에 의존하는 현대의 핵 기반 산업 시스템은 깨끗해
보이고 경쟁력과 생산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원광석 채굴지대, 전력생산시설, 그리고 핵쓰레기 보관시설 등 멀리 떨어져서 관심 밖에 있는 지역의 생존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한다. 에너지 생산의 부산물을 다른 산업에서 이용할 곳이라고는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밖에는 없다. 거기서는 더 유독한 핵쓰레기가 또 생겨나기 때문에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양이 줄어드는 부분은 미미하고 질적으로
더 큰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처럼 원자력발전 관련 시설은 다른 산업 시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과 업체가 그 주변에서 물질흐름을 이용하여 생존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되지 못한다. 우라늄
채광, 농축, 전력생산 그리고 폐기를 위한 시설은 사실상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던 터전을 버리고 멀리 떠나버리게 만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을 간과하고 여느 산업시설처럼 생각을 해서 원격(遠隔)이라는
요건을 무시하고 인근에 주거지나 상공업 입지를 시도하는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장기간에 걸쳐 입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북한에 엄청난 우라늄광이 부존되어 있다고 해서, 이를
채굴하여 인근에 농축시설을 만들고, 또 가까운 데서 전력을 생산하고, 또 그 근처에서 재처리시설을 만들어 핵무기까지 생산하면서 이런 핵산업단지에 도시를 건설한다면, 그 도시에 살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받아도 괴로울 것이다.) 요컨대 원자력 발전에 기반을 둔 산업체제는 전력 조달 부문을 제외하면 대단히 효율적이고
우수해 보이지만, 에너지 조달 부분을 포함시킨 산업체제를 생각한다면, 지역과의 공생, 물질흐름, 생명체들을
위한 공간의 활용에서, 그리고 에너지 효율에서 0점을
줄 수밖에 없다. 과도하게 발생한 폐열을 그대로 낭비하여 환경에 내보내기 때문이다. 땅이 넓거나 인구가 적거나 사막이 끝 없이 펼쳐진 환경도 아니고 가뜩이나 인구밀도도
높고 토양의 품질도 좋고 식생환경이 우수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것들을 다 희생시켜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고 핵 기반 산업체제를 유지하는 데 어떤
정당성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좁은 의미의 산업체제, 말하자면
산업단지의 관련 주체들은 분명히 이런 에너지 조달체제에서 이익을 본다. 여기서 부각되는 자본의 특징은
착취당하는 대상들을 시야에서 배제시키고 그 관리를 국가 공권력에 외주를 주면서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핵 기반 산업체제는 핵기반 군사체제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은 핵 기반 산업체제만 가지고 있고 북한은 핵 기반 산업체제 없이
핵 기반 군사체제만 구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핵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머지않은 장래에 핵 발전을 시작할 것이다. 남한은 폐연료봉을 발전시설 지하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으면서 언제라도 요청이 있을 때는 이를 우방국의 핵무기
생산에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핵 기반 군사체제는 우리나라가 주권국가로서 자체적으로 구축(構築)하여 운용하는 것이
아니고 우방국 미국의 핵기반 군사체제 속하여 그 밑에서 노동집약적이고 3D에 해당하는 부분을 맡아서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산업의 고도화에도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국방력이
우리나라의 두뇌에 의한 지식체계와 산업발달의 단계와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우방국의 핵 기반
군사체제에 종속되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무기를 팔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일정 수준의 국방력을 보장받는 것일 뿐이다. 그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 그리고 지역환경의 피해는 또 어떻게 추정할 것인가? 이렇게 볼 때, ‘핵’이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값싼 에너지를 얻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대안이 아니라 세계적인 자원조달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특정 계층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지역 주민과 생태환경을 착취하고 배제하는 구조를 상징하는 것이고 제2차대전 후의 냉전
체제 하에서 외부로부터 강요된 산업체제와 군사체제의 진화가 도달해 온 방향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연구소 소식 1. 4월 5일
사회자본연구원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자연환경국민신탁 회의실에서 오후 3시에 합니다. 2. 연구소는 위의 협동조합에 합류하여 마포 시대를 마감하고 인덕원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