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통신

제201428호 [통권 제203호] (구 순환경제연구통신)

2014년 8월 8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돌고돌아다살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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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四端)

맹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기본을 측은(惻隱)지심과 수오(羞惡)지심, 사양(辭讓)지심과 시비(是非)지심의 네 가지 마음에 있다고 했다. 이것이 보편타당한 원리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 사회는 이런 도덕의 기본이 없어서 흔들리고 있다.

먼저 양보하는 마음인 사양지심을 생각해 보자. 요즘 세상에 양보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는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측은지심은 괴로움을 당한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마음이 생겨나기는 하지만, 감히 행동을 하지 못한다. 군인들의 경우에 그런 일이 많이 있다. 악을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이 누구나 있지만 그것을 대놓고 고발하는 사람은 드물다.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판단력인 시비지심 또한 다른 힘 앞에서 무력해진다.

왜 이처럼 천부적인 인간본성 안에 있는 선한 마음이 왜소해지는 것일까? 사람들은 돈 때문이라는 말을 곧잘 한다. 달리 말하면 사람이 독립적으로 자기 판단에 따라 행동할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먹고 살아 갈 생계의 원천이 거대한 기구나 조직에 있지 나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에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조직이 시키지 않는 일을 애써 하려고 하지 않는다. 조직으로부터 질책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이라도 조직이 시키면 양심의 거리낌 없이 태연하게 행한다. 또 누구에게 양보를 한다는 것은 조직이 보기에는 시건방진 행동밖에 되지 않으며, 그런 사람은 조직 안에서 요주의 인물이 되고 만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자신 안에 생계의 원천(源泉)이 있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맑은 물이 샘솟는 샘을 자신의 내부에 가진 사람은 그렇게 작은 이익을 위해 극단적인 투쟁을 벌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 원천이 나에게 없기 때문에 이익을 눈앞에 두고 남에게 양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원천은 돈이 아니고 남이 빼앗을 수 없는 재능과 같은 것이다. 돈은 써 버리면 없어지고 남이 도둑질해 갈 수도 있지만, 내 안의 재능은 누구도 도둑질해 갈 수 없다. 내가 잘 관리하면 그것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 있다. 이렇게 자신 안에 생활의 원천을 가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자유직이나 농사를 영위하면서 자유인으로서 살아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선 사회주의 사회가 거대 조직들로 짜인 사회이고 개인들은 그 조직들에 속하여 부속품으로 기능하는 그런 사회라면, 그런 사회에서는 맹자가 말한 인의예지의 마음은 남아 있을 자리가 없다. 오직 최고의 지도층에서만 그런 인간적인 마음을 발휘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부, 군, 정부산하기관, 금융기관, 공기업,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에 속한 경제활동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나머지 경제활동 인구는 생계유지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거대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과도하게 조직에 충성하고 약자나 남에 대한 배려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달성하려고 하는 사회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조직은 사람을 그렇게 로봇처럼 만들어 버리는 조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직원들은 그 조직에서 얼마든지 탈퇴할 수 있는 자유와 실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조직은 아래로부터 조직된 협동조합 조직일 수밖에 없다. 그 핵심 주체는 자유직과 자영업자들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인 고전시대의 도덕 교과서에 담긴 내용은 그런 식으로 읽혀야 한다. 상급자에 대한 복종과 맹자의 사단(四端)은 양립할 수가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상적인 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후세(後世)에 대한 교육은 자기 자신 안에 생활의 원천을 마련하도록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가 마르지 않는 샘을 하나씩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기본 단위가 될 때 민주적인 사회주의 사회가 가능할 것이다. 세월호의 비극이건, 윤일병의 비극이건 모두가 거대조직의 부속품으로 로봇으로 일하는 기관원들의 문제였던 것이다.

농민과 자유직, 자영업자가 사회의 경제적 기초를 이루게 되는 경제혁명이 있은 후에야 대의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제구실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애초에 대의민주주의는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던 부르주아 시민들의 범위에서의 민주주의였던 것이다. 자유인으로 살지 못하는 조직의 노예들로는 대의민주주의는 자본의 독재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주식회사 형태의 대기업들이 없어져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자영업자들과 자유직, 농민들도 민주적 형태의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이는 맹자가 말하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되찾고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임을 강조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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