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통신

제201417호 [통권 제192호] (구 순환경제연구통신)

2014년 5월 9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돌고돌아다살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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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본과 자연자본

자본은 돈을 벌기 위한 밑천이라는 뜻이다. 이 자본은 화폐의 형태로도 존재할 수 있고, 토지나 기계와 같은 생산수단으로 물적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보통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으로 나누고, 맑스 경제학에서는 가변자본과 불변자본으로 나누어서 분석한다. 회계실무에서는 형태분류로는 고정자산과 유동자산으로 나누고, 고정자산에는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이 있지만, 자산이 자본인 것은 아니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회자본을 구문(歐文)에서는 capital social이라고 하지만, 이 경우에는 원래 설립된 회사의 자본금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society 또는 société가 회사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 사회자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 사회의 구성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라는 의미로 그 개념을 사용한다. 사회의 지속성을 보장해 주는 관습, 도덕, 불문율, 신뢰관계 같은 비공식적인 것도 있을 수 있고, 제도, 법체계, 종교 같은 공식적인 사회관계도 있을 수가 있다. 이렇게 넓은 의미의 외연(外延)에 대체로 상당하는 동양의 개념은 예(禮)라는 것이고, 서양에도 moeurs라는 프랑스어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어 살아온 이래로 그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고, 이런 개념을 어떤 효과를 기대하면서 경제학적인 용어를 빌어서 표현한 것이 사회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사회간접자본(soc)은 사회에 공적으로 설치된 유형의 자산이다. 그것은 그 사회가 경제활동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 되는데, 이런 것이 사회자본이라는 개념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본의 사용이 가져다 주는 서비스를 랑뜨(rente)라고 하고 그 사용료는 임대료, 이자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사회자본도 그런 서비스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고, 그 서비스를 사회구성원들은 무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 무상의 서비스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플러스가 되고 사회의 위신도 높여주지만, 이를 지나치게 남용하거나 잘못 오용하게 되면, 사회자본 자체가 깎여 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서 사기꾼들이 사람들의 신뢰관계를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면 점차 사회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확장시키면 사회자본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공동으로 지고 사는 사회적 부채도 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의 분단체제에 뿌리를 내린 군사주의, 입시문제 같은 것은 다른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담이다.

자연환경도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공동의 재산인 것이 분명하다. 이 자연환경 자체가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아름다운 경치 같은 것을 그 땅 위에 사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 제공하므로 이를 생태계가 제공해 주는 서비스라고 개념화시킬 수가 있다. 이런 것을 화폐단위의 값으로 따진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그리 환영 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앵글로 색슨 문화에서 나온 경제학에 세뇌 당한 사람들이 뭔가 가상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지역의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개발과 관련된 분쟁의 상황을 해결하는 데는 피구(Pigou)가 이론화한 것과 같은 외부성의 개념을 적용하여 환경세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고, 로널드 코즈(Coase)와 같은 민사법적인 해결방법이 있다. 대체로 사회민주주의적 성향을 띠는 경제학자들은 환경세를 옹호하고 법경제학자들은 코즈의 방법을 옹호한다. 생태계 서비스의 화폐화 개념은 법적 권리분쟁에 의한 이 코즈식의 해결방법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이는 사적인 권리분쟁만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간의 경제적 권리분쟁에도 적용될 수가 있는데, 이는 스위스, 독일, 영국, 미국 같은 연방제 국가들처럼 지역의 자치민주주의 역량이 발달해 있는 경우에 비로소 현실성이 있는 개념이 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처럼, 한국과 같은 국가의 권위가 강한 나라에서는 국가관료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마땅히 행사해야 할 행정권한을 특정 이해관계 집단을 고려해서 행사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는 회피수단으로 이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사회자본이든 자연자본이든 경제학적인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는 사람들이 돈을 숭배하는 습관을 가진 사회에서는 사회와 자연의 공동 재산에 대한 소중한 보전의 의식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사회는 돈을 숭배하는 동시에 부채를 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습관도 많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태에 있다. 때문에 자연자본과 사회자본을 일단 허물어서 개발하는 데 써 버리고 당분간 자연부채, 사회부채를 지고 살아가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

순환경제연구소, 즉 돌고돌아 다살림 연구소는 새로 출범하는 사회자본연구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서 연구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순환경제, 즉 돌고 도는 다살림은 일정한 지역과 범위의 사람들의 사회생활을 유기체의 순환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 유기체의 물질대사 효율을 높이고 낭비가 없는 건강한 다살림을 이룰 수 있는 방도를 찾자는 것이다. 사회자본은 자본이라는 개념을 차용하기 때문에 자본의 무한증식의 속성이 암암리에 거기에 붙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무형적인 것을 가리킨다고 하지만, 화폐적 가치측정을 시도할 경우에는 그 금액을 무한히 증식시켜나가려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무한 증식과 건강한 유기체의 물질순환은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사회자본이 어떤 사회에 대해 최적의 틀과 규모에서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형성할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그런 개념이 되어야 순환경제와 어울릴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자본은 인체로 비유한다면 오랜 시간 교육과 습관과 단련에 의해 형성된 골격과 근육, 그리고 두뇌, 그 사람의 재능과 장점 같은 것이 될 것이며, 이는 무한한 성장을 지향하는 것은 결코 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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