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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통신 제201414호 [통권 제189호] (구
순환경제연구통신) 2014년 4월
11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돌고돌아다살림 연구소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63-8. 1524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2-717-5510 생태소통의 부재로
신음하는 생명 → 생태적 순환 구조를 단절시키는 문명사회의
문제를 점검하고, 극복의 가능성을 생각함 1. 들어가는 말 전체적인 주제는 불통(不通)을 극복하고 소통(疏通)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먼저 소통이란 말은 지도적 위치에 있는 자가 배워야 하는 덕목이다. 선생님이
초등학교 1학년생들을 지도한다고 할 때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면 그걸로 수업이나 교실의
유지는 끝난다고 보아야 한다. 아이들을 강제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생태적 소통도 힘이 없는 동식물이나 생태적 환경파괴 때문에 고통받는 주민들이 아니라 생태적 불통을 유발한
힘 있는 세력이 회개하고 배워야 할 사항이다. 불통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왜 의도적이냐? 마구 파헤치고 개발해서 돈을 벌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당하는 존재들과 소통하거나 대화를 하면 목적 달성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소통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개발해 왔다. 그 언어는 경제학, 법률학, 공학처럼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이다. 반면에 생태학, 인류학, 동식물학 등 자연과학과 어문학, 역사학 같은 인문학 분야, 예술 분야의 여러 학문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존재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소통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통하지 않는 쪽으로 나가는 학문과
직업은 돈을 많이 벌게 해 주어서 인기가 높은데,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은 돈 버는 것과
별로 관계가 없어서 인기가 없다. 기독교 신학 분야의 목사님들도 소통하지 않는 신학을 하는 목사님들은
부유하게 살지만, 소통하는 신학을 하면 가난하게 살게 되는 것을 흔히 본다. 소통을 추구하면 돈이 안 생기고 소통을 외면하고 불통을 더 굳게 해 나가는 데서 돈을 벌게 되어 있기 때문에
불통을 극복하고 소통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어떤 경우에는 두 세력이 서로 상대방에
대해 소통할 줄 모른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두 세력이 조금의 공통되는 이해관계라도 생기면
결국에는 타협하게 된다. 그것은 착취의 대상이 되는 제3자에
대한 이권을 나누어 가지는 것 같은 것일 수 있다. 결국 끝까지 소통의 대상이 되지 않는 존재는
개발의 대상이 되는 땅 위의 동식물들과 원주민들이다. 이들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기만(欺瞞)의 대상이 된다. 이런 소통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강도를
만난 존재들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이들의 권익을 위해 나서는 선한 사마리이아인은 강도와 맞서게 된다.
이 사마리아인과 강도를 당한 존재는 민족과 언어가 달라도 서로 마음으로 소통이 된다. 이
강도와 사마리아인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지역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강도는
그 사마리아인까지 회유하여 먼저 강도를 당한 사람을 죽여 없애고 가진 것을 모두 빼앗아서 나누어갖자고 제안한다. 사마리아인은 빼앗은 것을 되돌려 주고 사람을 상해(傷害)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자수하라고 촉구한다. 서로 상대방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양심적인 기독교인들은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좋은 이웃의
입장에서 이렇게 소통이 안 되는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한쪽 편에는 강도를 당하고 있는 땅과 그
땅 위의 생명체들이 있고, 또 한쪽 편에는 개발이라는 이름을 붙여 강도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2. 소통을 거부당한 개발의 대상은? 착취와 개발의 목적은 지하자원을 얻는다든지, 목재와 같은 동식물을 얻는다든지 아니면 도로나 주택지, 또는
관광 레저 상품을 위한 공간을 얻는다든지 하는 다양한 것이 될 수 있지만, 개발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땅’이라고 총칭해서 말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인간을 위한 자원(資源) 곧 무생물로 여겨진다. 개발의 형태는 물질적으로 다양하지만 결국에는 화폐단위로 계산하는 이윤의 최대화를 위한 것이다. 이 상업세계의 언어를 경제학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언어에서는
사람 이외의 어떤 존재에 대해서도 자주적인 필요나 욕구, 또는 만족을 가지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개발의 대상이 된 땅 위에는 그 땅 위의 여러 동식물, 그리고
하천, 바위, 흙과 같은 무생물과도 오랜 세월을 관계를
맺고 살아온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땅, 그리고
그 위의 모든 존재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3. 물질과 자원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물질과 물건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제대로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지질학이나 금속공학, 화학공학 같은 분야의 기초 지식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자원(資源, resource)은 “물질적인
부가 나오는 샘”이라는 뜻이다. 그중에서 생물자원은 유기성자원이라고도
하는 것으로서 햇빛과 물에 의해 순환한다. 물론 물(H2O)이라는
물질 자체가 햇빛에 의해 순환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물이 생명체를 통과하고 생명체
자체는 탄생과 성장, 노화, 죽음을 겪으면서 지구상에서
돌고 돈다. 이 생물자원을 이용해서 사람이 물건을
만들거나 음식을 만드는 데는 칼이나 솥단지 같은 금속제품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것들은 내구재(耐久財)라고 부르는 것이다. 인간이 불에 익힌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런 금속용구 덕분이다.
