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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통신 제201425호 [통권 제200호] (구
순환경제연구통신) 2014년 7월
18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돌고돌아다살림 연구소 주소: 경기도 동안구 흥안대로 500. 서현빌딩 601호. 전화:070-7767-5510
팩스 031-425-5510 직시 그리고 은폐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은 국무총리로 지명되었다가 스스로 사퇴한 문창극씨의 역사관이기도 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의 역사관이기도 하다. 조선이라는 나라와 조선 사람들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조선이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되었는지 그런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너무 인색하지 말고 허황된 자존심을
내세우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 지금도 정신을 차리고 세계의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메시지이다. 거기에 신의 뜻이 담겨 있다든지, 아니면 경제사의 법칙상으로 그렇다든지 하는 것은 그 메시지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 근대 역사의 큰 줄거리를 그렇게 보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역사에 대하여좀더 솔직해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러니 앞으로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대중들에게 상당히 명확하고도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냐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일단 분명한 메시지를 도출하기 위해서 역사적
현실을 원색적으로 묘사하고 단순화하는 데 마약과 같은 매력과 위험성이 있다. 더 근면하고 성실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실력을 키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독려를 위해 피곤한 몸과 마음에 드링크나 각성제,
링게르 주사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도
그런 전략을 택하는 일이 흔하다: ‘나 같이 무익하고 형편 없는 사람이 지금 이만큼이라도 사는 것은
크게 감사할 일이다. 그러니 자만하지 말고 쓸데 없는 불평을 하지도 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 이는 생존경쟁의
장(場)인 이 세상에서 이것 저것 생각하느라 우물쭈물하면 낙오하게 되니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상승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는 관념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거기서 흔히 동원되는 수사학이
‘하나님의 은혜’ 같은 종교적 언사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그 줄거리에 들어맞는 사실들만을 기억하게 되고 자신의 지나온 행적을 단순화하여 그 줄거리에 맞추게 되고, 이를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것이 자기기만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게 되는데, 사실은 중독에 빠진 것이고, 자신의
진상을 외면하고 스스로가 강제로 주입한 관념에 따라 감각을 닫고 살게 되면서 몸과 정신이 천천히 황폐화되어 간다. 우리의 역사에는
과거의 사실들을 굳이 다 알아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신념에서 나온 역사말살의 기억들이 있다.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가 통일신라시대에 사라지고, 고려의 역사가 이조 시대에 들어와 사라졌다고 한다. 일본의 지배층에게도
비슷한 관념이 있어서 과거를 묻어 두려는 습성이 있고, 한국의 지배층들도 사실상 과거사에 대해서는
적당한 선에서 알고 더 깊숙한 것은 그만 덮어 두는 것이 좋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니 과거 역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득이 될 것 없는 것까지 파헤쳐서 어쩌자는 이야기냐 하는 주장이 묘하게도 같은 세력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서 이웃과 생기 발랄한 관계를 가지고 창조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과거에 빛을 비추어 그 경험과 화해하는 과정이 심리적으로 필요하듯이, 한 사회도 균형 잡힌 성숙한 사회로 지속해 가기 위해서는 억지로 주입한 고정관념이나 주문(呪文)과 결별하고 내면의
생명의 소리에 따라 역사를 돌아보고 그 역사에서 억압되었던 생명을 찾아내어서 말을 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역사의 회복이
계속 억눌리고 있는 사회에서 개개인들의 삶 역시 자기 아닌 삶이 뭔가에 중독된 상태로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내면적 문제는 계속된다.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도 그에 못지 않게 심각하다. 이런 개인과 사회
모두의 정신적인 비정상상태에 의해 비순환적인 무한팽창 욕구의 경제가 보호를 받고 있다. *수신을 원하지 않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