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통신

제201904호 [통권 제211호]

2019년 11월 1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 연구소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43 수정빌딩 302호. 전화:070-7767-5510

경제학의 전환

지난 호에 순환경제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대하여 언급했다. 그 중에는 경제학의 전환도 물론 포함되어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가격(p)과 수량(Q)으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그리고 균형 체계를 만들어서 가격과 거래량의 수준을 설명해 나간다. 이는 통계적인 현상이면서, 물리의 세계와는 다른 생물체들의 세계의 현상이다. 생물체들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며, 그것이 수요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 기름을 필요로 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원리다. 이런 경제의 세계에서도 부분적으로는 균형 방정식에 의한 설명이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장시간에 걸쳐 자연적, 문화적인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없던 것에 대한 필요를 만들어내고, 기존의 필요를 대체하기도 한다. 연령에 따라서 필요의 가변성이 다르기도 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새로운 필요를 가지지 않고 기존에 습득한 소비습관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생각된다. 장기간의 역사적 시각에서 인구집단의 생명, 계속성의 유지를 위한 필요 충족의 동태를 설명하는 것은 그날 그날의 주식가격이나 원자재 가격 움직임을 설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제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루 노동시간과 수명 같은 요소들이 인구집단의 동태에는 물가변동보다 더 중요한 요소들이 된다.

다른 별들과는 다른 지구환경은 탄소와 물의 결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백만, 수천만 종의 생물종 씨앗 중에서 인류를 최상위포식자로 진화하도록 만들었다. 지구환경의 변화 가능성은 지금도 인류에게 인류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지구 안의 각 언어문화권은 각 지역의 지형과 토양에 대한 인간의 적응 형태를 보여준다. 조효제 교수는 다음과 같은 언급을 했다

“최근 기후위기와 대멸종의 징후를 암울하게 전망하는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언어와 환경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이목을 끈다. 언어다양성과 생물다양성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소수언어가 사라지면 생물다양성도 크게 낮아진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여기에 인간 언어의 비밀이 숨어 있다. 모든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들의 경험과 집단지성이 녹아 있는 인류 지혜의 백과사전이다. 단순한 팩트가 아닌 세상을 보는 관점과 가치관까지 언어 속에 들어 있다. 자연계를 대하는 태도 역시 언어에 나와 있다. 생물종의 명명, 동식물과 관계 맺는 표현, 절기를 구분하고 날씨에 맞춰 농사를 짓는 지식집약적 노동관 등이 언어의 형태로 표현되고 전승된다. 그런데 자연을 돈벌이 수단으로 착취하는 자본주의형 개발과 현대농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승지식의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과 생물다양성이 함께 사라지고 있다. 단일경작과 화학농법으로 인해 농업 섹터가 온실가스 배출의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토착어의 소멸과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기후위기의 심화는 하나의 사이클로 돌아가는 악순환이다. 이제 언어권리는 한 집단이 자기 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넘어, 인간 생존의 바로미터가 된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2481.html)

인간의 각 지역의 사회집단을 인구 공동체, 언어 공동체로 볼 때, 이는 그곳의 토양과 자연환경과 유기적인 연관을 가지고 같이 변화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각 지역들 간에도 역사적인 상호작용을 가지면서 대륙의 문명이 이루어지게 된다. 각 인구집단, 언어집단, 문화집단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달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원리를 경제학이 밝혀주지 않으면 인류의 더 이상의 발전도 생존도 기대하기가 어려운 때가 된 것이다.

인간의 시간을 노동하는 시간,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 그리고 생각하는 시간, 쉬는 시간으로 지혜롭게 구분하고 그 각각의 필요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가 된 것이다. 지구 그리고 각 지역의 땅 위에 살아서 체류하는 각 사람에게 ‘시간’이라는 보물은 평등해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을 뺀 나머지 생각하는 시간과 교류하는 시간, 창조하는 시간이 불평등하다는 말이며, 이에 따라 민주주의 제도가 무의미해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때 인구집단의 불건강한 생존 형태가 결국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기계적인 의무로 수행되는 노동과 직업활동에서부터 일 가운데 연관과 의미를 찾는 활동으로 전환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필요가 새로운 경제학과 경제관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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