이런 금속류는 햇빛이나 물의 힘으로 지구상에서 순환하지 않는다. 별의 탄생이나 소멸
때 금속원소가 생성되고, 지구상에서는 거대한 지각변동에 의해 수억 년 단위로 순환을 한다고 한다. 인간이 지하에서 캐내어 불을 사용해서 추출한 금속은 그냥 땅에 묻는다고 순환하는 것이 아니어서 인간들이
공장을 거쳐서 사회 안에서 순환을 시키게 된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순환을 시키지 않으면 금속은 인간의
눈앞에서 스스로 순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이 순환시키지
않고 쓰고 버리는 금속들도 많이 있다. 알루미늄 호일, 스테이플러
침, 지뢰, 총알, 등등. 이런 것들은 인간이 그냥 자연에 버리는 금속들이다. 그리고 생활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철금속은 도금이라고 하는 표면처리를 한다. 니켈, 구리, 아연, 크롬
같은 비철금속들이 도금에 사용된다. 전자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을 만들 때도 많은 도금이
이루어지고, 또 구리는 회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식각(etching)이라는
공정에 의해 상당히 많이 깎여 나간다. 이러한 도금과 에칭 공정에서 폐도금액이 생겨나는데 이는 폐수처리에
의해 무기성오니로 처리가 된다. 그 안에는 상당히 많은 중금속들이 함유되어 있지만, 분리해 내서 재활용을 시킬 만한 경제성이 없어서 매립된다. 뿐만 아니라 도금이 된 금속제품이 사용연한을
마치고 버려지면, 결국 용광로에 들어가게 되는데, 철제
제품인 경우에는 철 혹은 잘해야 합금 성분 정도만 회수(回收)되고 나머지 도금에 사용된 금속들은 산화하여 슬래그라는 돌 같은 물질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것들은 다시는 금속을 만드는 데
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되지 않으면 벽돌을 만든다거나 도로를 건설하는 데 이용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문명은 지하자원을 고갈시켜
가고 있다. 그러면서 토양과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편의점이나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는 데 1회용 금속깡통에 든 제품을 이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편의점이나 자동판매기에서 사 먹은 유리병 음료수도 대부분이 재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면 철에 못지않게 높은 온도의 용광로에서 녹여서 다시 유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재사용되는 유리병은 소주병, 맥주병, 대용량의 과일주스병 그리고 100밀리리터 짜리 드링크 병들이다. 인류가 20세기에 들어와서 사용하게 된 새로운 재료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대부분 석유로 만들고 석유는 유기물질이지만, 약 1억년
전에 살던 동식물에 땅에 묻혀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인간의 사고범위에서 자연적으로 순환하는 물질은 아니다. 플라스틱도
자연에서 햇볕을 받고 습기를 머금고 한 100년 정도 되면 분해가 된다. 따라서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이 지금까지 자연분해가 된 것은 거의 없다. 게다가
밀도가 낮아서 부피가 크고 땅에 묻으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이 그렇게 많다고 한다. 플라스틱 중에서 다시 플라스틱으로 재생되는 것은 음료수병 (페트병,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병), 스티로폴, 그리고 덩치가 큰 플라스틱 통, 파이프, 팔렛트, 자동차
범퍼 같은 것들이고 그밖에 플라스틱제 식기나 가방 같은 생활용품들은 대부분이 땔감이나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재활용을 하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이것을 재질별로 분리해서 재활용시키는 데 경제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러는 플라스틱을 저온에서 산소가 없는 상태로 가열하여 다시 기름을 만들기도
한다. 그 생산된 기름의 1/3 정도는 폐플라스틱을 기름으로
만드는 데 다시 에너지로 사용된다고 한다. 꽤 바람직한 재활용 방법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블랙카본이라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서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경제성이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재생석유 중에 등유만을 판매할 수 있게 해 놓았기 때문이다. 공정상에서는 휘발유, 경유, 등유, 중유가
순서대로 다 나오게 되어 있지만, 메이저 정유회사들이 까다로운 품질규격을 만들어서 판매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을 잘 알게 되면, 천냥 하우스, 다이소 같은 곳에 가서 저렴한 플라스틱 물건들을
쉽게 사들이고 쉽게 버리기가 꺼려지게 된다. 그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병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보통
부부 중에 남자가 그런 병이 있으면 여자는 잘 버리는 사람인 경우가 많은데, 부부가 다 그런 병을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된다. 좀 생각해 보면 병은 아니다. 안 쓰는 물건이나 고장 난 물건을 그냥 버리기가 아깝고 갑자기 필요한 때가 오면 새로 물건을 살 필요 없이
