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통신

제201426호 [통권 제201호] (구 순환경제연구통신)

2014년 7월 25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돌고돌아다살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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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구조와 사상

사람이 가지는 생각은 살면서 접하는 여러 경험들이 축적되어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책을 읽거나 TV를 보고 받아들인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체험(體驗)이라고 한다. 외부의 영향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눈과 귀로는 언어화되고 상징화된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그 외에도 정보는 많이 있다. 먹는 음식, 집에 거주하는 생활양식, 일하러 가는 데 사용되는 교통수단과 일터의 근로조건과 물리적 환경과 인간관계 이런 것들이 모두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외적 요인들이고, 인간은 이에 적응하여 살아간다. 그리고 이런 적응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 사람의 신체의 상태이다. 사람의 신체의 건강상태만이 아니라 그의 골격과 각 부위의 비례, 지방질의 비중, 전체적인 크기와 같은 신체 내외의 특징들이 그 사람의 식생활과 활동, 휴식형태 등을 잘 드러내어 준다. 심지어는 얼굴의 표정과 혈색, 눈의 상태가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전해 주는 정보가 적지 않아서 관상학이라는 직업분야가 있기도 하다.

일단 지금의 생활과 노동이 그 사람에게 맞지 않아서 지속 가능하지 못하거나 음식물의 투입과 일 에너지의 출력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신체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점점 마르거나 점점 살이 찌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고, 신체가 피로에 시달리다가 병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균형을 회복하면, 다시 일정한 신체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지는 정서나 두뇌활동, 판단의 경향과 같은 전반적인 정신적 활동의 형태는 이러한 신체의 모습과 지금 상태와 서로 조응(調應)한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서 경제를 생각해 본다면, 한 나라의 물적 순환 구조는 그 나라 사람들의 정신적인 경향과 활력, 그리고 반응성과 조응관계를 이룬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 선다면, 경제학자들이 어떤 나라의 산업구조나 경제구조를 연구하는 것은 그 나라의 지배적인 사조(思潮)와 가치관, 규범체계를 밝혀내는 데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해 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간단히 말해서, 주로 사기나 강도 짓을 해서 경제를 꾸려가는 나라의 정신문명이 고상한 것일 수는 없는 것이고, 땀 흘려 땅을 갈고 인내심을 가지고 작물을 돌보고 기다려서 수확을 거두는 농업을 주로 하는 나라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횡재를 기대하는 종교가 발달하지는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과 한반도는 어떠한가? 나라의 몸집에 비해 물질대사량이 많아서 대사증후군에 해당되는 것처럼 보인다. 물질순환 구조 자체가 건강하지 못하고 불균형적이다. 농촌에서는 작물을 재배하여 지속적으로 도시로 반출하지만, 농촌으로 들어오는 것은 폐기물 처리장에서 받아들이는 영양가치가 없는 중금속과 같은 오염물질들이다. 유기물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들어오고 이를 소비한 도시인들의 음식물 쓰레기와 분뇨는 이 땅이 다 흡수하지 못하고, 상당 부분이 바다에 버려진다.

한국과 같은 물질 순환 구조에서 이와 짝을 이루면서 발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정신적 구조는 어떤 것일까? 혹시 균형 감각을 상실하고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하며 부수적인 부정적 결과나 대형사고에 대한 책임의식이 희박하게 만드는 그런 사고방식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이런 정도면 너무 자기비하적이고 감성적이라고 비판을 받을 수가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물질 순환 구조에서는 대도시와 농촌 간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고, 사회적으로 병이 깊을 수밖에 없다. 물론 두뇌에서 위기를 감지하고 신체의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려는 자극을 주는 호르몬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혁명적인 사상이 있어서 한국의 물질 순환 구조를 재조정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이 생길 수도 있다. 순환경제학이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돈의 흐름과 함께 물질의 순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돈의 흐름에 몰두하는 경제학자에 비하여 물질의 순환에 관심을 갖는 경제학자는 드물다. 그리고 경제학자가 사회의 물적 구조를 가지고서 그 사회의 상부구조를 진단하려는 노력을 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또한 사회의 규범이나 정신, 철학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한국사회의 경제구조를 잘 알아야 하며, 더구나 정신적 체계와 대응되는 물질 순환 구조를 알아야 병의 진단을 할 수가 있는데 지금 그렇지 못하다.

말하자면 심신의 전체성을 시야에 두는 한의학적인 입장에서 사회를 진단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며, 사회과학계와 철학계에서는 생태학과 물질 순환의 경제에 대한 기초지식을 받아들여서 이런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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