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통신

제201424호 [통권 제199호] (구 순환경제연구통신)

2014년 7월 11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돌고돌아다살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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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은 유럽의회, 참사회(Council), 유럽 경제사회위원회 그리고 지역 위원회에 보내는 통신문(communication) “순환경제를 향하여: 유럽을 위한 쓰레기 제로 프로그램”을 지난 7월 2일 발표했다. 앞으로 시장 기능을 활용하여 단선형(linear) 경제를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사실 순환경제라는 한자어 단어는 중국의 학자 우지쑹(吴季松)이 2003년도에 출판한 “순환경제”라는 책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독일에서는 1994년에 “폐기물의 순환관리와 친환경적 처리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는데 여기서 순환관리는 “Kreislaufwirtschaft”라는 단어로 쓰여서 이것이 “순환경제”라고 더러 번역이 되어 우리에게 알려진 일이 있다. 그러나 그 법 자체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시적인 순환경제의 개념은 담겨져 있지 않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는 등으로 순환적으로 관리하자는 조항들이 들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2008년도에 “순환경제촉진법”을 만들었고, 순환경제의 촉진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국책과제로 추진되어 왔다.

서양의 케네스 불딩이 주창한 “우주선 지구호의 경제학”을 순환경제 개념의 시발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에서 이를 국가적 과제로 받아들였고, 그런 영향을 받아 이제 유럽에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개념이 정책에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2010년에 앨런 맥아더 재단이 창설되고 이 재단이 순환경제의 연구와 진흥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이 재단에서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도움을 받아서 ≪순환경제를 향하여≫(toward the circular economy)라는 책이 2013년부터 2014년에 제3권까지 발간되었다. 영국환경부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자원순환 지원기구인 WRAP도 순환경제를 표방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Green Alliance등의 단체에서도 순환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폐기물 자원순환 산업을 영위하는 수에즈 그룹이 순환경제연구원(L’institut de l’économie circulaire)을 세워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연구원이 주도하여 “순환경제 2022 협약”에 유럽의 광역지역(région)들이 서명을 하도록 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은 프랑스에 있는 지역들만 가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유럽 전체로 확산이 될 것이다.

순환경제연구소는 이런 국제적 움직임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 움직임이 기존의 금융자본주의의 지배를 받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산업경제가 유발하는 오염과 폐기물을 깨끗이 관리해 주는 경제부문으로서의 순환경제가 아니라 기존의 경제 형태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통해 자연과 생명과 물질의 본원적 가치를 존중하는 유기적인 물질순환의 경제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순환경제를 추구할 만한 가치관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가지게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냉난방과 조명을 위한 에너지의 사용을 의식적으로 자제하고, 음식물의 소비를 절제하고, 전열기기, 전자기기의 사용을 줄이고, 차량의 운행을 줄이는 등 작은 데서 시작될 수 있다. 대신에 큰 물질이나 에너지의 소비 없이 향유할 수 있는 고상한 취미생활 - 등산, 독서, 산책, 식물 가꾸기 – 을 통해 자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이런 생활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면, 어려운 철학이나 과학, 경제 지식이 없어도 지금의 경제운용 체제, 그 안에서의 사업과 노동, 그 밖의 제반 영리활동들이 정상(正常)이 아니라 병들어 있다는 것을 뚜렷이 알 수 있게 되며, 이에 대한 해결방향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건강한 의식과 몸을 가지고 살고자 해도, 대도시의 직장생활과 사업활동은 그렇게 살려는 사람이 버티기 힘든 구조로서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 대하여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갖게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순환경제에 대한 관심이 한때의 유행으로 번지다가 시들어 버리지 않도록 하려면, 이렇게 경제활동상의 정신과 문화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기존의 체제를 지키려고 하는 산업계와 국가관료들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대표한다고 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조차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에 연연하고, 일을 위해 몸을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머리로는 어떤지 몰라도 실제 활동이나 생활에서는 결국 대안사회를 제시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모두가 좌표를 잃고 길을 헤매게 될 것이다.

이제는 순환경제로의 변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이 인식이 외국의 유행을 뒤쫓아 가는 형태로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결국에는 깨우침을 얻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자체가 달라질 때 사회가 진정으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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