다시 쓸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 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공간이 비좁아져서 생활하는
데 불편을 겪기 때문에 아무튼 새로운 물건을 구입해 들이는 데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한테는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동료는 말할 것도 없고 옷이나 집, 가구 같은 것도 버리거나
떠나야 할 일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같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영영 이별해야 할 일이 생기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돈에 집착을
보여서 돈이 내 주머니에서 빠져나가야 하는 것에 대해 괴로움을 느낀다. 돈에 대한 집착과 물건에
대한 집착은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논술시험 문제라고 생각하고 풀어보라] 흔히 기독교인들이 사용하는 어휘에서
물질이라는 것은 헌금기도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돈이나 화폐소득 또는 재산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그럴 때의 물질은 내 손에 쥐고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내 통장잔액에 숫자로 찍혀 있는 것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 인쇄된 숫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숫자가 나의 안전한 생존을 지켜준다는 안심을
하게 해 주고 또 그 숫자의 크기에 따라서는 다양한 수준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가능성이 눈앞에 그려진다는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로 가고 싶은 욕구일 수도 있고 변신(變身)의 욕구일 수도 있다. 물건도 마찬가지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해 준다. 백화점이나 서점 같은 데서 구경만 하는 쇼핑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 물건들이 내 수중에 들어오면 나는 어떤 다른 삶을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저 사람과 친구가 되면 나는 지금과는
다른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돋움 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하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라도 하기 때문에 새로 만나는 사람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미래(未來)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은 새로운 물건, 새로운 관계 그리고 새로 생긴 돈이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돈이 없어지면 그런 상상 속의
가능성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기 때문에 침울해진다. 그러나 오래 써서 지겨운 물건이나 오래 같이 지내던
사람의 경우에는 없어질 경우에 돈이 없어지는 경우와 같은 느낌을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속이 다 시원하다’는 느낌도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그런 느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버리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낡은 물건에 대하여 애착심(愛着心)이나 정(情)을 느낀다고도 할 수 있다. 오래 사용한 것일수록 버리는
것을 더 미안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생명이 없는 물건에 대해 감정이입(感情移入)이 일어나서 점점 더 그 물건을 버리기가
힘들어진다. 구약성경책을 펴 보면 우상숭배를 무거운
죄로 심판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우상들은 사실 물건을 만들고 나서 남는 짜투리 재료로 만든
쓸모가 없는 예술작품들이다. 히브리 족속은 상업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어서 우리 도시인들처럼 물건
만드는 재주가 없다. 그런 사람들이 그 우상만 애지중지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거의 외국에서 들어온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상업이나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어느 한 곳에 정착생활을 하지
않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쓰던 물건을 버릴 줄 모르면 이리저리 이사를 다닐 때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어떤 물건이 집 안에 오래 있다고 하거나
어떤 식물, 또는 마당에 커다란 바위가 오래 버티고 있으면, 그것은
거기 사는 사람에게 환경을 이루게 된다. 사람은 그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는 사람이 이루 다
알 수 없는 미세한 생물체나 파동(波動)에 의해 매개가 된다. 그렇게 되면 그 환경을 흐트러뜨리는
상황에 대해 그곳의 사람은 자동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아마 이런 관계가 히브리 민족에게는
위험한 우상숭배로 여겨졌던 것 같다. 오래 간직하던 물건에 대한 애착심은
