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통신

제201432호 [통권 제207호] (구 순환경제연구통신)

2014년 9월 19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돌고돌아다살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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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시샘하는 밀리타리즘

이명박 정권은 급성장해 온 한국 산업 자본주의 체제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고 이제 더 이상은 이 나라의 주인 노릇을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박근혜 씨는 지금 청와대에 거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무엇 하려고 대통령이 되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무신경하고 평범한 60대 초반 노년층의 시각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청와대가 본래 고향이고 집인데 타의에 의해 쫓겨났다가 이제 자기집으로 돌아온 것뿐인데 무슨 소리냐 하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선거를 통해서건 무슨 수단을 써서든 원래 주인 집 딸이 자기 집에 사는 것이 당연한 권리회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처신하기가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박근혜 씨를 옹위하는 냉전 수구세력들도 헌법이건 법률이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건 상관 없이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려 있고, 그 중심에는 반공(反共)으로 대한민국을 세운 이승만과 역시 투철한 반공정신의 기초 위에 고속성장으로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박정희를 국가의 정신적 정체성의 핵심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이명박 씨과 같은 자본가들의 세계에서는 이념이나 정신보다는 수단과 돈을 가진 사람이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상하관계나 근본을 따지지는 않는 나름대로의 진보성이 있었다면, 박근혜 씨를 앞세운 냉전세력들은 이념적인 속성이 강하다. 그것은 반공과 국가안보 같은 것인데, 이들의 생각에는 대한민국은 반공과 국가안보가 불투명해지면 존립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군대의 이념인데 한국은 처음부터 이런 것을 당연시해 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군국주의(militarism)이다. 국가의 정신적인 핵심은 성역이기 때문에 이를 폄훼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되며, 그 정신을 구현한 살아 있는 인물이 “박 대통령”이며, 그에게는 무오류성이 적용된다.

이는 북한에서 “선군정치”를 명시적으로 말한 것과 유사하다. 역시 그 핵심에는 주체사상이 있고, 핵심적인 인물이 중심에 있는 체제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북은 야당을 두지 않은 반면에 남쪽은 이를 두고 있다는 점인데, 남쪽의 야당이란 것은 이름은 민주주의를 포함하고 있지만, 지역색이 강하고 서방진영에 속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구색 갖추기의 성격이 강하다.

최근 박근혜 씨와 권력층의 움직임 때문에 한국의 실체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어 많은 국민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할 말을 잃고 있다. 상당 기간 동안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증이 지속될 것이며, 피로감 때문에 사람들이 여유와 아량을 잃고 공격적인 언행을 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쉽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투는 일이 많고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다.

현명한 사람들은 시간과 돈을 사회적 공적인 목적에 전혀 쓰지 않고 자기 자신의 건강관리와 취미생활, 종교생활에 몰두할 것이며, 사회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외면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것을 지금의 권력층이 원했는지도 모르지만, 결국 해방 이전의 일제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은 식민지이면서 돼지몰이 식으로 다스려지는 후진국 중의 후진국일 것이다. 물론 총독부 주변으로 잘 사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정말 원하는가 묻고 싶다.

연구소 소식

1. 돌다리통신은 재충전을 위해 향후 5년간 휴간하고자 합니다. 그 동안의 성원에 감사 드리며, 5년 후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이승무 소장이 탈핵아시아포럼 참가를 위해 타이완을 방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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