인간의 본성(本性)에 있고 그것이 정서적 신체적 안정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심리학자들이 규명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건을 쉽게 장만하고 쉽게 처분하는
유목민적인 정서는 누구에게 득이 되겠는가? 당연히 상인들, 유통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산업혁명 후의 세상에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가 경제와 사회의 작동 메카니즘이 되어 버렸다. 빨리
쓰고 빨리 버리는 것을 잘 해야 돈이 잘 돌게 되고, 사람들의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상식이 되고 말았다. 사람 몸의 신진대사(新陳代謝)가 활발하게 잘 되어야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사람이 되듯이 경제에서도 자원의 투입에서 폐기물의 배출까지의
과정이 활발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순환’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돈이 잘 돌아야 한다”는 말을 사람들은 곧잘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건을 함부로 사고 함부로 버리게
되면, 그 물질이 저절로 순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다. 물건을 잘 버려야 재활용 산업도 활발해지고 고용도 창출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저도 재활용 사업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인데, 그분들은 원천적
쓰레기 저감, 고쳐서 다시 쓰는 재사용, 물질적 재활용
이런 순서가 우선순위라는 것을 잘 알지만 원천적 저감이나 재사용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거나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 것을 너무 강조하면 경제가 잘 안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재활용산업계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연구활동 때문에 타이완 환경보호서를 방문했었는데, 담당 공무원이 대애(大愛)라는 불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용센터로 일행을 안내해서 가 볼 기회가 있었다. 그 불교단체의 지도자는 어떤 여자 스님인데,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재활용의 중요성에 대해서 무척 강조하는 분이었다. 거기서 어떤 사람이 앉아서 폐품으로 나온 명함첩에서
재활용을 위하여 종이 명함을 한 장씩 손으로 빼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고
수행의 차원에서 시간을 내어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진정한 물질순환이나 재활용은 산업의
개념을 가지고서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사실 폐품이나 쓰레기를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이 일일이 분리선별하면 거의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가 있지만, 인건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컨베이어 벨트로 수거한 폐품을 지나가게 하고, 그 벨트 돌아가는 속도를 높여서 선별장의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한다. 그러다 보면 제대로 분리선별이 되지 않아서 혼합 쓰레기의 형태로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가야만 하는 폐품들이 상당히 많아진다. 이런 것이 산업의 논리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환경부나 구청에서는 재활용은 산업화되어
잘 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공공의 자금을 지원하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환경부는 국제회의에
나가 우리나라가 재활용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현실을 잘 모르고 재활용품으로
수거된 것은 다 재활용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은 물질순환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숫자로 표현되는 성과를 올리는 데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고, 더 관심이 있다면 그것은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관심일 것이다. 순수한 입장에서 환경문제와 물질순환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나 산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학계나 연구자들도
대부분이 순수한 관심보다는 연구프로젝트를 받아서 아무런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입맛대로 결론을 내 주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다 들어서 알고
계실 것이다. 오직 이해관계가 특별히 없는 시민들, 학생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의 갈길을 걱정하는 종교인들이 물질순환의 문제, 물건과 사람의 관계 문제를 바로 해결해 가는 정답이 무엇이냐에 관하여 관심을 가질 수가 있다. 물질이나 물건 같이 눈에 보이는 것만
순환의 대상이 아니다. 추울 때 에너지도 햇볕을 쪼이는 것이나 더울 때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는
것 외에는 다 물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물질은 에너지를 운반하는 관로(管路)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의 형태로
되어 있는 부분으로 주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들, 그리고 에너지 담체라고 할 수 있는 연료물질, 예컨대 땔나무, 석탄, 석유, 우라늄, 가스 같은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자연에서 채취하여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그리고 에너지를 사용하는 중에 발생하는
폐기물이 있다. 보통 환경오염물질은 공기나 물을 통해서
나가는 것도 있고, 쓰레기처럼 유형물로 발생되는 것도 있다. 그런데
공장이나 에너지 생산시설에서는 환경오염방지시설이 있어서 굴뚝으로 나가는 폐가스를 정화하고, 폐수처리장에서
폐수를 정화하여 밖으로 내보내도록 하고 있다. 그런 방지시설에서 걸러진 오염물질들은 배출시설계 폐기물이라고
부르며, 중금속이나 화학물질로 오염되어 있는 분진, 재, 오니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소각장으로 보내어 소각을 하고
그 재를 가져다가 매립지에 묻거나 직접 매립지에 묻게 되는데, 매립지에서 비를 맞게 되면 반드시
오염물질이 침출수로 토양에 배출된다. 아무리 매립지를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도 균열이나 파손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환경공학과 환경산업시설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환경오염은 어디로 간 것이
아니고 인간에 의해 유발되어 계속 생태계를 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오염의 본질이 원래 이런
것인데, 핵 물질의 사용 때문에 생겨나는 여러 가지 문제는 환경오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핵발전의 경우에는 우라늄 원광석의 품위가 0.02% 정도이고 이것을 2~5% 정도로 높여서 연료봉을 만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99% 이상이 사람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폐기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후 핵연료는 자연으로 안전하게 되돌릴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핵재처리는 폐연료 전체 중량의 2%만을 활용하는
것이고 나머지 98%는 반감기가 더 길어진 폐기물이 되기 때문에 재처리를 재활용처럼 생각해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구상에 원래 존재하는 어떤 물질이
원래 악하다고 할 수 없다. 자연상태의 흙에 우라늄이 3ppm 정도가
들어 있고, 사람이 마시는 물에도 리터당 30마이크로그램의
우라늄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기준도 있다. 이 우라늄이 왜 자연에 존재하는지, 그것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인간이 우라늄을
농축해서 에너지로 사용할 때 그 결과로 상당히 넓은 지역에 걸쳐 생태계 환경이 인간의 시간관념으로 복구가 안 되게끔 파괴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결국 인간이 우라늄이라는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을 산업적으로 개발해서 인간의 적(敵)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이런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상업화한 공학기술은 전생애주기의 영향을 무시했기 때문에 기본 자체가 안 된 엉터리
기술이라고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지금까지 다른 인간을 대하는
문제에서의 정의(正義)와 도덕을 발전시켜 왔지만, 인간이 이용하는 다른 생물이나
물질 또는 물건에 대한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정의(正義) 개념은 별로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서구 중심의
문명사회에서 발전시킨 사유재산권 제도에서는 소유권을 대상물을 사용하고 “남용”(abuse)할 권리라고
규정할 정도로 물질에 대한 소유권자의 절대권리만을 강조하고 자연의 순환과정 가운데 있어야 할 물질의 흐름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있다.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생산과 소비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핵에너지의 이용이 사람의 생활을 낮과 밤의 리듬이 없는 쪽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두드러진다. 핵 발전시설은 낮과 밤에 생산활동에 따라 출력을 조정할 수가
없는 특성이 있어서 사람들이 쉬어야 할 심야에 값싼 요금으로 전기사용을 유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산업시설은 24시간을 가동하는 쪽으로 나가게 되고, 도시의 공공장소, 상업시설, 가정에서도 밤중에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소비활동을
해 나가는 습성이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이런 관행이 인간사회의 정신적 건강, 질적 수준을 장기적으로 서서히 저하시키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핵
에너지에 의존한 산업 시스템은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면서 20세기 후반을 통해
냉전 체제하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추진한 대량생산 자본주의 경제의 현주소이다. 자원의 채취과정에서의
환경오염, 에너지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광대한 땅을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차지하고 밤낮으로
폐열을 방출하는 공간과 에너지의 낭비, 그리고 에너지 생산 잔재물인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도 보장되지 않는 점 등은 현대사회가 경험하는 환경오염의 결정판이고 이는 극단적인 환경부하와 환경비용을 사회에 안겨준다. 땅 속에 잠자고 있는 핵물질을 농축하여
에너지원으로든 군사용으로든 남용(濫用)할 권리가 국가나 민간의 소유권자에게 있는지는 몰라도, 밤낮없는
지나친 소비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극단적인 환경부하를 일으키는 핵에너지 이용은 핵무기 원료의 확보라는 숨은 의도가 아니면 이성적으로 설명이
어렵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원래처럼 무해하게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 없게 핵물질을 산업적, 군사적으로 가공하고 이용하는 것은 분명히 물질이용에 대한 정의(正義)가 될 수 없는데도 현대국가의 법제도는
이를 막는 데 무기력하다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는 특정한 물질이 결국에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적(敵)이 되게 만드는 핵에너지의 산업적 이용
시스템이 자연의 순환질서를 파괴하는 것이고 특정 인간집단의 극단적 이기주의에 따른 선택임을 알기 때문에 이는 모든 생명의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해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핵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어도 순환경제의
시각에서 저는 핵에너지의 산업적이용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겉 모양은 말끔하고 오염물질도 눈에 안
띄어 핵 에너지를 클린 에너지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편리성을 위해 인명과 환경을 자손대대로 병들게
하는 최악의 더티에너지가 핵 에너지라는 것, 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클린 에너지는 범시민적인
에너지 절약과 물자절약이라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4. 결론 환경운동은 내가 어떤 소비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돌이켜 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내가 생업(生業)이라고 하는 일이 과연 물질과 물건의 사용과 처리의 측면에서는 어떤지를 점검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물질이나 자원이나 물건은 문명사회에 사는 사람이 사용하는 대상물이지 어떤 인격을 가진 감정의 주체는 아니다. 돈을 아끼는 것도 이유가 있지만, 물건을 아끼는 것도 돈을 아끼는
것과는 다른 이유가 별도로 있다. 돈을 많이씩 벌고 필요 없는 물건들은 빨리 버리는 것은 새 물건을
사들여서 새로운 가능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명한 인생전략이고 쾌감과 스릴을 느끼면서 사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지구인이 그렇게 행동해도 좋은 보편적 행동의 격률(格率)이 될 수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물건과 물질과의
관계에 대하여 어떤 원칙이 있을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물질세계와의 관계를 정립하려는
시도도 운동으로, 그리고 제도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남미에서 시도되었다. 다음은 남미의 볼리비아에서 2010년 볼리비아가 UN에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선언”의 제정을 제안하면서 그 초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 외에 동식물과 그 밖의 존재들을 권리의 주체로 보고 이들과의 관계 정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볼리비아는 그후 2010년 12월에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다음과 같은 법을
통과시켰다.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정부는 남미 토착민들의
자연관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많이 배우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위당 정인보 선생이 양명학에 대해 소개한
책에도 만물과 감응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는 것을 본다. 백성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는 것, 천하만물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는 것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양지(良知)인 것으로 보았다. 원래부터 있었던 이러한 방향으로 생각이
전환되고 회복되는 것이 조물주가 일으키는 부활의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14년 4월 13일 향린교회 발표문)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